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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노예-단편
최고관리자 0 40,082 2022.11.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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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노예 제 1 장 - "INMMORAL∼ 부도덕" 낮은 듯, 높은 듯 연속되는 금속음에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는 어슴푸레한 실내가 보였다. 아니 단순한 방이 아니었다. 비행기의 기내였다. 귀에 아직도 들리는 그 금속음은 이 기체를 떠받치는 제트 엔진이 날개에서 내고 있는 폭음이었다. 무서우기 까지 한 커다란 그 폭음이 기내에서는 조용한 금속 소리로 들린 것이다. "Nh..." 머리가 조금 무거웠다. 첫 해외 여행에 긴장하여, 탑승하고 곧바로 수면제에 의지해 계속 자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졸린 눈으로 손목시계를 바라 보았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직 4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안개가 끼인 머리로 기내를 둘러 보았다. 창에는 거의 커텐이 쳐져 있었고 승객들은 모포를 덮고 자고 있었다. 내 자리의 조금 앞에서 스튜어디스가 흐트러진 모포를 부지런히 승객에게 덮어주고 있 었다. 그 스튜어디스가 가만히 자기를 보고 있는 승객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이곳으로 왔다. 용무도 없는데 신경을 쓰게 한 것에 미안해서 말을 걸기 전에 의사 표시를 하려고 생 각했다. "No..." 막 꺼낸 말을 순간 거두어 들이며 다시 밀을 했다. "미안해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승객의 그런 말에 스튜어디스는 조금 놀랐지만 이윽고 그 아름다운 웃는 얼굴로 돌아 와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대로 뒤의 좌석으로 이동했다. "휴우..." (아직도 긴장하고 있어...) 출발전에 그렇게 마음에 다짐을 했는데 막상 할려면 역시 잊어 버렸다. (잘 해야지. 왜 해외에 가려고 하는 거지? 선생님에게 배운 '아름다운 나라'의 공부를 하기 위해서 잖아? 도착하기도 전에 이러면 선생님이 웃으시겠어...) "선생님..." 청바지 주머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냈다. 거기에는 시원스레 웃는 얼굴의 중년 남자가 찍혀 있었. 그 작은 사진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가슴이 조금 설레였다. 사랑... 일까? 그렇지만 사진의 남자와는 아직 키스도 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동경하고 있는 것뿐일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것으로 좋았다. 강의할 때 가끔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휴식 시간에 연구실로 질문하러 갔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시시한 질문에 정성껏 답해 주었다. 그리고 말했던 것이다. "대학의 강의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를 잘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실제로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해요. 나도 이 나라에 왔기 때문에 진정한 좋은 점을 알 수 있었지. 자네처럼 멋진 여자도 만나고 말야." 가볍게 윙크하는 남자의 행동에 언제나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상대로서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사랑하는 자신에게는 그것은 최상의 즐거움이었다. 사진을 가슴에 안고 또 눈을 감았다. 망막 뒤의 광경은 또 그 연구실이었다. "선생님! 저 유학하기로 결정했어요!" 느닷없이 뛰어 들어온 소녀에게 남자는 또 그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잘됐군. 부모님은 찬성하셨나?" "예. 상당히 걱정하시지만 '짧은 기간이라면...' 하고..." "그래? 정말 다행이군. 이것으로 자네의 연구에 대한 열심이 보답받을 때가 왔군. 나 도 협력을 아끼지 않겠어." "선생님..." "그렇지, 홈스테이할 곳은 내 친구 집이 좋겠군. 저 쪽도 역시 대학 교수를 하고 있네만 좋은 사람이라 틀림없이 자네를 잘 대해 줄꺼 야... 응, 무슨 일이야?" 눈앞의 소녀의 모습에 남자는 말을 멈추었다. 