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그리고 그들 남편,그리고 그들6. 혼란의 시작 남회장에게 치욕을 당했던 날, 그는 욕실로 향하던 나를 세워두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리고는 어음 연기를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초대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그 말이 바로 우리집으로 저녁 초대를 해달라는 것이었다니, 그 순간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졌다. 물론 눈치를 미리 챘더라도 그가 오겠다는 것을 막아낼 방법은 없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저녁 준비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의 고민 정도는 덜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남편은 출근을 하면서도 오늘 저녁 준비 좀 잘해달라고 거듭 당부하였지만, 쉽사리 장을 볼 엄두가 생겨나지 않고 있었다. 박이사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어찌해야 되는지 상의를 하고 싶었지만 끝내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남회장의 저녁 초대 시간에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이사를 더 깊이 끌어들인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박이사와의 관계도 정리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오전 내내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저녁 준비를 안 하거나 소홀히 한다면,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는 남편에게 의심만 사는 것이겠다 싶어 집을 나서 마트로 향했다. “띵동! 띵동!” 남편의 얼굴이 인터폰 화면에 떴다. 당연히 남편의 뒤나 혹은 그 옆에는 남회장이 서 있을 것이었다. 열림 버튼은 눌러 현관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심장이 떨려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띵동! 띵동!” 다시 현관벨이 울렸다. 여전히 하얗게 칠해져버린 머리 속을 정리도 못한 채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왜 이렇게 늦게 문을 열어?” 남편이 현관에 들어서며 약간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의 뒤를 한 발자국 뒤쯤에서 남회장이 따르며 들어섰다. 순간 남회장과 눈이 마주쳤지만 곧바로 눈을 피해 고개를 틀었다. “하필 욕실 정리할 때 오셔서 좀 늦었어요. 미안해요. 여보!” “아! 인사드려! 남경식 회장님이셔!” 남회장이 남편의 소개를 받자 과일 바구니 하나와 백장미와 붉은 장미가 섞인 큼지막한 꽃다발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꽃다발을 내민 손에는 사채업자 백이라고 불리우는 루이비통의 맨스백이 들려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남경식이라고 합니다. 사모님께서 꽃을 좋아한다고 하셔서....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 남회장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처럼 천연덕스럽고 정중하게 인사말을 건네 왔다. 적어도 남회장과 집에서의 첫 대면은 누가 보더라도 일상적인 인사말로 시작되고 있었다. 거실 한가운데에 차례 때 쓰는 상을 펼치자 남편과 남회장이 마주보고 앉았다. 주방과 거실을 오가며 오후 내내 준비해뒀던 음식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대충 차리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남편 입장에서는 대충 차린 음식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아서 손이 많이 간 음식들 위주로 상 위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인 요리로 준비한 오리 훈제와 오리 로스를 상 위에 올려놓자 남편이 손을 잡아끌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했다. “이제 그만 하고 당신도 앉아!” “이야! 사모님 이 많은걸 혼자 다 준비하신 겁니까? 대단하신데요....제가 뭐 나랏님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 남편의 얼굴도 내심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보통의 경우, 상 위에 올려진 음식의 빛깔과 그 종류들은 곧 손님을 초대한 남편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회장의 너스레가 몇 마디 더 계속되자 남편이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러냐며 멋쩍어했다. 남회장의 공치사에 의례적인 감사의 표현을 안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감사합니다. 별로 차린 것도 없는데.... 좋게 봐주셔서....” 남회장은 그의 직업인 사채업자답게 노련한, 아니 교활할 정도로 뻔뻔한 표정으로 남편의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시작해갔다. 남편과 남회장의 식사 속도에 맞춰 남편의 옆에 앉아 오리 로스를 불판 위에 올려놓으면서, 이 따금씩 남회장의 눈치를 살펴갔다.