교도소 이야기 - 상편 감상해 보세요 | 야설넷

교도소 이야기 - 상편
최고관리자 0 60,954 2023.03.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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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이야기 - 상편 주제 : 트랜스, 감옥, 미국 1. 교도소 행 재판정으로 통하는 나무 복도 위를 걸어가면서도 여전히 현우는 자기가 처한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더욱 세게 손목을 조여 오는 차가운 수 갑만이 이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뿐이었다. 한국 도 아니고 머나먼 미국 땅에서, 그것도 이름조차 생소한 시골 동네에서 자신 이 마약사범으로 구속된 상태라 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친구의 파티장에 서 여자들과 어울려 코카인 몇 번 들이켰 을 뿐인데 이렇게 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주민의 제보로 경찰이 들이닥치고 정 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유치장에 갇혔을 때도 그는 곧 풀려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마약 사범으로 기소 되었고 이미 백인만으로 구성된 배심원의 평결은 유 죄로 나온 상태였다. 남 은 것은 판사의 형량 결정뿐이었다. 서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는 이 일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 미국 어학연수를 처음부터 반대하 셨던 아빠는 내가 마약사범으로 구속됐다 는 사실을 아시고는 무척 화가 나셨다. 아빠 는 인근 시의 한국계 변호사를 이미 선임해 놓으셨다는 말씀만 하신 뒤 전화를 끊으 셨다. 엄마와 함께 미 국으로 당장 달려오신다는 말을 기대했던 내게는 무척 서운하고 실망스러운 반응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이국 땅에서 감옥에 가게 됐는데 와 볼 생 각 도 하지 않는다니 말이 되는가. 물론 심장이 나쁜 엄마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서 그러셨다는 것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엄마까지 와서 울고불고 한다면 나도 더 괴롭기만 할 테니 말이다. 재판정에 들어서자 거구의 흑인 정리가 현우를 피고석으로 인도했다. 이미 와서 기다 리던 김변호사는 현우 를 맞아 어깨를 두드리며 집행유예 정도일 테니 너무 걱정 말라 고 말했다. 그리고 설사 실형을 선고받아도 추방 절차를 밟게 될 거라는 말도 했다. 그 렇게 된다면 한국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빠의 배경을 이용 한다면 기소 유예 정도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일동 기립" 판사가 들어서자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환갑이 넘 어 보이는 갈색 머리의 백인 판사는 안경 너머로 현우를 힐끗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최종 선고를 하겠습니다." "피고 현우 킴은 불법 마약 소지죄가 인정되므로 단기 6개월 장기 1년의 징 역에 처합 니다. 본 판사는 기 집행된 25일의 구속 기간을 제한 나머지 5개 월 5일 동안 피고를 세인트 찰스 교도소에 감금할 것을 선고합니다." 목조건물 전체로 판사의 목소리가 울리며 현우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현우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에 실형 5개월이라니. 게다가 추방도 아니고 냄새 나 는 미국 교도소에서 양놈들과 5개월간이나 갇혀 지내야 한다 는 말인가. 김변호사도 놀란 눈치였다. "땅 땅 땅" "일동 기립" 판사가 선고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호송관이 현우의 팔을 잡았다. "김변호사 님 어떻게 좀 해봐요" 현우는 눈물이 그렁거려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김변호사에게 필사 적으로 매 달렸다. "알았어. 너무 걱정 말고 기다려. 내가 어떻게 해 볼게." "아빠한테 빨리 알려줘요. 엄마 한테도요" 현우는 호송관의 손에 끌려가면서거의 엉엉 울고 있었다. 자기가 감옥에 가 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빠는 힘있고 돈 많은 사람이고 난 아빠의 하나 뿐 인 아들인데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내가 감옥까지 갈 리가 없 었다. 법원을 나온 현우를 태운 경찰 밴은 즉시 시외 방면으로 달렸다. "어디로 가는 거지요?" "교도소" 불안한 현우의 질문에 무뚝뚝한 백인 경찰의 답변이 돌아왔다. 현우의 눈에 서는 하염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떻게 이국 땅의 감옥에서 5개월을 보 낸다는 말인가. 현우 는 수많은 미국영화에서 코끼리 만한 체구에 문신을 덕 지덕지 그린 질 나쁜 갱들이 우글거리고 매일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미국 교도소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런 곳에서 내가 도대체 살아 나올 수는 있 는 것일까? "예쁘장하게 생겨서 인기가 좋겠는걸?" "글쎄 말야. 