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8월의 찌는듯한 화요일 오후다. 김창식, 이기철, 그리고 정대식은 거리를 활보하며 무슨 건수가 없을가 기웃거리고 있 었다. 이들은 모두 20세다. 고등학교때 3인방이라 불리우는 악명높은 문제아들이었 다. 공부를 워낙 못했기 때문에 대학은 일찌감히 포기했었다. 고등학교 졸업후 이들 은 절도짓을 해가며 돈을 마련해 유흥비로 탕진하며 하루하루를 생각없이 사는 그야말 로 막가파였다. 창식이와 기철이는 짜증을 냈다. "아이 왜 이렇게 덥냐? 짜증나내" "돈도 떨어지고. 뭐 재미나는일 없냐? 머리들 좀 굴려봐." 그때였다. 대식이가 소리쳤다. "야1 저거 선생님아니야?" 둘은 대식이가 가리키는 사람릉 처다보았다. 슈퍼에서 장을 들고 나오는 여자는 고3 때 3인방의 담임이었던 서지숙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이시간에 여기 왜 있냐?" "이 바보야 지금은 여름방학이잖아" "그럼 보충수업에 있어야지" "이런 또라이! 음악선생이 보충수업하는거 봤냐?" "그렇구나" 졸업한지 1년반이나 되어서 학교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는 생각도 잘안났다. 어느새 선생님은 이들 가까이 다가왔다. "어! 너희들!" [이런 젠장]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3인방은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했다. "너희들 여기는 왠 일이냐?"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선생님은 3인방을 못마땅히 훑어보았다. "너희들 아직까지 붙어다니냐?" "....." "그래 요새 뭐하니?" "취직을 알아보고 있어요" "취직은 무슨. 같이 붙어다니는걸 보니 알만하다. 또 어디서 나쁜짓하면서 돌아다니 지?" "아니예요" "뭐가 아니야? 안봐도 훤해. 부모님들이 불쌍하지도 않니? 이제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아라" 그러면서 선생님은 가버렸다. 3인방은 이를 갈면서 선생님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어쩌면 저 성질은 하나도 안 변했냐?" 학교다닐때 담임선생은 3인방을 무척이나 괴롭혔다. 매일 학급친구들앞에서 3인방때 문에 학급성적이 안 오른다, 공부하는 애들 물 흐린다 하면서 야단을 첬었다. 그리고 툭하면 부모들을 불러 고자질하고 야단을 첬었다. 그런날이면 집에가서 부모들한테 죽를정도로 맞았다. 갑자기 창식이가 말했다. "너희들 따라와봐" "왜?"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 3인방은 선생님의 뒤를 밟았다. 선생님은 어느 한 아파트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따라온 3인방이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바라보니 엘리베이터는 9층에서 섰다. 창식이는 급히 우편함으로 달려가 편지들을 뒤졌다. "찾았다!" 창식이가 들고있는 편지에는 서지숙님 귀하라고 적혀있었다. 편지는 901호 통에서 나 왔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복수해야지. 그동안 우리가 당했던것을." 기철이와 대식이는 창식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흐흐 그거 재밌겠다"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그런데 선생님 남편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나한테 맡겨" 창식이가 901호 우편함에 있느 편지들을 보니 대부분의 편지에는 임국호라는 이름이 있었다. "임국호가 남편인가봐" 창식이는 근처의 공중전화박스로 달려갔다. 나머지 둘도 창식이를 쫓아갔다. 마침 전화번호부책이 박스에 있었다. 창식이는 주소와 일치하는 임국호를 찾았다. 그리고 그 전화번호를 걸었다. 선생님이 받았다. "여보세요?" 창식이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거래처인데 임국호씨 안 계시십니까?" "네. 그이는 해외출장을 가서 목요일 오후에 들어오시는데요. 급하시면 회사로 전화해 보세요" "어이구, 제가 명함에 있는 댁전화를 회사전화로 착각했군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렇게 전화를 끊은 창식이는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남편은 출장가서 모레 오후에 온데" "그거 잘됐다. 하여튼 네 잔머리는 알아줘야 해" "이제 어떻게 하지?" 창식이는 시계를 보고 말했다. "지금이 4시니까 한시간후에 가자." 3인방은 들떠서 아파트 주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숙은 전화를 끊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지숙은 41세의 두 아이를 둔 엄 마였다. 큰 딸 정애는 17세로 고2고 아들인 정태는 15세로 올해 중3이었다. 다행히 두 아이들은 알아서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들이었다. 4살위인 남편과의 18년동안의 결 혼생활은 행복했다. 잠시 친구들과 헤어지고 장을 보고 나오다 마주친 3인방생각이 나오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교사생활 19년동안 그런 문제아들은 없었다. 어느 교사 한테나 그들은 악몽이었다. 그들이 졸업했을때 지숙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다. 지 숙은 3인방을 생각하기도 보기도 싫었다. 그런데 오늘 마주친거다. [재수없게 그것들하고 마주칠게 뭐야] 지숙은 반팔티와 면바지로 갈아입었고 거울을 봤다. 그렇게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키 165에 36-24-34의 훌륭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먹었음에도 불구하로 얼굴 에 약간의 잔주름이 있을뿐 피부는 아직 탱탱했다. 안방을 나온 지숙은 정애의 방으로 갔다. 정애는 지숙과 같은 키로 다행히 잘 생긴 남편을 닮아 그런대로 예뻤다. 이제 가슴은 성인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반팔티와 반 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엄마 오셨어요?" "그래 정태는 아직 독서살에서 안 왔니?" "네" "많이 덥지?" "견딜만해요" "시원한 주스 갖다주마" 지숙은 정애에게 주스를 갖다주고 다시 부엌으로 와 장을 본 것들을 냉장고에 집어넣 고 저녁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났다. [아참. 아까 오다가 우편물을 안 챙겼네] 지숙이 현관으로 가는데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신문대금 받으러 왔읍니다" "저번주에 줬잖아요" 그러면서 아무생각없이 현관문을 열다가 깜짝 놀랐다. 3인방이 서있었다. "아니 너희들?" 3인방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흐 선생님께 아까 못한 인사를 제대로 할려고 왔어요" 그러면서 지숙을 밀쳐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 하면서 지숙은 3인방을 막았으나 키 178이 넘는 건장한 세 청년들을 혼자서는 막을수 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