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 스튜어디스 그녀에 대한 추억 - 단편 감상해 보세요 | 야설넷

경험담 - 스튜어디스 그녀에 대한 추억 - 단편
최고관리자 0 50,632 2022.11.24 01:18
오래 전부터 어떤 분들에게서 간혹 쪽지를 받은 것이 있었습니다. 공통된 질문을 하셨더군요. 제가 이 곳에 예전에 올렸던 글을 참 좋게 읽으셨는데, 혹시 작품 속 모델이 됐던 여성이 있냐고요. 그리고 혹시 또 여승무원에 대해 간직한 실제 경험담을 소개해 줄 수 있겠냐고요. 좋은 말씀에 감사 드리며, 이런 저런 경험을 떠올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고전소설 중에 <홍루몽>이라는 작품이 있죠. 전 <홍루몽>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의 도입부 중에 어떤 구절이 마음에 와 닿은 적이 있습니다. 소설의 지은 이가 자신의 젊은 시절의 일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한 평생 여자들과 인연이 적지 않았는데, 내가 알고 지냈던 여자들은 대부분 나보다 훨씬 나았다" 라는 구절인데, 그 구절을 읽고 저도 적지않은 감회가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아직 인생을 잘 모르는 젊은 사내에 불과하지만, 여자관계에 있어서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거든요. 기회가 있을 때 이런저런....여러가지 경험을 소개해 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청첩장을 한 장 받았습니다. 새로운 아름다운 커플 한쌍이 곧 이 세상에 다시 탄생하겠죠. 그녀와의 일을 조심스레 떠올려 봅니다. 작년의 일이었습니다...몹시 친한 여동생이랑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172의 훤칠한 키에 예쁜 얼굴, 흔히 이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착한 몸매....그대로였습니다. 그 날 머리를 다소 짧게 자르고 웨이브를 넣고 있더군요. 그날 따라 헤어스타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남자들 눈에 더 예뻐 보이면 더 낫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어스타일과 복장에 대해 남자와 여자가 갖는 느낌은 서로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여자가 보기엔 매력적이고 예쁜 스타일인데, 남자가 볼 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특히 여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심리상태를 파악하는데 상대적으로 좀 더 서툰 나이어린 남자들이 그런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그날 그 예쁜 여동생의 헤어스타일은 그다지 만족스럽진 못했습니다. 기왕이면 좀 더 예뻐 보이는 모습이라면 더 낫겠는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슬쩍 그 애에게 듣기좋게 귀띔했습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쓰죠. 그 애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더니 신경 쓰는 빛이 역력합니다. 같이 술을 마시러 분위기 좋은 바로 걸어가는데 마침 머리핀을 파는 행상이 있더군요. “아! 이 머리핀 참 예쁘네...” 하면서 머리핀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그랬더니 그 애가 보고 제 의견에 동의하더니 하나 사야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얼른 지갑에서 돈을 꺼내 대신 지불하면서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라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머리핀을 선물했죠. 같이 바에 들어가니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오겠답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잠시 후에 그 애가 돌아오더군요. 헤어스타일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머리핀 하나로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로 얼른 바꾸고선 자리로 돌아와 앉더군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경우엔 그냥 모른 척 해야 합니다. “어? 그새 헤어스타일 바꿨네?” 이랬다간 분위기 살짝 흐트러집니다, 무안해 하거든요. 잠시 후에 술을 주문하고선 웃으며 그랬죠. “이 곳 참 분위기 괜찮다...조명 색도 조화있게 어울리고... 조명아래 사람은 더 아름답고...완벽한 하모니구만...!!” 당연히 헤어스타일 바뀐 것까지 같이 넣어서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멘트였던 거죠. 환하고 만족스런 미소로 조용히 화답하더군요. 같이 술을 나눠 마시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술맛도 좋고...그윽한 그녀의 향취도 좋고...특유의 눈웃음도 귀엽고... 얼마 전까지 사귀던 남자친구와 정리했다는 얘기를 꺼내더군요. 신중하게 잘 생각하고 결정했겠지...라고 말해줬습니다. 속으로는 잘했다고 중얼거렸습니다. 그 아이의 남자친구는 좀 의처증 비스무리한 기질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녀가 아깝다고 줄곧 속으로 안타까워 하고 있었습니다. 