엉덩이 간수 잘해야 겠는 걸. 킥킥" 간수들이 하는 말뜻을 아직 현우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말대로 현우는 상당히 귀엽고 어려 보이는 외모였다. 미국에 처음 와서 머리를 기르고 다닌 때는 많은 이들 이 여자로 오인할 정도였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인기가 좋다 는 말은 무슨 뜻일까? 두 시간 정도 초원과 황무지를 달린 끝에 경찰 밴은 세인트 찰스 주립 교도 소에 도착 했다. 교도소는 15미터 정도 되 보이는 높은 콘크리트 담장에 둘 러싸여 있었고 그 위 로는 철조망과 장총을 든 간수가 경비를 서는 초소가 보였다. 기계식으로 열리는 교 도소 정문은 마치 현우를 삼키려는 지옥문처 럼 굉음을 내며 검은 입을 벌렸다. 밴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는 도중 현우는 철망 너머 운동장에서 운동시간을 갖고 있는 수감자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들 하나 같이 험상궂게 생긴 모습에 체구는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프로 레슬러들처럼 우람했다. 그들 중 몇 명이 동양계의 꼬마가 들어오는 것을 발 견하고는 휘파람을 불고 고함을 쳐댔다. 그러자 모두들 좋은 구경거리라도 난 듯 철망 쪽으로 몰려들어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질러댔다. 벌써부터 현우 의 가슴은 두근거리다 못해 쓰려왔다. 저들이 자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 만 같았다. 두려움에 정신은 멍해지고 이마와 등으로는 진땀이 흘러 내렸다. 간수들은 그들을 제지하기는 커녕 같이 키득거리며 이런 시골 교도에서는 드 물게 보는 동양계 꼬마의 등을 곤봉으 로 툭툭 밀쳐댔다. 사무실로 들어간 현우는 간단한 신원확인 절차를 걸친 뒤 어느 어둑한 방으 로 끌려갔 다. 그 곳에는 백인 간수 두 명과 흑인 죄수 한 명이 기다리고 있 었다. "자 이제 10초 내에 옷을 모두 벗어라" 키가 작은 간수가 경찰봉으로 손바닥을 두드리며 매우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 했다. 현 우는 그의 서슬에 위축되어 부끄러움도 잊은 채 서둘러 옷을 모두 벗었다. 하지만 팬 티를 벗어 내릴 때만은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두 간수 가 야비한 눈빛으로 현우의 벗은 모습을 훑어 내리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 이었다. 벌거벗은 채 엉거주춤 두 손 으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서있는 현우에 게 이 방의 시멘트 바닥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 졌다. 현우에게는 난생 처음 절대적인 무력감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옷을 입은 남자 들 앞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나신을 드러낸 채 처분을 기다리는 이 순간이 너무도 굴 욕적이고 절망적이었다. "몸매도 귀엽고 예쁜데. 엉덩이도 토실하고. 키득" "몸에 털도 하나 없는 게 꼭 계집애 같아" "야 돌아서서 엎드려" 현우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간수 옆에서 서있던 죄수가 손에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며 다가왔다. "야이 노랑이 중국 놈아 영어 못 알아들어? 벽 잡고 엎드리란 말야." 그제야 현우는 돌아서서 엉덩이를 내민 채 벽을 잡고 엎드렸다. 깜둥이 죄수 의 차가 운 손이 한쪽 엉덩이를 잡는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항문 안으로 무언가 미끄러운 것이 쑤욱 밀려 들어왔다. "어어억" 깜둥이의 고무장갑을 낀 손가락이 항문 안으로 밀려들어온 것이었다. 현우는 놀라서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 깜둥이의 억센 손아귀가 현우의 목을 잡아 눌렀다. 그 리고는 밀어 넣은 손가락으로 직장 안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 그 안에 혹시 반입 금지 물품을 숨겼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현우는 갑자 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 비참 한 대우까지 받게 된 게 너무도 서글펐 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직장 검사가 끝나자 그들은 현우의 머리를 짧게 밀어내고 샤 워를 시킨 뒤 새 죄수복을 주고 감방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현 우를 일반 감방이 아닌 독방 쪽으로 데려갔다. 현우가 감방 안으로 들어가자 철문 이 철커덕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순간 현우는 벌컥 눈물을 쏟고 말았다 . 항상 스스 로 남자답다고 느껴온 현우였지만 이렇게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 지게 되자 곱게 자라 온 외동아들의 여리고 나약한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현우는 바닥에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내에 엉엉 울고 말았 다. 