소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봐, 무슨 일이야?" "선생님, 선생님..." 감격해 눈앞의 남자의 가슴에 뛰어 들어 갔다. 안경을 쓴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 나왔다. 슬펐던 것이다. 유학이 현실로 된 지금 대학을 떠난다는 것은 이 남자와 이별해야 되는 것을 의미했다 . 단 한달이었다. 단 한달인데 그 이별이 영원처럼 그녀에게는 느껴졌다. 그것이 슬펐던 것이다. "... 걱정되나? 괜찮아, 괜찮아. 나의 조국은 정말로 착한 사람들 뿐이야. 자네가 정말로 나의 조국을 사랑해 준다면 반드시 사람들은 그 마음을 알아 줄꺼야. 그러니까 자네는 가슴을 펴고 공부하고 오면 돼. 그러니까 걱정말아." 남자는 상냥하게 소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속삭였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떼었다. "그러니까 이제 울면 안돼. 눈물로 엉망이 되면 안되잖아..." 남자는 소녀의 흘러내린 안경을 집게 손가락으로 올려 주었다. "선생님..." 자신의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눈물을 닦았다. "...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출발까지 아직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생각되면 또 와도 좋아요?" "좋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남자의 웃는 얼굴에는 아무 가식도 없었다. 안타깝지만 소녀는 그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녀는 유학 준비를 진행시키는 것과 동시에 몇번이나 남자의 연구실에 다녔다 . 남자는 자신의 조국에 대해 열심히 말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그 나라 말로 하라는 거야. 인간은 다른 문화에 접촉하 면 역시 경계하고 마는 거야. 다행히 자네는 유창하게 우리 나라 말을 할 수 있네. 그 다음은 단단한 각오뿐이지." 자네의 외모로 많은 사람이 순간 경원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거야. 그렇지만 그럴 때에 자네는 솔직하게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해 보게. '얌전·순종'이 우리나라 여성의 미덕이지. 이것은 별로 자랑할 건 아니긴 하지만..." 남자의 상냥한 어투에 소녀는 수긍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나 하나 자신의 마음에 단단히 새겼다. 이별 전의 조용하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 뒷 좌석 쪽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어투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바로 그쳤지만 또 얕은 잠에 빠지려던 소녀에게는 다시 눈을 끄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다. 주위의 모습은 조금 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눈을 뜨게 한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려고 소녀는 몸을 펴 뒤쪽을 보았다. 그러나 그런 소동의 모습은 없었다. 게다가 바로 조금 전에까지 빙그레 웃는 얼굴로 통로를 걷고 있던 스튜어디스의 모습 이 보이지 않았다. 승무원실에라도 간 것일까. 좀 요의를 느낀 소녀는 화장실을 찾아 조용히 일어섰다. 장소를 물으려 해고 역시 스튜어디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적당히 두리번 거리며 스튜어디스가 갔을거라 생각되는 뒤 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좌석은 뒤 쪽이었으므로 이윽고 곧바로 승무원실이 발견되었다. "미안합니다..." 말을 하며 커텐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스튜어디스가 쉬는 자리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할 수 없어 또 조용하게 커텐을 닫았다. 그 때 바로 뒤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돌아다 보았지만 이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눈앞에는 찾고 있던 화장실의 문이었다. 표시는 'OPEN'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그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소녀는 손잡이에 손을 대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손을 떼었다. "...윽, 크윽... 흐으." 