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 여자 호프집 여자. 호프집 여자 <2> 술에는 장사가 없다. 하지만 난 그 말을 부정하며 살았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할아버지 때부터 주당들의 집합체였다. 할아버지는 술을 너무 드시다가 간경화로 돌아 가셨고 아버지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서 간을 헤치고 있는 병마와 투병중이시다. 시시콜콜하게 소주 한 두병에 취할 것 같으면 난 술을 마시자는 제의를 거절한다. 소주를 최소한 서너병 정도는 마실 수 있어야만 사람들은 나와 술을 마실 수 있다. 호프를 얼마나 마신 것일까? 정신이 아찔하다. 자꾸 내 천사가 두 명으로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자정을 넘긴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손님들이 오갔고 안주도 몇 접시가 왔다 갔다 했다. “저...저...꺼억 저기요. 안, 안, 안주 아니 계,계, 계산서요.” 어렵게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다 가 버리고 나 혼자 앉아 있었다. “어머 정말 술 많이 드시네요.” 그녀가 계산서를 가지고 오면서 내 옆에 바싹 다가와 앉았다. 아무리 술에 취해 있어도 느낄 수 있는 그녀의 허벅지 살들.... 내 허벅지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엔 최소한 두 겹 이상의 천이 가려져 있었지만 난 그녀의 체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순간 술이 확 깼다. 그녀의 허벅지 살 때문이 아니었다. 계산서 때문이었다. 35만원.... 무슨 호프집에서 혼자 먹은 술값이 35만원이란 말인가..... 내가 단란주점이나 룸싸롱에라도 왔단 말인가? 난 그녀의 어디도 만진 기억이 없었다. 내가 계산서를 보고 고민하는 사이 그녀가 덧붙인다. “안주 값은 1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호프를 5만CC 넘게 드셨어요.” 그렇다. 너무 많은 술을 마셨다. 화장실 다니기를 한 스플 네 번 정도 그리고 내가 본 손님들만 열댓 그룹이었으니......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마냥 앉아서 마셨다. 그녀도 좋아했기 때문에 누구도 피해 본 사람은 없었다. 나도 피해보지 않았다. 단지 내 마누라가 피해자였을 것이다. “이 정도 매상이면 한번 줘도 되는 거 아냐?” 난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당기며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속에 있는 말을 해 버렸다. 이미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고 후회가 되었다.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오늘 많이 취하셨어요.” 당연한 대답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난 혹시라도 좋다고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방망이질 치기도 했다. 힘없이 터덜거리는 내 발걸음..... 그 뒤에 또렷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이번 주말에 한번 시간 내 볼 께요.” 지성이면 감천이고 또 사필귀정에다가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성취감 동방불패등 모든 좋은 말들이 생각났다. 이번 주말이면 난 양귀비를 품에 안는다. 아니 옹녀인가? 변금련? 어우동이 맞나? 옥동자같기도 하고....옥동자는 아니군...... 크하하하하..... 그렇다. 클레오파트라라고 해 두자.... “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