더 좋은 남자를 조만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녀라면 틀림없이 그럴겁니다. 성격이 정말 좋거든요, 성격 좋은 여자가 한 둘이 아니겠지만, 그녀도 틀림없이 그 안에 포함될 겁니다. 사연 있었던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닌데, 그녀와도 그랬습니다. 이 아이는 저를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평소에 저를 따라주고 공경함이 특히 깊은 애였습니다. 집은 서울이 아닌 지방이었고, 학교는 서울이었기에 혼자 서울에 올라와 있었죠. 그 아이와 알게 되고, 둘이 마음이 잘 맞아서 매우 친한 사이가 됐습니다. 고 3시절이 지나고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부모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혼해 버리고 말았죠. 부부간의 갈등은 이미 무척 깊었었는데, 딸이 한창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기간동안은 애써 평온을 유지해 주고 계셨던 거죠. 그래도 아직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컸겠습니까. 그 후부터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죠, 그래도 살림은 넉넉해서 다행이라고 할까요. 마음씨가 굉장히 상냥하고 다정합니다. 그러면서도 꿋꿋하죠. 그런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봉사활동도 참 열심히 하던 애였죠. 그런 장점이 돋보였기에 저도 친동생처럼 여러모로 최선을 다해서 잘 대해 줬습니다. 예쁘고 착하고...마음도 잘 맞고...참 아꼈죠... 그 아이도 저 덕분에 마음 속 상처가 많이 아물 수 있었다고 나중에 말해 주더군요. 어느 날 서울역 앞에서 둘이 같이 있게 되었는데, 노숙자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더군요. 이 애가 지갑에서 동전을 한 움큼 꺼내서 친절하게 아저씨 손에 꼭 쥐어줍니다. 저는 그 때 담배를 피우면서 속으로 약간 못마땅하게 생각했죠. 그 때만 해도 다소 모난 성격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노숙자를 대상으로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일부 노숙자들에게 나름대로 큰 불만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뭔가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지 않고, 남에게 폐해를 적지않게 끼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실망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마음 속에 모난 감정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죠. 그런데...아주 잠시 후에... 그 노숙자 아저씨가 또 우리 뒤로 슬그머니 다가오며 손을 내밀더군요... 순간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방금 돈을 건넨 사람을 기억도 못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단순히 습관적으로 고마워 할 줄도 모르고, 저런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전혀 황당해 하는 기색이 없이 또 지갑을 열고 있는 거였습니다. 제가 어이없어서 아저씨에게 버럭 화를 내며 쏘아붙였습니다. “아저씨, 방금 돈 한움큼 받아가지 않으셨어요?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제가 굉장히 사납게 달려들었나 봅니다. 목소리도 크고 경멸의 감정이 섞여 있었죠. 아저씨가 당황해 하며 “아!”하더니 황급히 저쪽으로 슬금슬금 겁 먹은 표정으로 물러납니다. 제가 또 사납게 대들었습니다. "방금 이 아가씨가 가득 드리지 않았어요? 기억 안나세요???!!!" 아저씨는 주춤주춤 물러나고, 그 아이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면서, 저한테 그러지 말라고 눈짓을 합니다, 한 얼굴 가득히 안타까운 표정으로요... 그리고 지갑에서 또 돈을 꺼내더니 아저씨 곁으로 다가서면서 손에 건네주며 아저씨 등을 부드럽게 부축하며 돌려보냅니다. 표정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잠시 후 제 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그리고 제 곁으로 다가서더니 난간에 두 팔을 얹어 기대 서더니 고개를 푹 떨굽니다.... 그 순간 그 아이의 너무나도 당황해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보는 순간, 제 가슴이 마구 고동치면서 뛰어올랐습니다. 저까지 당황스러워 지면서 온갖 감정이 교차하더군요. 제가 몸을 돌려 다른 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숨을 후우후우 내쉬며 스스로를 달래다가 참을 수 없어서 그 아이를 향해 돌아서면서 물었습니다. “OO야, 오빠가 너무 냉정하니???” 그 아이 저랑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멍하니 옆을 바라보며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순간 그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더군요. 그 눈과 표정을 보는 순간, 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가 당황하듯...어쩔 줄을 모르겠더군요. 