눌러 죽이는 듯한, 괴로운 듯한 신음 소리가 문너머에서 확실하게 들렸다. 옷감이 스치는 것 같은 소리도 들렸다. 소녀가 상상한 것은 갑작스런 병으로 신음하는 조금 전의 스튜어디스 모습이었다. "응... 크윽... 으응." 고통스런 오열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주저하다가 소녀는 용기를 쥐어 짜 화장실의 문손잡이를 돌렸다. "..." 바닥에서 신음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으므로 시선은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스튜어디스의 모습은 없었다. 이윽고 조금씩 시선을 올리자 소녀가 생각도 못했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최초로 보인 것은 싸구려 슬리퍼를 신은 다리였다. 남자의 다리. 그 바로 위에 내려진 양복 바지가 있었다. 징그런 정강이 털이 숭숭난 다리가 그 위로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위에 이번에는 고급스런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있었다. 신발은 신고 있지 않았다. 그 다리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소녀의 시선은 더욱 위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감색의 옷감에 싸인 볼륨이 있는 물체가 역시 상하로 흔들리고 있었다. 옷감이 스치는 소리는 여기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수면제가 남은 눈에는 잠시 그것이 왜 있는지 몰랐지만 눈이 익숙해져 오자 그것이 스 튜어디스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의 히프라는 것을 알았다. 그 엉덩이가 바지를 벗은 남자의 다리 위에서 약동하고 있었다. 간신히 소녀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온몸에 조용한 전율이 달렸다. "어머 어머, 이것은..." 바로 정면에서 음란한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들자 일본인 중년 남자가 자신을 빙그레 웃는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다. 소녀에게는 간신히 화장실 안의 전모가 보였다. 일본 중년 남자의 허리 위에 조금 전의 스튜어디스가 올라 타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 스튜어디스도 일본인이었다. 좁은 화장실 속에서 두 일본인이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등 뒤에 기척을 느끼고 스튜어디스도 돌아다 보았다. 눈동자가 열에 들뜬 것처럼 풀려 있었다. 입에는 흰 천이 물려 있었다. 천으로 헤아려 볼 때 팬티 같았다. 우물거리던 소리는 이 때문이었다. "열쇠를 잠그는 걸 깜빡 잊은 것 같군. 뭐, 남에게 보이는 것도 싫지는 않지만... 안 그래?" 기름기가 도는 일본인 중년은 자신의 몸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여자에게 얘기했다. 스튜어디스는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소녀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이 여자는 말야, 아까 내 바지에 뜨거운 커피를 엎질렀단 말씀이야. 닦으려고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내 물건이 데었거든. 그래서 회사에 고소하는 대신에 여기에서 보지로 해주는 거야... 헌데 일본어는 아는지 몰라?" 일본인 중년은 문에서 꼼짝 않고 서있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수수한 복장에 하고 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육체가 훌륭한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T셔츠를 크게 밀어 올린 풍만한 가슴, 꼭 끼는 청바지의 잘록한 허리, 그 아래로 숨 쉬고 있는 볼륨이 있는 히프.... 지금 안고 있는 일본인 스튜어디스도 훌륭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일본인의 육체 컴플렉 스를 자극할 만한 육감적인 몸매였다. "...당신, 미국인인가? 에... 나도 로스엔젤레스와 라스베가스에서 금발과 놀아봤는데 당신같은 근사한 몸매는 못봤어. 젖탱이도 커다랗고 엉덩이도 펑퍼짐하고.... 내 자지도 발딱 서는걸. 이봐, 음란한 스 튜어디스 아가씨, 아까 보다 좋아졌지?" 허리 위의 여자에게 속삭였다. 여자는 괴로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에 문 팬티 탓에 역시 억누르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소녀는 남자의 말을 반 정도 벆에 이해할 수 없었다. 