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애간장을 태워왔다. 하지만 너무나도 평범한 저녁 식사 자리가 계속되자, 너무 과민하게 긴장하고 있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져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남회장보다는 남편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상기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어느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담보로 맡아두겠다고 했던 사채업자를 집으로 초대해 놓고는 마음이 편할 수 있으랴! 몇 잔의 술들이 오고가더니 남편과 남회장의 대화는 이런저런 사는 얘기에서 회사 자금 문제로 또 다시 집안 얘기를 넘나들고 있었다. 여전히 남회장의 말이나 행동에서는 이상한 낌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회장이 벗어 놓은 자신의 상의에서 담배 갑을 꺼내들었다. “담배 좀 태워도 되겠습니까? 사모님?” 남회장이 눈을 마주쳐오며 내게 흡연 여부를 물어왔다. 나는 물론 흡연을 한 적이 없었고, 남편 역시 몇 개월 전부터 금연을 해오고 있었다. 그 즉시 대답을 던지지 못한 채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남편이 내 대신 당연히 태워도 된다고 말을 받아 주었다. “그럼요. 괜찮습니다.” 다시 남편과 남회장의 대화가 시작되었고, 남회장은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담배를 연신 태워대고 있었다. 이대로만 끝나서 남회장이 돌아간다면 담배 몇 개피 쯤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두 어병의 소주 병이 비어져갈 무렵, 내 눈에는 남회장의 이상한 손동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회장이 남편과 술잔을 부딪히고는 남편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자신의 옆자리에 조금씩 술을 버리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가 시작될 무렵 자신은 땀이 좀 많으니 수건 하나만 갖다달라고 하더니 그 수건을 옆에 포개 놓고는 그 위로 술잔의 적당량을 버리고 있는 것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미 남편의 얼굴에는 취기가 올라와 있는데, 남회장은 어떤 의도에서건 그의 술잔을 수건 위로 아무도 모르게 버리며, 자신의 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제대로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가고 있는 순간, “어! 담배가 다 떨어졌네! 정사장! 혹시 집에 사모님 몰래 담배 숨겨 놓은 거 없어요?” 남회장이 빈 담배 곽을 열어 보이며 남편에게 담배가 있는지를 물어왔다. 남편이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혹시 있느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여보! 미안한데 요 앞 슈퍼에서 담배 좀 사다줄래?” 남편이 부탁하듯 담배 심부름을 시켰다. 남회장과 마주 앉은 상황을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내심 기분이 가벼워졌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아니! 정사장님! 어떻게 사모님한테 담배 심부름을 시킬 수 있습니까? 내가 갔다 올테니 슈퍼 위치나 좀 알려주세요.” 라며 정색을 하며 남회장이 벌떡 일어나 버렸다. 남회장의 갑작스런 행동에 남편도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남회장에게 팔을 뻗어 앉으라고 했다. 하지만 남회장은 남편의 권유를 무시하며 현관 쪽으로 발을 옮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담배야 태우는 사람이 사와야죠. 그리고 저는 집에서도 와이프나 딸내미들한테 담배 심부름은 시키지 않거든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고 여기 계세요. 슈퍼가 멀리 있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남회장이 매우 매너 있게 말을 내뱉었지만, 사실 듣기에 따라서는 너는 어떻게 네 마누라에게 담배 심부름 같은 것을 시키느냐는 식의 핀잔으로 들릴 수도 있는 표현이었다. 남편이 남회장 앞을 가로 막으며 계속 앉아 있으라고 하는 동안, 그 둘은 어느새 현관까지 이동해 있었다. “괜찮아요, 회장님! 제가 다녀 올께요. 그냥 앉아계세요.” 두 남자의 몸뚱이 때문에 현관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다녀오겠다고 말을 던졌지만,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선 것은 나도 남회장도 아닌 남편이었다. 잠시라도 남회장과 단 둘이 집 안에 있을 수는 없어 나도 같이 가겠다고 현관에 발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남편은 이미 문 밖에서 한 마디의 말을 던져놓고는 현관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금방 다녀 올테니까 집에 계십시오. 회장님!” 눈앞이 깜깜해졌다. 남편이 아무리 빨리 다녀와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고 슈퍼까지 다녀올 때까지는 족히 5분 이상은 걸릴 것이었다.