이제 정말 세상과 단절된 채 낯설고 험한 곳에 혼자 내던져진 느낌이었 다. 이틀간 현우는 그렇게 독방에서 혼자 지냈다. 이틀쯤 지나자 현우는 어 느 정도 감방 생활에 적응이 됐다. 감옥이라고는 하지만 매트리스가 달린 싱 글 침대가 있고 세면대 와 변기가 딸린 두 평 남짓의 방이어서 크게 불편함 은 없었고 게다가 천장 쪽으로는 흑백 텔레비전까지 달려있어 감옥치고는 거 의 호텔 수준이었다. 식사도 그리 나쁜 편 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다행스 러운 것은 자신이 다른 죄수들과 섞여 지내지 않아 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짐승들과 섞여 지냈다면 아마 무슨 일을 당하 게 됐을 지 누 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교도소 목욕탕에서는 절대로 바닥에 떨어진 비 누를 집어서는 안된다는 우스 개 소리를 여러번 들은 터라 다른 미국인 죄수들에 대 한 현우의 두려움은 더 컸다. 현우가 교도소에 도착한지 사흘째 되던 날 간수가 현우를 불러내 소장실로 데려갔다. 소장실은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가구들로 가득 찬 밝고 멋진 곳이었다. 전화를 받고 있던 소장은 현우가 들어가자 간수에게 턱짓으 로 나가있으라고 지시했다. 소장이 계 속 통화를 하는 동안 현우는 소장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185센티 정도의 키 에 어깨가 떡하니 벌어진 당당한 체구의 그 남자는 이미 나이가 쉰은 되 보였지만 짧 게 자른 머리와 강인해 보이는 턱,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매 때문인지 매우 역동적 이고 정 력적인 느낌을 주었다. 소장 역시 통화를 하면서 눈을 위아래로 굴리며 현우 의 온 몸을 훑어보고 있었다. "자 이리 가까이 와" 통화가 끝나자 소장이 턱짓으로 현우를 불렀다. "넌 그러니까...코리안이고 마약 소지죄로 6개월형을 언도 받았군 그래." "예" "여기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거야. 말만 잘 듣는다면 말야." "..." "어 때 방은 맘에 드나? 내가 널 위해 특별히 그 방을 주라고 한 거야. 너도 알다시 피 저쪽 일반 죄수동 녀석들은 매우 거칠거든. 너 같은 동양 꼬마가 그 곳에 있게 된 다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구." "감사합니다." "뭘 고맙기는. 그리고 넌 네가 읽고 싶은 책도 읽을 수 있을 거고 그밖에 원 하는 것이 있으면 담당 간수에게 말해서 구할 수 있을 거야. 아가야" 현우는 이 친절한 소장이 마치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아빠 같다고 나 할까? 하지만 왜 이렇게 그에게 친절한 걸까. 그리고 베이비라는 호칭도 맘에 걸렸 다. 아무리 어려 보이는 동양인이라지만 현우는 그래도 이미 스물 한 살이었 다. "근데 왜 이렇게 제게 친절하신 거지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나도 네게서 뭔가 얻는 게 있을 거 아냐 그렇지?" 소장은 능글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현우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솥뚜껑 만한 손으로 현우의 손을 잡아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가져갔다. "예를 들면 그 예쁜 입하고 통통한 엉덩이를 내가 가질 수 있겠지? 현우는 질겁을 하여 손을 뿌리치며 물러섰다. "이러지 마세요. 전 게이가 아니예요." 소장은 순간 당황한 빛을 보였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으면서 말했다. "오 그래. 나도 게이를 좋아하는 건 아냐. 예쁜 트랜스를 좋아하는 편이지. 너 같이 예 쁘장한 아이라면 여자로 예쁘게 꾸미고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 을 거라고 기대를 했 는데 실망이군."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전 그런 거 싫어요." "그래? 으음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 보호가 필요 없다고 거절한다면 나도 강요하지 는 않겠어. 이봐 간수" "예" 문 밖에서 기다리던 간수가 방으로 들어왔다. "동양계 꼬마라고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겠어. 이 친구를 일반 감방으로 들 여보내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무기수 감방으로 보내진다는 말을 듣는 순간 현우의 마음이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설사 거기에 가서 죽도록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호모 짓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 다. 현우는 자기의 행운이 너무 쉽게 끝나는데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 "행운을 빈다. 귀여운 아가야." 2. 일반 죄수동 현우가 감방 복도를 따라서 연이어 있는 대여섯개의 쇠창살문을 지나갈 때마 다 등뒤 에서 큰소리로 철커덩거리며 문이 닫혔다. 