존경하는 선생님과 똑같은 '일본어'로 떠들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말 중에서 '놀아 보다' '젖탱이' '자지' '음란'.... 그런 단어는 전혀 이해 할 수 없었다. 속어라는 것을 알았고 자기 나라에도 그러한 음란한 속어는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서 선생님에게 배운 '아름다운 일본어'에 그런 속어가 많이 섞인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금발 아가씨, 그렇게 흥미가 있다면 여기에 와서 이 여자와 교대하는 게 어때? 당신의 보지를 내 자지로 즐겁게 해 주고 싶군 그래..." 중년남자의 말이 무겁게 머리에 박혀왔다. 그 때 비로소 소녀는 문을 닫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깨달았다. 떨리는 몸을 떨치며 문을 힘차게 닫았다. 그대로 종종 걸음으로 자기의 좌석으로 돌아와 모포를 머리까지 뒤집어 썼다. 몸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동경하는 선생님의 사진을 꽉 쥐었다. 그러나 선생님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조금 전의 일본인 중년 남자와 겹쳐져 당황했다 . 소녀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같은 일본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산뜻하고 신사적인 선생님과 천박한 남자.... 그것만이 아니었다. 청초하고 얌전하다고 배웠던 일본 여성에의 이미지도 오직 지금의 화장실에서의 스튜 어디스의 흐트러진 모습으로 멋지게 붕괴되어 버렸다.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의 이미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모포 속에서 핸드백으로부터 애용하는 수면제를 꺼내 물도 마시지 않고 삼켰다 . 몇 시간 후 목적지인 '동경'에 도착한다. 몇 시간 후다. 진동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다만 조금 전의 무서운 광경을 잊고 싶었다. "... 잠시 후 비행기는 나리타 공항에 도착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승객 여러분은 객실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 좌리에 앉아 꼭 안전 벨트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생기 있는 여성의 목소리가 소녀의 귀에 들렸다. 눈을 뜨자 다른 좌석의 승객도 어수선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목적지에 이제 곧 도착하는 것 같았다. 소녀도 졸린 눈을 비비면서 좌석 벨트를 조였다. 워싱턴 국제 공항을 이륙한 일본계 항공 회사의 여객기는 결국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 다. 소녀는 짐을 선반에서 꺼내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승객이 무두 출구로 몰려 들었기 때문에 금방 혼잡해졌다. 할 수 없이 소녀는 혼잡한 행렬에 몸을 던졌다. 이리 저리 밀리면서 조금씩 출구로 향해 갔다. 그녀가 위화감을 느낀 것은 그 잠시 후였다. 앞에도 뒤에도 혼잡한 탓으로 사람이 꼭 달라붙어 있었다. 앞은 분명히 관광 여행의 귀로 중인 일본인 중년 여성이었다. 위화감을 느낀 것은 뒤였다. 밀착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밀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귀에는 분명하게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숨결이었다. "...?" 위화감은 그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얇은 청바지에 뒤의 남자의 몸이 비벼지고 있었다. 그것이 이상했다. 확실히 혼잡했다. 그러나 허리 부분만 다른 부분보다 분명하게 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얇은 청바지의 천 너머로 가장 위화감이 발생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것이 무엇인가 몰랐다. 그러나 이윽고 그 위화감의 정체가 자신의 히프에 밀어대는 페니스라는 것을 알았다. 뒤의 남자가 자신의 발기한 페니스를 밀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온몸에 혐오감이 달렸다. "...제인·제롬상. 제인상..." 돌연 뒤의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혐오감은 더욱 증가했다. 화장실 안에서 들었던 그 중년의 목소리였다. "제인인가... 에, 이름말이야. 아까 그 음란한 스튜어디스 아가씨에게 들었지." 