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가버리자 남회장이 현관에 발을 내려놓고 있는 내 손목을 잡아 집 안 쪽으로 끌어당겼다. 두 다리가 부르르 떨리며 남회장이 이끈 방향으로 옮겨졌다.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남회장 앞을 지나쳐 후다닥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쿠킹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몇 가지의 전 종류를 집어 들고는 후라이펜에 담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놨다. 굳이 데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했지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남회장이 현관 쪽에서 걸어나와 가스렌지 앞에 서 있는 내 옆을 지나쳤다. 그대로 곧장 걸어간다면 거실 욕실이 나올 것이고, 왼쪽으로 틀면 주방으로 들어올 것이었다. 가슴이 방망이질 치듯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온 신경이 몸 뒤쪽의 인기척으로 모아지던 그때, 무언가 우악스러운 힘이 내 엉덩이의 골짜기 사이로 침범해 들어왔다. 남회장의 손이 엉덩이 사이를 억세게 움켜잡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힘이 어찌나 세던지 내 입에서는 통증에 못 이겨 짧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악!” “후후! 우리 사모님! 연기 잘하시던데?” “아으윽! 왜 이러세요?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남편도 금방 올텐데....제발....이러지마세요! 네?” “이런~ 우리 사모님이 잊으셨나본데....정사장이 어음 결제하기 전까지는 3개월 동안 내 담보물이란 것을 명심하셔야지~~” “무, 무슨 말이에요? 그때 그걸로 다 끝난 게 아닌가요? 3개월이라니요?” “허허허! 어거 참~, 사모님이 오리 고기 준비하면서 오리발을 다 잡수셨나? ...이거 안 되겠네! 정사장 들어오면 이제 와서 사모님이 오리발 내민다고 얘길 해야겠네!” “................” “정사장도 사모님하고 같은 의견이면 내 그 자리에서 손 털고 나가리라!” 남회장이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덜컥 겁이 났다. 남회장이 실제로 남편에게 얘기를 꺼낼지 안 꺼낼지에 대한 판단은 그 순간 의미가 없어졌다. 오로지 심장을 무섭게 때려오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온 몸이 굳어져갔다. 몸을 돌려 남회장을 봤다. 그는 입꼬리를 한쪽으로 씨익하고 올려 웃고는, 거실 쪽으로 몸을 돌려 주방을 나가고 있었다. 그의 그러한 단호한 행동에 두 다리가 맥없이 풀리며 털썩 주저앉을 것 같았다. “잠, 잠깐만요,,,,” 남회장이 돌아보더니 다시 한 번 씨익 웃으며 내게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내 앞에 서서 허리를 굽히고는 종아리 아랫 부분까지 덮혀 있던 원피스 치마단을 들어 올린 다음, 몇 번 접은 치마단의 끝부분을 내 입 쪽으로 갖다 댔다. “입으로 물고 계세요!” 원피스 치마단을 입으로 물자 허리 아랫 부분이 훤히 드러나고 말았다. 하얀색의 면 팬티와 아마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을 두 다리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을 것이었다. 남회장이 몸을 낮추며 팬티를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각각의 발목에서 팬티를 완전히 벗겨낸 다음, 꽃잎이 닿아 있던 팬티의 앞쪽 안 부분에 코를 박고는 심호흡하듯 깊게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후우읍~” “크~~ 우리 사모님은 보지에도 향수를 뿌리시나? 냄새가 죽이네~” 아마도 지금쯤 남편은 슈퍼에 도착했을 것이지만 벌써부터 내 온몸의 감각은 현관 문에 쏠려 있었다. 남회장이 내 팬티를 감상하고 냄새를 맡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남회장이 음모에 코를 비벼대면서 뜨거운 콧바람을 불어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끔직한 느낌이 꽃잎을 가르며 온 몸에 소름을 만들어왔다. 당장이라도 현관 문을 열고 남편이 들어설 것 같아 제정신이 아니었다. 남회장도 남편이 곧 들어오리란 것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의 행동은 내 마음과 달리 여유가 있었다. 음모에 코를 박고 있던 남회장이 몸을 일으키더니, 쿠킹 테이블 위에서 후식으로 준비해 두었던 과일 중에서 방울토마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에 그의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댄 상태에서 손을 내려 방울토마토를 꽃잎 사이로 부벼대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검사할 때까지 잘 보관해 두세요. 흐흐! 토마토란 것이 원래 익혀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하던데....” 남회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꽃잎 사이를 부벼대고 있던 방울토마토를 질 속으로 꾸욱하고 쑤셔넣었다. “하윽!” “명심하세요. 중간에 빼냈다가는 아주 큰 낭패를 볼 겁니다. 아셨죠?” “................” “아셨냐고 물었습니다. 사모님!” 고개를 끄덕였다. 