그 때마다 현우는 마치 자기 가슴이 무너 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반 죄수동으로 들어서자 감방 에 갇힌 죄수들이 새로운 구경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휘파람을 불며 소 란을 피웠다. "어이 동양 꼬마야 나랑 한번 즐겨볼까?" "여어 엉덩이가 예쁜데." "이리와 이 오빠가 머리통부터 자근자근 씹어줄게" 몇 명은 창살 밖으로 팔을 내밀어 현우를 잡으려고 하다가 간수의 경찰봉에 맞고서야 움츠러들었다. 마치 현우는 지옥에 온 기분이었다. 죄수동의 3층 끝 쪽에 도착하자 간 수가 감방 문을 열었다. "들어가" 현우는 두려움 속에서 어둡고 컴컴한 감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누군 가가 길게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현우의 등뒤로 다시 감방 문이 쇳소리를 내며 닫혔다. "잘 해 보라고 빌리. 소장님의 선물이야 낄낄." 간수가 돌아간 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번쩍거리는 두 눈은 연 신 현우의 몸을 쓸어보고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감방 안쪽의 죄수는 어둠 속에서 먹이감을 노리는 맹 수처럼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기만 할뿐이었다. 현우는 자리에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엉거주 춤 그의 눈앞에 초라히 놓여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무슨 일 이고 빨리 일어났으면 할 정도로 현우의 신경이 긴장감으로 피로해질 무렵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어" 현우는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커다란 산처럼 생긴 검은 괴물을 보고 뒷걸음질 을 쳤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는 산이었다. 키는 190이 넘어 보였고 몸무게 도 150킬로그램은 넘어 보였다. 게다가 그의 검은 팔뚝은 현우의 허벅지와 비슷한 굵기였다. "꼬마야 이리 오련. 내가 예뻐해 줄게" 어둠 속에서 씨익 웃으며 드러나는 그의 하얀 이빨이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현우는 계속 뒷걸음을 쳤지만 이내 철창에 막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그 깜둥이의 손이 현우의 멱살을 잡았는가 싶더니 이내 현우의 몸은 간이침 대 위로 내던져 졌다. 그리고 그 검둥이는 현우 바로 위에 있는 이층 간이 침대의 철봉 난간 을 두 손으로 잡고 구부리기 시작했다. "철컥. 끼기긱" 그가 엄청난 힘을 과시하는 동안 현우는 아예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깜둥이 거인은 반정도 구부러진 철봉을 잡은 채 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베이비, 난 아주 오래 굶은 사람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어쩔까. 내가 이 손 으로 너를 흠씬 두들겨 패고 뼈를 몇 개정도 부러뜨린 뒤에 할거 야 아니면 순순히 지 금 그 자리에 엎드려서 엉덩이를 벌리고 할거야?" 현우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덜덜 떨고만 있었다. 이 깜둥이 는 자기를 그대로 씹어 삼켜버리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빌리는 현우의 침묵 을 동의로 간주하고 는 그 어마어마한 두 손으로 현우를 잡아 침상 위에 뒤 집어 엎어놓고 바지를 벗기기 시작하였다. 현우는 반항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공포심에 사로잡힌 그의 몸은 전 혀 움직여줄 줄을 몰랐다. 침대에 기대어 엎드린 그의 엉덩이에서 바지가 벗겨져 나 가고 팬티도 무릎 으로 내려졌다. 엉덩이가 썰렁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현우는 곧 당하 게 될 일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게다가 아직 밝은 낮이었으므로 간 수중 누군가는 자기가 엉덩이를 드러낸 채 엎드려있는 모습을 볼 거라는 생각도 들었 다. "제발..." 현우는 깜둥이의 두 손이 자기의 볼기를 단단히 잡고 벌리는 것을 느끼며 다 시 한번 사정을 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내 깜둥이의 주먹만한 귀 두 끝이 항문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다보니 자기의 팔뚝만큼 크고 검은 자지가 곤두선 채 자기의 엉덩이 사이로 파고 들어올 준비를 마치고 있 었다. "안돼요, 아아악" 그는 예고도 없이 그 무시무시한 연장을 현우의 엉덩이 사이로 쑤셔 넣었다. 현우는 순간 눈에서 불이 번쩍하고 엉덩이 전체가 불로 지져지는 듯한 통증 을 느끼면서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현우는 죽을 것 같은 통증 속에서 몸 부림을 쳤지만 깜둥이의 두 손은 여전히 그의 엉덩이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 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자 지가 점점 더 깊이 현우의 엉덩이 속 으로 밀려들어오자 이제 고통은 항문 뿐 아니라 내장 깊숙한 곳으로까지 퍼 져갔다. "아악 그...