남자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출구에서 수시간 전에 남자의 허리 위에 있던 스튜어디스가 이곳을 미안 한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일본에 뭐 하러 왔지? 역시 남자 사냥인가? 그런 몸매를 하고 있으니 일본 남자는 혹 하겠군... 어때, 나와 밤새 놀아보지 않겠어? 돈이라면 있는데..." 천박한 어조는 전연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소녀는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예의를 잃지 않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만두... 세요..." "호오... 일본어를 할 줄 아는군. 그러면 말은 쉽겠군. 에 그러니까 말이지 당신같은 금발 미인을 난 처음이야. 당신도 그런 몸매의 소유자이니 남자가 필요하겠지? 나로 말하자면 어느 현의 의원이 야. 돈도 권력도 있지. 약간의 모험가라고나 할까. 여행 중, 부자유하는 이상해..." 거칠고 지저분한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그 때 출구가 가까워졌다. 그녀, 제인·제롬은 남자를 밀치고 앞의 여성을 제치고 비행기를 나왔다. 나리타의 국제선 도착 라운지는 근대적이고 호화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제인은 그 남자로부터 피하는 것만이 고작이었다. 라운지에는 선생님인 친구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곳까지 달리면 그 천박한 남자로부터 피할 수 있었다. 돌아다 보니 그 중년 남자가 천박한 육체를 더욱 천박한 옷으로 감싸고 이곳으로 걸어 왔다. "...!" 제인의 달리는 시야에 한 장의 종이조각이 눈에 들어 왔다. 'WELCOME! JANE JEROME!' 이라고 써진 한 장의 도화지였다. 제인은 황급히 멈춰 섰다. "아..." 도화지를 든 남자는 눈앞에 멈춰선 미국 여성을 보았다. "저, 저... 제인·제롬상... 입니까?" 긴장한 어조로 남자가 물었다. 젊은 남자였다. 선생님의 말로는 친구인 남자는 동년배의 오십대일텐데 제인이 본 눈앞의 남자는 이십 대 전반의 작은 몸집의 남자였다. "Yes... 아, 아니지. 예, 제가 제인·제롬입니다. 당신이 하시모토상입니까?" 거친 숨결로 제인이 질문했다. 곁눈질로 보니 그 중년 남자가 승강 통로를 빠져 나와 천천히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 다. 그 음란한 표정을 띄우고... "아, 그게... 저는 하시모토 교수님이 아닙니다. 그 조수인 이이즈카, 라고 합니다. 저, 그게... 교수님은 잠깐 일이 생기셔서 제가 대신..." 남자는 미국인 소녀가 알아듣기 쉽도록 천천히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제인에게 있어서 그런 정중함은 초조함을 배가시킬 뿐이었다. 중년 남자의 지저분한 숨결이 곧 뒤에서 들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빨리, 빨리 가요!" 제인은 안절부절 하며 젊은 남자의 팔을 움켜 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잠, 잠깐만..." "이 공항의 출구는 어디죠? 빨리 나를 거기로 데리고 가 주세요!" 안경을 쓴 수수한 미국인 소녀라고 이야기를 들었던 이이즈카는 격렬한 어조로 자신을 끌어 당기는 여자를 놀라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라, 갑자기 뭐야, 이 여자는...? 얌전한 공부벌레 아가씨가 아니었나? 안경을 쓰고 있는 것만 그렇지. 게다가 나이는 십칠세라고? 몸매는 아무리 봐도 무르 익을 대로 익은 멋진 몸매 아냐...?) 끌려가고 있는 이이즈카에게는 앞에서 달리는 육감적인 여자의 온몸이 보였다. 상반신은 T셔츠 위에 얇고 엷은 색의 셔츠. 셔츠 아래로 가끔 보이는 그 T셔츠는 브래지어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풍만한 두 유방에 의해 확실히 들어 올려져 있었다. 더욱 이이즈카를 끌어당긴 것은 얇은 소프트 청바지에 싸인 하반신이었다. 열심히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큰 히프는 격렬하게 상하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외국인 특유의 볼륨이 있는 보기 좋은 엉덩이가 이미 선정적으로 이이즈카의 눈을 빼 앗았다. 이이즈카는 애인과 막 헤어졌다. 엄청 돈을 쓰게 한 끝에 "섹스 궁합이 안맞는다." 등등 말하며 그 여자는 이이즈카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런 여자의 몸에 빠져 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그 여자는 자신의 몸을 멋진 몸매라고 뽐내고 있었는데 뭐야. 눈앞의 미국 여자에 비 하면 달과 자라잖아...) 아직도 음란하게 흔들리는 엉덩이를 보면서 이이즈카는 자기도 모르게 싱글벙글 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이즈카상! 