남회장은 그렇게 내 답을 듣고서야 태연하게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남편이 다시 돌아온 뒤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남편 옆에 앉아 나 역시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될테면 되라는 식으로 변화무쌍하게 마음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질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방울토마토의 느낌이 오히려 정신을 가다듬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어쨌든 남편에게 들켜서 좋을 일은 분명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주로 시작된 술이 맥주로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소주와 맥주가 섞인 술잔이 남편과 남회장 사이를 수시로 오고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남회장은 주량을 조절해가고 있었다. 남편이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거실 욕실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남회장이 들고 온 루이비통의 맨스백 안에서 손가락 하나만한 크기의 앰플 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뚜껑을 연 후 남편의 맥주잔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그것이 뭐냐고 캐물을 틈도 없이 탈탈 털어 놓고는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또 한 번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찐한 파티를 시작해야죠? 우리 사모님, 보지 속이 근질근질 할텐데 내가 속 시원히 긁어 줄께요. 흐흐!” “그....게 뭐..에..요?” 아마도 수면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남회장은 애시당초 우리 집을 방문하면서부터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나를 또 다시 농락할 계획인 게 분명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나오기 전에 저 술잔을 버리거나 혹은 내가 한숨에 들이키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이 욕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자마자 남회장이 건배를 건넸고, 남편은 내가 어떻게 손쓸 틈도 주지 않고 단 번에 맥주잔을 들이키고 말았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이제 곧 벌어질 일들에 대한 두려움에 온 몸이 굳어져갔다. 남편과 남회장이 건배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어느새 남편의 혀가 꼬부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3,40여분의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술상 한켠으로 남편의 몸이 기울어지더니, 스르륵하고 그대로 쓰러져 갔다. 남편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만 나는 술상 앞에 앉은 자세 그대로, 손끝 하나 꼼작할 수 없었다. 이미 그렇게 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기도 했지만, 그 후 벌어질 일들이 남회장의 사무실에서 겪었던 능욕의 사건 만큼 끔직하게 일어날 것이었고, 그에 대한 두려움과 자포자기의 상태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남회장이 일어나 쓰러진 남편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우고는 안방으로 끌고갈 때도, 안방의 침대에 남편을 올려놓고 안방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댈 때에도, 샤워를 다 끝낸 남회장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마치 제 집 돌아다니듯이 거실로 나와 내 앞에서 태연히 물기를 닦아낼 때에도, 나는 그저 멍하니 벽만을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남회장이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두 다리를 쩍하고 벌려 쇼파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그의 거뭇거뭇한 성기가 초점없이 눈에 들어왔다. 담배를 다 태운 남회장이 그의 맨스백을 들고는 일어서서 내 옆으로 다가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손에 손목을 잡혀 그가 가는대로 따라갔다. 주방을 지나 거실 욕실 앞에 이르러 안방으로 몸의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망연자실해 있던 내 의식이 번쩍하고 깨어났다. 안방에는 남편이 누워 있을 것인데 그렇다면 남편이 쓰러져 있는 침대에서 남편의 숨소리를 들으며 내 몸을 갖겠다는 것이 아닌가? 남회장의 발과 몸뚱이가 안방으로 들어섰지만, 엉덩이를 뒤로 쭉 빼낸 채 한 손으로는 안방의 문틀을 잡고 들어가지 않으려 버텨내자 남회장이 두 어번 혀를 차며 무표정한 눈빛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 들어가겠다고 계속 버텼다. 마침내 남회장이 방문턱을 넘어와 내 등 뒤에 섰다. 