그만 제발 그만..." 현우는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그의 자지에 꿰인 채 한 손을 뻗어 깜둥이를 제지하며 밀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우의 두 눈으로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통과 수 치심이 교차되면서 현우의 눈물은 얼굴을 타고 폭포처 럼 쏟아졌다. 현우는 항문이 파 열되어 피가 흐르고 있는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아흐~ 퍼킹 굿~" 녀석은 그 무시무시한 자지를 뿌리까지 삽입한 뒤 현우 엉덩이의 긴축감을 즐기며 길 게 신음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현 우의 엉덩이 안으로 펌프질을 시작했다. "어억 어억" 현우는 고통을 참으려 침대 시트를 꽉 잡고 엎드려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 근처의 죄수들과 간수들이 자기의 신음 소리를 듣게 될 것이 두려웠다. 시 간이 지나면서 현 우의 항문이 이완되었고 삽입의 고통은 덜해져갔다. 하지 만 대신에 현우는 그의 자지 가 드나 들 때마다 엉덩이와 내장에서 느껴지는 울렁거림에 메스꺼움을 느껴야 했다. 얼마 뒤 그 깜둥이는 점점 빠르게 펌프 질을 하기 시작했다. 현우는 항문이 다시 아파 왔지만 그래도 빨리 그가 일 을 끝내기만을 빌며 눈을 감고 참았다. 이내 그가 현우의 엉덩이로 몸을 밀 착시키더니 깊은 신음 소리를 내며 사정을 시작했다. "아흑~흐" 현우 엉덩이 안에서 그의 자지가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지고 이내 미 지근한 무 언가가 배 안으로 가득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깜둥이는 사 정하면서도 계속해 서 펌프질을 했다. 정액으로 윤활된 현우의 항문은 처음 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사정을 마친 깜둥이가 현우의 몸에서 빠져나가 자지 에 묻은 정액을 현우의 엉덩이에 문질러 닦고 바지를 추스려 입은 뒤에도 현 우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는 채로 그렇게 침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 엉덩이 사이로 그가 쏟아낸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 껴졌다. 손가락으 로 그 곳을 만져보니 현우의 항문은 여전히 입을 벌린 채로 정액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그 곳에 닿을 때마다 매우 쓰리고 아파 왔다. 빌리 가 건넨 휴지로 엉덩이 사이를 닦으려 했지만 너무 쓰라려 포기하고 그냥 옷 을 입었 다. 빌리가 위층 침대에 누운 뒤 현우도 아래층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 다. 잠이 오지 않았다. 자신이 경험한 오늘의 비참한 일이 불현듯 생각날 때 마다 스스로가 혐 오스러웠고 위층의 깜둥이를 죽여버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녀석은 괴물이었고 그에 비하면 현우는 겨우 170센티의 키에 56키로 정도밖 에 안되는 꼬마에 불과했다. 게다 가 내일은 또 어떨지, 아마도 또 오늘 같 은 일이 계속되겠지. 생각할수록 두렵고 끔찍 했다. 차라리 소장의 말을 듣 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조차 했다. 그의 말을 들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끔 찍한 고통을 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 이었고 다시 돌이킬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현우는 빌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다들 휘파 람을 불 거나 손가락으로 음탕한 시늉을 하며 현우를 희롱했지만 그들도 빌 리를 무서워하는 듯 직접 현우를 괴롭히지는 못했다. 현우는 여러 명에게 그 짓을 당하지는 않아도 되 겠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저만치에서 노랑머리 의 비쩍 마른 백인 하나가 빌리에게 다가 가더니 현우를 슬쩍 바라보고 능글스러운 웃 음을 지으며 뭔가를 빌리에게 내밀었다. 빌리가 고개를 내젓자 그는 다시 한번 뭔가 를 빌리의 손에 쥐어 주었다. 손안의 것을 확인한 빌리는 씨익 웃고 노랑머리와 손을 마주치고는 그와 함께 현우에게로 왔다. "딱 10분이야." "오케이" 현우는 그들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내 빌리의 손에 쥐어진 담배 몇 가치를 보고는 그들 사이에 벌어진 거래를 눈치챘다. "빌리, 안돼 난 싫어." "되고 안되고는 내가 결정하는 거야. 이 창녀 년아" "난 창녀가 아니야" "넌 어젯밤부터 내 소유의 창녀야. 그것도 아주 더러운 갈보 년이지. 넌 내 가 시키면 여기 누구와도 잠자리를 해야돼 알겠어 이 더러운 보지야?" 현우는 빌리가 흔들어 대는 그 무지막지한 주먹에 질려 더 이상 항의조차 할 수가 없 었다. "이리와 예쁜이. 난 좋은 사람이야 잘 친해 보자구" 노랑머리는 현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끌다시피 해서 자기의 감방으로 데 려갔다. 몇 분 뒤 현우는 엉거주춤 한 자세로 비틀거리며 자기의 감방으로 돌아왔다. 