노숙자 아저씨에게 소리를 지르면서도 속으로는 그것이 옳지않은 행위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자신이 어째서 이토록 모나게 변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누구나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고 동정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저 또한 그러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거리의 노숙자, 특히 불쌍해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전 그대로 스쳐지나가질 못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지나가다가도 그런 이들을 보게 되면, 그리고 저와 함께 있던 그 누군가가 그들에게 약간이라도 도움을 주지 않으면 어리디 어린 전 그 자리에서 울고불고 하면서 그 누군가의 손을 물어 뜯기도 하고 그랬다네요.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을 가서도 버스 안에서 늙은 아주머니들이 다가와서는 “오징어, 쥐포 사거라...구웠다!!!” 하고 처량하게 외치면, 창 밖으로 그 분들을 보면서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죠. 다른 친구들은 각자 떠들어 대면서 어찌 그리 아주머니들에게 냉담해 보이던지... 결국 그럴 때마다 전 오징어며 쥐포며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사면서 아주머니들에게 “구우신거에요? 맛있겠다”라며 웃어보이면서 따뜻한 말을 건넸죠.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오징어와 쥐포를 돌리곤 했죠. 그런 모습을 갖고있던 제가...어쩌다가 세월이 지나서는 그렇게도 몹쓸 놈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걸까요... 그 순간...그냥 단순한 에피소드로 끝나버릴 수 있는 그 순간에 그녀에게서 제 어린 시절의 자아를 끄집어내면서 말할 수 없는 회한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함께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전 풀이 푹 죽어 있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죠. 부끄러움...뉘우침...그 상황을 되풀이 해 돌아보면서 곁눈질로 그 아이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그 아이는 시선을 돌리고 있었고요... 그러다 제 입에서 중얼거리듯이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죠, 저도 모르게요... “오빠도...원래 그러진 않았어...”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변명하는 듯한 힘없는 말투였습니다. 잠시 후에 그녀가 속삭이듯 대답하더군요. “괜찮아요...” 나직하면서도 정말 부드럽게, 포근하게 감싸주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귓가에 닿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뻔 했습니다. 그리고 당황하고 있었습니다...이게 도대체 무슨 느낌일까 하고요... 그리고 한마디가 더 들려왔습니다. “잊어버리세요...오빠...” 제가 저도 모르게 대답했죠. “고맙다...!” 그 순간, 그 애가 꼭 차가워진 제 영혼을 구해준 것처럼 느껴졌고, 진심으로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다정하고 상냥한 아이에게 어떻게 소홀히 대할 수 있을까요... 그 후 그 아이에게 친 여동생처럼 더욱 더 다정하게 대해줬고 스스럼 없는 사이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그 애가 항공사 승무원 시험을 치를거라고 하더군요. 그 때 그 애는 집에 내려가 있었는데 벌써 올라와서 면접도 순조롭게 통과했고, 체력테스트를 치르러 다시 올라올거라고 하더군요. 그 전날 통화를 하면서 목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그 애가 너무나 보고 싶더군요. 이리저리 재보니 다행히도 시간도 맞을 것 같기에.... 다음 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서 기다렸습니다. 그 애가 아침 첫 비행기로 올라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많이 한적했던 공항의 한 편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에 그 애가 저만치에서 나타나더니 이 쪽으로 걸어옵니다. 무척 보기 좋은 몸매...얼굴도 좋아보이더군요. 제가 다가갔더니 깜짝 놀랍니다. “오빠!! 오빠가 여긴 웬일이에요!!!!”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웬지 걱정돼서...라고 했더니, “아침은 드셨어요? 너무 깜짝 놀랬다!!” 라며 기뻐합니다. 그 애의 복장에 눈길이 가더군요. 반팔 티에...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반팔 티에 단추가 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띄더군요. “단추 없는 면티를 입어야 한다고 되어 있지 않았니?” 전 그 때...체력테스트시 갖춰야 할 복장에 관한 사항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애의 일이라서...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깜빡했나 보더군요. 그랬더니 자기가 입고있는 티를 보면서 아차! 