그리고는 뒷머리를 잡고서는 한순간에 머리를 뒤로 확 제치며, 문틀을 잡고 있던 손마저 자신의 팔 안으로 휘감으며 몸을 밀면서 내 몸을 안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털퍼덕 털썩~” 남회장이 침대 위로 나를 내던졌다. 남편의 감긴 두 눈이 뚫어지게 내 몸을 쏘아보는 것 같았다. 침대 위에서 두 다리를 모으고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비벼가며 남회장에게 애원했다. “하지 마세요. 제발....제발.....” 하지만 내 목소리는 겨우 내 귀에도 들릴까 말까할 정도의 크기여서 남회장이 듣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비록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내 옆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혹시라도 들릴까봐 목소리를 더는 크게 키울 수도 없었다.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두 손을 싹싹 빌어가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남회장은 어느새 침대위로 자신의 무릎을 걸쳐놓고는, 내 두 발목을 잡아 자신의 몸 쪽으로 쭈욱하고 당겨버렸다. 내 몸뚱이가 침대의 메트리스에 쓸리면서 미끌어져 내려갔다. 그리고 나풀나풀한 여름용 원피스가 힘없이 메트리스에 쓸리면서 가슴팎까지 밀어 올려졌다. 팬티조차 없는 하반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지만 부끄러움 따위의 감정은 저 멀리 있을 뿐이었다. 절대로 남편의 옆에서 몸을 허락하지 말아야한다는 막연한 의지와 남편에게 들키지 말아야한다는 절박함만이 어느새 나 스스로 내 입을 틀어막고는 오로지 고개를 가로젓는 것만으로 남회장에게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회장이 내 두 다리를 세워 양 옆으로 활짝 잡아 제쳤다. 사타구니 사이에서 가벼운 경련이 일어났다. “사모님! 아까 맡겨두었던 토마토를 보지의 힘만으로 밀어내세요!” 내 머리가 남편의 허리춤까지 끌어내려져 있었으므로 머리를 뒤로 꺽어 남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두 눈을 평온하게 감은 채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남회장에게 쉽게 거부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고난 후, 몸을 틀어 남회장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전달해 주었다. 남회장이 푸훗하고 웃더니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남편의 뺨을 세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철썩!...철썩!...철썩!...” 남회장의 갑작스런 행동에 나는 말까지 더듬을 정도로 깜작 놀라고 말았다. “뭐! 뭐! 뭐 하는 거예요? 왜 이래요 왜?” “사모님이 말을 안 들으니 어쩝니까? 정사장을 깨워서 사모님의 행동에 대해 의논을 해보게요.” 남사장이 손을 번쩍 쳐들고 또 다시 남편의 뺨을 내려치려 하자, 나도 모르게 남회장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목소리를 죽여 절규하듯 애원했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그러니까 제발.... 하라는 대로 할께요!” 더 이상 남회장의 말을 거역할 수 없게 되자 내 몸은 그저 그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농락당하기 시작했다. 그의 요구대로 질 속의 근육만을 움직여 방울토마토를 밀어냈고, 그의 요구대로 내 손으로 꽃잎을 벌려 부끄러운 꽃일 안쪽을 남회장에게 보여주었으며, 그의 요구대로 [보지]를 핥아달라느니, [똥구멍]을 쑤셔달라느니 하는 식의 음란한 말을 쉴새없이 내뱉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흐릿하게 흔들리는 남편의 누워있는 몸뚱이와 감긴 두 눈을 보며 메마른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남회장이 다시 맨스백을 열고는 세 개의 특수 콘돔이라는 것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지난 번 사정없이 내 질 벽을 허물어대던 해삼 모양의 융기가 잔뜩 돋은 콘돔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느 타이어 회사의 마스코트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누에처럼 생기기도 한 콘돔이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마치 스쿠류처럼 생긴 돌기가 비스듬히 꽈여져 있는 모양의 콘돔이었다. “어느 게 마음에 드십니까?” 이미 전의를 상실한 마당에 어떤 콘돔이든 남회장 맘대로 하라고 했지만, 남회장은 기어이 내가 선택하기를 강요했고 어쩔 수 없이 세 개 중에서 스쿠류 모양의 콘돔을 선택했다. 남회장의 섹스는 늘 그런 식이었다. 내가 스스로 다리를 벌리게 했고, 내가 스스로 방울토마토를 빼내게 했으며, 내가 스스로 어디 어디를 빨아달라고 말하게끔 했다. 그런 남회장의 방식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 스스로 그에게 복종하게끔 만들었으며, 그만큼 내 반항의 의지는 급격하게 반감되어 가게 만들었다. 남회장이 스쿠류 모양의 콘돔을 끼운 채 내 몸 속을 드나든 지도 벌써 2,30분은 지난 것 같았다. 절대 오르가즘 따위는 느끼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복부에서 전해오는 뜨거운 기운이 그런 마음의 결심을 허물어가고 있었다. [나는 절대로 느끼지 않을테야!] “푸욱~푸욱~푹!” “퍽퍽퍽! 퍼억! 퍼억!” “탁탁탁! 