어제 상 처 난 부위가 다시 찢어지면서 여전히 벌어진 항문으로 정액과 피가 섞여 흘러내렸 다. 현우는 휴지로 엉덩이 사이를 누르며 침상에 기대어 엎드려 있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몇 번이나 이런 일을 당하고 나야 이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가게 될까. 도 대체 여기를 살아서 나가는 것 이 가능하기는 할까? 항문에서 느끼는 고통보다 더 심 한 마음의 고통이 느 껴졌다. 그 다음 두 주가 지나는 동안 현우는 자기의 몸을 스쳐간 사내들의 숫자가 몇인지 조 차 헤아리기 힘들었다. 거의 매일 적어도 한 두 명은 현우의 바지 를 벗기고 그의 엉 덩이 사이로 자지를 쑤셔 넣었다. 그 때마다 현우의 늘어 진 항문에서는 정액이 흘러 내려 바지를 적셨지만 다행히 거기에 섞여 흐르 던 피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현 우의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만 큼 정신적인 고통도 줄어갔다. 이제는 낯선 죄 수가 자기의 바지를 벗기고 올라타더라도 그는 그저 덤덤히 다리를 들어 올려주거나 엉덩이를 들어주며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었다. 죄수들은 현우를 노란 보지(yellow pussy)라고 부르거나 허니(honey)라고 불 렀고 그와 한번 즐 기기 위해 순번을 정해가며 기다렸다. 현우가 그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작고 가녀 린 체구에 매끈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그가 미국인의 눈에 여자처럼 느 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동성애자가 아닌 죄수들도 현우와는 거부감 없이 관계를 갖는 듯했다. 이제 현우는 그의 의지와는 상 관 없이 이 교도소 의 공인된 창녀가 된 것이다. 그 것도 겨우 담배 몇 개피에 몸을 파는 아주 값싼 게이 창녀가 말이다. 3. 새로운 모습 소장이 현우를 부른 것은 그가 일반 감방으로 내려간 뒤 거의 세주 정도가 지난 뒤였 다. 소장실에 호출을 받은 현우는 이미 소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 게될지 대충 예상하 고 있었다. 소장은 현우의 수척한 얼굴을 보더니 만족스 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간 수를 나가있도록 했다. "그래 수감 생활은 어땠니 아가야. 동료들이 잘 대해주던?" "..." "이런. 날 원망하는 게로구나." "...아니요" "너도 날 이해해줘야 해. 나는 아내도 없는 몸으로 초로의 나이에 이 삭막한 곳에서 혼자 지낸단 말이야.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이해할 수 있겠지?" "예" "응 그래 이제야 말을 알아듣는구나. 이리 오렴" 소장은 현우를 두 팔로 당겨 품에 안아 주었다. 그의 가슴은 너무도 넓고 편 안했다. 게다가 감방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달콤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느껴졌 다. "그럼 이제는 날 위해 예쁘게 꾸미고 또 잠자리에서 날 즐겁게 해줄 수 있겠 지?" "...예" "좋아. 예쁜 아가야. 그럼 지금 내게 존경을 표시해 보겠니?" "예?" "예쁜 여자아이는 언제나 자기가 존경하는 남자의 자지를 빨아주는 거란다. 그리고 존 경의 뜻으로 그가 입안으로 흘려 넣어주는 정액을 받아 달게 마시 고 말야. 알겠니?" "예..." "자 어서" 소장이 현우의 어깨를 누르며 재촉했다. 현우는 순순히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앉 았다. 아직 입으로 남자의 자지를 빨아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차 피 버린 몸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무런 거리낌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우는 금빛 사자 장식이 달린 소 장의 고급스런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그리 고 팬티를 약간 밑으로 벗겨 내리자 소장의 자지가 털썩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직 발기가 되지 않은 그의 자지는 10센티 정도의 길이에 굵기도 보통 정도 였다. 현우는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조심스레 그의 자지를 두 손으로 받아 쥐 고 눈을 감은 채 그 끝부터 입안으로 넣었다. 현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전에 숱한 여자들과 어울리면서 늘 받아온 오 랄이었기 때 문이다 다만 이제는 스스로가 오랄을 해주는 입장에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이 었다. 현우는 입안으로 귀두 끝을 물고 혀로 귀두 가장자리를 빠른 속도로 핥아주 었다. 소장의 자지가 단단해지고 그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오자 현우 는 자기의 처지도 잊은 채 뿌듯함을 느꼈다. 이렇게 우람하고 멋진 중년의 남자가 자기의 혀끝 에서 꼼짝 못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여자들만이 느끼는 성적인 지배력이랄까? 현우는 좀더 적극적으로 혀와 입술을 움직여 그를 자극했다. 