싶었는지 당황하더군요. 그리고 어떡해야 하나...곧 들어가야 할텐데...하는 눈치였습니다. 티를 살만한 곳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둘이 잠시 그렇게 당황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제가 그 애의 손을 잡고 화장실 쪽으로 끌었습니다. 저는 남자화장실로 들어갔고, 그 애는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그 때 전 흰 면티를 안에 입고 있었던거죠. 아침부터 땀을 좀 흘렸기에 마음에 몹시 걸리긴 했지만,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면티를 벗어들고선 밖으로 나와서 건넸습니다. “땀냄새는 좀 나겠지만, 괜찮겠니?” 그 애가 몹시 기뻐하더군요. “괜찮아요!” 활짝 웃으면서 “고맙습니다!”하고선 가방에 곱게 접어 집어넣습니다. 그리고선 “아침 맛있는 것 드셔야죠!!!”라면서 제 팔짱을 낍니다. 괜찮다고, 이제 빨리 돌아가봐야 한다고, 꼭 합격하라고 격려하며 그녀를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애는 나중에 합격했죠. 다음에 만났을 때 면티를 정성껏 세탁해서는 곱게 접어서 종이 백에 넣어서 돌려주더군요. 소중한 면티였다고 웃으면서요... 그 애가 윙을 달고 명실상부한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줬죠. 그리고 어느 주말 국제선 비행을 처음으로 마치고 인천공항에 돌아왔을 때... 그렇게 해주고 싶어서 제가 꽃을 들고 가서 픽업을 했습니다. 꽃을 건네주고 축하해 줬습니다. 단정한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예쁜 모습으로 그 보다 더 환하고 예쁜 미소를 짓더군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정말정말 끌리는 참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집까지 바래다 줬습니다. 이 곳에서 일을 해야 하기에 다시 서울에 그리 크지 않은 평수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 애가 저더러 올라와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했죠. 원래는 그냥 쉬게 해주는게 당연하겠지만... 그 날 따라 함께 더 있고 싶었던지라, 따라 올라갔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그 애의 집으로 들어갔더니, 그 애가 잠시 앉아서 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가볍게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려는 거였습니다. 예쁘게 잘 어울리는 유니폼 입은 모습의 여운이 웬지 남아 있었습니다. 더구나 무척 아끼던 아이였기에... 그리고 웬지 모르게 예전보다 더 성숙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풍기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기에... 끓여온 차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데, 그 애의 집에서 단 둘이 있었기에 그런지...저도 마음이 많이 설레였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 뭔가 아쉬움이 자꾸만 남아서 맴돌고 있었죠. 참 그 때 그 순간...왜 그리도 마음 속이 혼란스러웠는지요... 제가 잠시 후 어느 순간...조심스레 말을 걸었죠... 솔직히 말해 버렸습니다. “유니폼 입은 모습 찍어도 될까...?” 잠시...아주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애는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퇴근했는데...그리고...옷도 갈아입었는데...^^;;;” ...라고 그 애가 쑥스럽게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다시...입으면 안되니...?”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미안...”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애가 고개를 숙이고선 잠시 뭔가 생각하고 있더군요... 저에게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괜한 말을 했나 싶었지만, 이미 쏘아버린 살이었죠. 그 애가 어느 한 순간 고개를 들고선 예쁘게 웃더니... “그럼요...^^” 그리고 또 말합니다. “기다려요, 오빠...”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제가 쑥스러워하면서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내 디카...” 그 애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길래.....혼자서 아래로 내려갔죠. 천천히...아주 천천히...그리고 차에 놔뒀던 디카를 들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잠시 밖에서 주저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잘못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요...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은 꽤 지나고... 천천히...아주 천천히...그리고선 안으로 들어갔죠.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잠시 혼자서 집 안의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주춤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했죠, 그래...