탁탁!” “뿌직 뿌직 뿌직~~” 남회장이 내 몸 속으로 체위마다 틀린 속도와 강도로 침입해 들어오며 구석구석 쑤셔대고 있었지만, 나는 두 손으로 내 입을 꽉 막은 채 혹시라도 새어나갈지 모를 신음 소리를 차단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남회장의 집요하고도 끈질긴 삽입이 계속되자 남편의 얼굴을 확인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남편이 옆에 누워있다는 사실도 잠시 잠깐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었다. 내 마음은 부인하고 있었지만, 내 몸은 오르가즘으로 치닫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남회장이 어느새 엎드려져 있던 내 몸뚱이를 들어올려 흔히 말하는 뒷치기 자세로 삽입을 시작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얼핏 잘 못 봤는지는 몰라도, 남편의 성기가 잔뜩 부풀어 오른 채 바지 위로 텐트를 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놀라 다시 남편의 얼굴을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은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남자가 아닌 이상, 남자들에게 흔히 나타난다는 수면 발기라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도 나타나는 것이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식겁한 긴장감에 어서 빨리 남회장의 사정을 이끌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엉덩이를 남회장의 물건이 진입해오는 방향으로 쭈욱 들이밀었다. “철썩! 철썩! 철썩!” 남회장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흐으읍~~ 우읍~~” “이제...야....사모...님이....느끼나 보네... 허억~~허억~~헉!” “퍽! 퍼억! 퍽! 퍽! 퍽!” 남회장의 삽입이 빨라지며 엉덩이를 세차게 부딪혀왔다. 그 바람에 내 몸이 앞으로 솔리며 그만 남편의 얼굴 바로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남편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남회장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동시에 귓가를 어지럽혀 왔지만, 눈을 감고 입을 막은 채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는 남회장의 삽입에 몰입해갔다. 오르가즘의 전조 앞에서 몸과 마음이 처절하게 감각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음을, 틀어막은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신음 소리가 대신하고 있었다. 남회장을 초대했던 밤이 지나고, 아침을 맞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곧장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남회장에게 몸을 던져 회사의 부도는 막았지만, 내 마음 속의 가정은 산산이 부셔져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며, 그러한 생각은 때때로 남편에 의해 버림받아지는 악몽으로 이어지고는 했다. 몸이 나아졌다. 강릉의 친정집에 며칠 다녀오겠다고 남편에게 양해를 구한 후 몇 가지의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재워둔 다음 늦은 오후에 집을 나섰다. 도저히 남회장과의 악몽과도 같았던 사건을 집에 있는 한 쉽게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강릉으로 가기 위해 외곽순환도로로 진입을 해야 했는데, 너무 차량 정체가 심해 우회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며칠 전 박이사와 함께 있었던 소공원 옆을 지나 타이마사지 ?앞을 지나게 되었다. 타이 마사지 乍【 박이사의 몸을 받아들였던 기억이 떠올라 순식간에 몸과 마음이 위축되어 갔다. 그런데 그때 타이마사지 事?있는 건물에서 박이사가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차를 정차시켰다. 그러고 보니 박이사가 자주 가는 마사지 事繭箚?말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순간에 그를 마주치다니 상당히 의외다 싶은 생각을 하던 순간, 박이사의 몇 걸음 뒤에서 남회장 사무실의 여직원이 따라나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곧장 박이사의 차에 올라 출발을 했다. 하지만 나는 한참 동안을 정차된 차 안에서 그 짧은 순간 목격했던 그들의 심상치 않은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억원을 들고 태국으로 도망쳤다는 여직원과 6억원에 근저당 잡혔다는 집과 9억원의 공증증서와 그리고 어음 용지에 이르기까지 박이사가 전해준 말에 대해 단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나에 대해서 내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남편의 말과 여자란 따먹어야 맛이라던 박이사의 말에 대해서도 무작정 관대하게 이해해버린 내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남회장의 특수 콘돔과 수면 발기 중에 있던 남편의 그것이 오버랩되어 버리고 난 후, 나는 한 마디 말을 중얼거리듯 내뱉을 수 있었다. “어쩌면 나 혼자만 바보였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