차는 어디에 있죠? 아니면 택시에요?" 제인의 목소리에 이이즈카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제인은 자력으로 공항 현관을 찾아내고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다. "아... 아, 그게... 주차장에 제 차가 있습니다. 갈까요?" "부탁합니다!" 제인은 끊임없이 뒤를 신경 쓰면서 이이즈카와 함께 갔다. 이윽고 공항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이즈카의 차는 오픈 투 시터의 일본차였다. "급하신 것 같군요. 자, 빨리 타시죠." "네!" 간신히 대화의 주도권이 이이즈카에게 돌아 왔다. 제인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긴장의 실이 끊어져 큰 한숨을 쉬었다. 이이즈카의 차는 이윽고 도심 고속도로를 탔다. "...어서 오십시오, 일본에! 라고 하면 이미 늦었나요?" 이이즈카가 잠자코 있는 제인에게 일부러 크게 얘기했다. 제인은 몸을 움찔 떨었다. "...미안해요." "아니, 사과할 것은 없어요. 당신의 모습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군요." "...예." 제인의 어조가 약해졌다. "방금 왔는데 무슨 일이죠?" "예, 저, 그게...." 적당한 말이 있을 것이라고 제인은 열심히 일본어 단어를 찾았다. 그리고 더욱 약해진 어조로 이이즈카를 향해 중얼거렸다. "치한, 입니다..." "치한!" 이이즈카가 불쑥 소리를 지르자 제인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작게 끄덕였다. "저런... 갑작스런 곤경을 당했군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요, 이이즈카상이 사과할 것은..." "아니죠, 어차피 상대는 일본인이겠죠? 알아요,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온 세상에 일본 인 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대신 사과하는 겁니다." "... 상냥하군요" "아니... 그 정도 가지고..." 겉보기는 상냥하고 성실한 일본인을 가장하고 있었다. 그런 이이즈카도 마음 속으로는 그 중년과 별로 다를 것은 없었다. 상냥한 말을 던지면서 이이즈카는 옆에 앉은 제인의 육체를 곁눈질로 힐끔힐끔 살피고 있었다. 앞에서 보면 더욱 성욕을 부추겼다. 가슴은 C인지, 혹은 D인지... 어쨌든 이이즈카가 성인 비디오 이외에서는 본 적이 없 는 크기였다. 게다가 다만 크기만 할 뿐 못생긴 유방이 아니었다. 십칠세라고 하는 젊음이 바탕이 된 탄력있는 훌륭한 유방이었다. (이렇다면 누구라도 치한이 될 수 밖에 없어... 이것이 십칠세라니... 범죄야. 지금 일본에서 십칠세라고 하면 썩은 머리와 검은 피부의 바보같은 여고생 뿐인데.... 미국인은 어떤 여자라도 헤프다고는 하지만 이 아가씨 아까의 모습은....) 잠시 생각을 굴리고 있자니 이이즈카의 머리에 한 못된 장난이 떠올랐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자 자기도 모르게 사타구니에 피가 몰렸다. 예정으로는 이 미국인 소녀를 하시모토 교수님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그대로 가정부에 게 인도하고 자신은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섹시한 미소녀를 내버려 둔다는 건 지금의 이이즈카에게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 제인, 우리들은 앞으로 대학의 하시모토 교수의 연구실로 갈 거에요. 교수님이 당신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어요." 거짓말이었다. 다만 지금 생각해 낸 거짓말이었다. 하시모토 교수님은 대학교 교수회의 집회에서 오늘 하루 대학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조수인 이이즈카의 방도 있었다. 그곳에 데리고 가면 이 세상물정 모르는 미국 아가씨를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1 부 끝 --------------- 금발의 노예 2 부 번역물 제 2 장 - "DISGRACE∼ 치욕" "...이이즈카상. 하시모토 교수님은 어떤 분이세요?" 제인이 운전석의 이이즈카에게 물었다. "으음, 글쎄요... 성실한 분이에요. 교수회 안에서 제법 지위도 있는 편이지만 별로 그것을 자랑하지 않으시고요. 뭐 저는 존경하고 있지요..." "그렇습니까?" 이이즈카의 말엔 거짓말은 없었다. 사실 하시모토의 연구는 문학부에서는 발군이었다. 그래서 이이즈카는 그의 연구실에 들어왔던 것이다. 존경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존경 이외의 다른 감정도 생기고 있었다. 어느 면에 있어서는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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