보고 싶어... 보고싶어서 말을 꺼낸거잖아, 그 애도 허락한거잖아. 망설이지 말자...망설이지 말자...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다시 슬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문 밖의 계단에서 한층 살짝 위로 올라가서는 담배를 한 개피 꺼내서 물었습니다. 머리 속에 아무런 생각도 담지 않고 그냥 그렇게... 담배맛을 음미하면서, 피어나오는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죠... 잠깐 피우다가 냄새가 불쾌하다고 느껴지자 재를 꺼버리고선, 호주머니에 있던 껌을 두개 꺼내 씹었습니다. 잠시 더 있으니, 안에서 어떤 기척이 느껴집니다. 아주 잠시동안 더 여유를 주고선...문을 살며시 두드리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섰죠... 문이 살며시 열리고... 그 아이가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애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더니, 살며시 몸을 일으키며 저를 보고 웃어줍니다. 후우...!!! 기억이 생생합니다. 유니폼을 다시 입고선 그렇게 있더군요, 세수했던 얼굴에 메이크업을 살짝 다시 하고선... 승무원 머리도 가다듬고...예뻤습니다. 아주아주 예뻤습니다. 정작 그 모습을 바라보니... 조금 전의 여러가지 상념이 거짓말처럼 한 순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없더군요. 잠시 머뭇머뭇 하면서 그 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죠. 그저 눈빛으로만...내 앞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쫓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의 이모저모를... 눈웃음이 살짝 포개진 그 맑은 눈... 예쁜 귀... 탐스런 피부의 뺨... 입맞추고 싶은 입술... 고운 턱의 곡선... 앞으로 내민 채 마주 잡고 있는 두 손과 섬세한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제 눈에 새로운 의미로 들어오고 있었고, 가슴 속에 새로운 느낌으로 담기고 있었죠. 그 애가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그렇게 단정히 서서는...제 얼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서 쑥스러운 듯이 “킥!”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다시 고개를 들고선 저를 바라보다가 묻습니다. “이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그러면서요. ”보니까 어때요?” 라고 묻습니다. “그냥...예쁘다...”라고 말해줬습니다. 예뻤죠...그 말뿐이었습니다. 다른 말은 달리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을 겁니다. “정말요?” 하고 묻길래... ”정말로...정말로...예뻐요...”라고 대답했죠. “메이크업이 좀 그럴텐데...그래도 이해해 줘요, 오빠” 그럽니다. 고개를 끄덕이고선...잠시 후에...”찍어도 되니...?” 라고 물었습니다... “나...포즈 취할까?” 라며 예쁘게 웃는데... 그 애의 목소리...그 속에 담긴 한음절 한음절의 세밀한 어감까지 하나하나 또렷이 기억납니다. 정말...그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요... “잠시만...잠시만 그대로...”라며 제가 디카를 살며시 들어올렸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가볍게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긴장하고 있었나 봅니다. 제가 디카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 아이가 살짝 정색합니다. 그리고 다시 웃음꽃을 살짝 피워줍니다. 디카로 그녀의 유니폼을 입고 양 손을 앞으로 내밀어 맞잡은 단정한 포즈를 담았습니다. 한 장, 두 장, 그리고 또 한장... 예쁜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예쁘게 잘 담아야겠다는 본능이 살아났습니다. 각도를 달리해서 살짝 옆모습을 다시 디카에 담았습니다. 디카의 찰칵 찰칵 하는 소리가 급하지 않게, 빠르지 않게...살짝살짝 간격을 두고 울려퍼졌습니다. 간격을 두고 디카가 찰칵하는 음을 내기 직전에 그녀는 새로운 미소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도...그녀도 느끼고 있었죠...어떤 긴장감을요... 함께 어울리다가 함께 찍던 그런 자연스러운... 일상생활 속에서의 그런 흔한 사진을 찍던 것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라는 것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의 표현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볼래?" 하고 주문했습니다. 그녀가 의자로 다가갑니다. 의자에 유니폼 치마를 가다듬으며 단정한 자세로 앉더니 한쪽 다리를 살짝 꼬아 올리고선 웃으며 제 쪽을 응시했습니다. 의자에 단정히 앉은 그녀의 모습을 다시 디카에 담았습니다. 그 자세에서 팔짱을 살며시 끼고선 웃었습니다. 팔짱 하나만 꼈을 뿐인데 전혀 다른 느낌이 다가오더군요...그리고선 짓는 새로운 웃음... 디카에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녀가 두 다리를 모으고 약간 비스듬하게 포즈를 취해줍니다. 