소장은 의외로 오래 견디지 못 하고 그의 입안에서 무너졌다. 소장은 현우의 뒷머리를 잡은 채 현우의 입안에서 벌 떡이며 정액을 토해냈다. 미지근하고 미끈거리는 소 장의 정액이 마치 요플레처럼 현 우의 혀에 엉겨 붙었다. 그 맛이 좀 느끼하 기는 했지만 의외로 달콤하고 짭짜름하니 싫지 않은 느낌이었다. 현우는 이 미 암시 받은 대로 그의 정액이 흘러드는 대로 그대 로 삼켜 버렸다. 그리고 그의 자지가 사정을 멈추자 혀와 입술로 그의 자지를 깨끗이 핥아낸 뒤 입을 벌려 그에게 모두 삼켰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소장은 감격한 표정으 로 현우 를 일으켜 세워 깊이 포옹해주었다. "요 예쁜 것. 너는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이제는 내가 널 지켜주마. 넌 내 전용 창녀야 알았니?" 현우는 그의 품안에 안긴 채 안도감을 느꼈다. 여기 교도소에서는 그가 왕이 었다. 그 가 보호해준다면 더 이상 숱한 사내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냄새나고 딱딱한 침 상에서 자지 않아도 좋았다. 현우는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고마움을 느끼며 두 팔을 소장의 등뒤로 뻗어 안고 그의 가슴에 머 리를 기대었다. 남자에게 의지하는 여 자의 안도감과 행복감이 이런 건가 하 는 느낌이 들었다. 현우는 더 이상 걱정이나 고 민을 하지 않아도 좋을 거 같았다. 모든 걸 그 에게 맡기면 만사가 잘 되나갈 것이라 고 믿고 싶었다. 행복했다. 현우는 그 날로 다시 전에 이틀간 지냈던 독방으로 돌아왔다. 넓고 깨끗한 독방으로 돌 아와 혼자 있게되자 현우의 마음은 한없이 기뻤다. 이제는 일반 죄수동의 더 럽고 험상궂은 녀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된 것이다. 텔레비전을 켜고 침대에 누 워 방금 갈아 낸 원두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란 무엇과도 비 교할 수 없었다. 방에서 달라진 것이라곤 침대 옆으로 새로 놓인 커다란 거 울 하나 뿐이었다. 마음이 푸근해 진 현우는 앞으로는 더 이상 소장님을 기 분 상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 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다시는 일반 죄수동으로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의 행복이 너무도 소중 했기 때문이다. "이봐 옐로푸시. 소장님 선물이다" 간수가 커다란 박스 하나를 들고 와서 현우의 감방에 내려놓았다. 간수의 눈 은 의미 심장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고마워요." 간수가 나간 뒤 현우는 기대감에 부풀어 그 커다란 박스를 풀기 시작했다. 겉 포장을 보니 우편 주문된 물건들이었다. 소장이 새로 생긴 꼬마 애인에게 선물한 것은 무엇 일까? 박스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여자 옷가지와 가발, 그 리고 화장품들이 가지런히 담겨있었다. 현우는 그것들을 보는 순간 소장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 다. 아무리 무너진 남자로서의 자존심이었지만 여전히 여자 옷을 입는 다는 것은 쉽 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 다. 그가 뭘 원하든 현우는 그의 뜻을 따라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현우는 우 선 박스 안에 들은 옷가지들을 하나씩 꺼 내어 침상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 침대 머리맡으로는 순백색의 레이스 달린 팬티와 브레지어가 놓였고 그 옆 으로는 가 슴부분이 깊이 파인 실크 란제리가 놓여졌다. 색색의 팬티 스타킹 은 포장된 채로 베 개 위로 늘어놓았다. 은은한 상아색 블라우스와 여성용 티셔츠, 그리고 얇은 연두색 스웨터가 침대 가운데 놓였고 진청색의 얇은 치 마와 초미니 스커트 한 벌은 침대 끝 에 놓였다. 마지막으로 박스 안에서 꺼 낸 우아한 정장 드레스는 벽에 걸린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다 펼쳐놓고 보 니 칙칙하던 감방이 갑자기 환해진 느낌이 들었다. 옷 하 나 하나가 너무도 멋지고 산뜻해 보였다. 파란 줄무늬의 칙칙한 수인 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 었다. 현우는 이 예쁜 옷들을 입어보고 싶은 자발적인 욕망을 느꼈다. 이 옷 을 입 으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느껴졌다. 현우는 창살 밖을 한 번 힐끗 보고는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버리기 시작했다. 누 렇게 절은 팬티까지 모두 벗어버린 현우는 화장실의 샤워기로 가서 몸을 깨끗이 씻은 뒤 다시 침대 곁으로 왔다. 현우가 처음 집어든 것은 레이스 팬티였다. 손에 닿는 매 끈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거의 환상적이었다. 팬티를 발목에 걸치고 될 수 있는 한 천 천히 엉 덩이 부분으로 끌어 올렸다. 매끈한 실크의 감촉을 다리 전체로 느껴보고 싶 었기 때문이다. "아~" 실크 팬티가 다리를 스쳐 올라가는 느낌은 온 몸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자 극적이고 기분 좋았다. 탄력 있는 팬티가 사타구니에 착 달라붙는 순간 현우 의 자지가 약하게 발기하기 시작했다. 현우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 았다. 팬티 앞부분이 지나치 게 앞으로 튀어나온 것만 빼고 나면 현우의 하 체는 영락없는 여자의 날씬한 몸매 그 것이었다. 현우는 팬티 위로 자기의 자지를 매만져 보았다. 단단해진 자지로 기분 좋 은 느낌이 전해진다. 현우 는 베개 위에서 커피색 팬티스타킹을 집어들어 봉투를 열고 꺼내 신기 시작 했다. 팬티 스타킹의 까칠한 감촉은 팬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탄 력 있 는 스타킹이 발과 발목, 종아리 그리고 허벅지로 말아 올려지면서 현우는 두 다 리를 애무 당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팬티스타킹을 입고 난 현우의 하 체는 적당히 조여지고 균형이 잡혀 아까보다 더 늘씬해 보였다. 게다가 숱은 적지만 여전히 현우 의 다리 여기저기에 난 털을 감추어줘 더욱 섹시한 느낌 을 주었다. 다리털 면도를 해 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현우는 브레지어를 집어들었다. 안으 로 커다란 심이 들어간 브 레지어였지만 정작 입고 보니 제대로 모양이 나오 지 않았다. 현우는 브래지어 컵 안 으로 휴지를 여러 장 집어넣어 겨우 모양 을 만들었다. 거울 속의 현우는 이제 가슴까 지 갖춘 영락없는 여자의 몸매 였다. 이리 저리 몸을 돌리며 거울을 들여다보던 현우 는 어느새 자기의 몸 매에 반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너무 섹시한 몸매야. 어쩌지?' 기분이 유쾌해진 현우는 속옷 위로 블라우스와 긴치마를 입어보았다. 매우 단정한 모 습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거울 속으로 보였다. 하지만 짧은 머리 때문인지 아니면 화 장을 안한 탓인지 어딘가 전체적으로는 부자연스러워 보 였다. 박스에서 긴 생머리 가 발을 꺼내 머리에 써보았다. '아~' 이제야 확실히 거울 속의 현우는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면서 나무랄 데 없 는 예쁜 아가씨의 모습을 갖추었다. 엉덩이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섹시한 표 정을 지어보기도 하면서 현우는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을 즐겼다. 밖에 서라면 변태적인 행동이라 고 꺼릴 짓이었겠지만 권태롭고 삭막한 감방 안에 서는 이만큼 자극적이고 즐거운 놀 이는 없을 것 같았다. 내친 김에 현우는 화장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거울 앞으로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화장을 시 작했다. 사실 현우는 화장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사귀던 여자들 의 화장 방법을 기억해가며 흉내를 내보는 정도였다. 현우는 우선 면도기로 얼굴의 털을 꼼꼼히 밀어냈다. 그리고 얼굴 전체에 파운데이션 크림을 듬뿍 발랐다. 손끝으로 닿는 피부의 감촉이 상당히 부드러워진 뒤 현우는 그 위로 케이크 를 고루 펴 발라주 었다. 다 바르고 나니 현우의 얼굴은 온통 하얀 것이 가 부키 배우같이 보였다. 너무 많이 바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처음 해 보는 화장이기에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색조화장을 시작했다. 뺨에는 붉은 색조의 케이크를 옅게 바르고 눈두덩이에는 보라 색의 아이새도우를 가볍게 발랐다. 그리고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을 직접 바른 뒤 붓 으로 입술 라인을 선명하게 그려줬다. 이제 거울 속에 비치는 현우의 모습에서는 예 전의 남자다운 현우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눈썹 정리를 하고 마스카라 까 지 바르고 난 뒤 거울 에 비춰본 현우의 얼굴은 매우 육감적인 입술을 가진 섹시한 여 자의 모습이 었다. 하지만 아직 화장술이 모자란 탓인지 왠지 천박해 보이는 것이 흠 이 었다. 현우는 정신을 잃은 채 멍하니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아무 리 보아 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 에 반할 것만 같 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도 보고 일어서도 보고 빙글 돌 아보기도 했다. 어떻게 보 아도 너무 예뻤다. 현우는 마치 다른 여자의 모습 을 보고 있는 듯했다. 현우는 색다른 만족감에 젖어 의자에 앉은 채 거울 속 의 자기 모습을 오랫동안 즐겼다. 여자 옷을 입은 탓인지 저절로 두 무릎을 모으고 단정히 앉게 되었고 손놀림 하나 까지도 전과 는 달라 보였다. 예쁜 여자 옷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현우는 문득 여자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 다. 이렇게 예쁘고 부드러운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는 여자들은 얼마나 행 복할까. 게다가 이런 예쁜 차림으로 무수한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느낌은 얼 마나 더 짜릿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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