그 모습도 담았습니다.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살짝 장난스럽게 혼자 킥! 하고 웃더니... 잠시 후 정색하고선...왼팔을 살짝 아래로 내리며 비스듬히 옆으로 내민 자신의 한쪽 다리의 종아리를 감싸 쥐며 포즈를 취했습니다. 다소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참 좋은 느낌의 포즈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황급히 디카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그 애의 여러가지 예쁜 모습을 디카에 정성스레, 소중하게 담았습니다... 예쁘다...정말 예쁘다....머리 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던 생각이었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그 애가 제 앞에 그대로 서서 절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쑥스럽다는 듯이 웃음 지었습니다. 볼이 새빨개지더군요. 저도 웃어주고 싶었지만, 그 순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웬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탓일까요... 그 애의 웃음이 아무 반응을 받지 못한 어색한 웃음이 되어버렸습니다. 약간 무안했던지...웃음을 거두고 시선을 살짝 아래로 옮깁니다. 그 모습을 보다가...저도 모르게 그녀의 앞으로 한발짝 다가섰습니다. 천천히...천천히...다가섰습니다. 우리 둘 사이에 그 순간 뭔가 몹시몹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애가 고개를 약간 떨군 채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가, 순간 가볍게 “후우...!”하는 한숨을 쉬더군요. 제가 가까이 다가가서는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그녀의 왼쪽 어깨에 제 오른 손을 살짝 올려 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오른 편으로 해서 살며시 한바퀴 그녀 곁을 지나 맴을 돌았습니다. 몹시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경직된 어깨...분명히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상체... 제 손도 긴장을 가득 담은 채 뜨거워져 있었을 겁니다. 우리 둘은 함께 있은 적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같은 묘한 기류는...이토록 숨막힐 듯이 답답한 분위기는 연출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 아이가 술자리에서 자신의 가슴 아팠던 가정사를 저한테 솔직히 털어놓던 날에 그 애는 술기운에 서러운 감정이 북받쳤던지 눈물을 흘리긴 했었죠. 그 때 저는 매우 딱하고 뭔가 갑갑한 심정으로 응대하고 있었고... 하지만 그 때의 그런 분위기도 지금 이 순간 우리 둘이 처해있는 분위기와는 매우 달랐죠. 맴을 돌면서 그 애의 체취를 느꼈습니다. 탐스러운 하얀 피부...유니폼 속에 감춰져 있을 그녀의 고운 살냄새...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앞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어 줬습니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그녀의 왼쪽 볼을 살며시 감쌌습니다. 그 애는 살며시...아주 살며시...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살짝 아래로 떨군 채 가만히 제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그 애의 바로 곁에서...그녀의 얼굴 바로 곁에서 멍하니 그녀를 응시하고 있자니 서서히 흥분이 밀려오고 있었고, 점점 그 흥분이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마음 속에서는 혼란된 감정이 마구 부딪히면서 갈등을 겪고 있었고... 하지만 갈등하는 마음과는 달리... 제 얼굴이 슬며시 앞으로 다가서며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맞추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있더군요, 숨 죽이고 있는 듯이... 그녀는 그 순간 숨을 죽이고 있었던게 맞습니다. 숨을 내쉴 용기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었던거죠. 그리고 또 한번 볼에 가볍게 입맞췄습니다. 또 한번...다시 한번...살짝살짝 입맞추고 있었습니다...솔직히 멈춰지지 않더군요... 조금씩 아주 조금씩....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 속도 그녀의 호흡과 함께 흥분되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이 다시 다가가서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습니다. 입술이 맞닿는 순간 그녀의 고개가 본능적으로 숙여지더군요. 입술은 이미 가벼운 터치를 일으키고 난 바로 직후였지만요...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숙이고선 그녀의 입술 아래로부터 다시 제 입술을 맞부딪혀 갔습니다. 그리고 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들어올렸죠. 가볍게 한번...두번 터치가 이뤄지고... 그 다음은 조금 더 강하게 부딪혀 나갔습니다. 그 때의 감촉이 뚜렷이 기억나는군요... 그 애의 감은 눈이 마구마구 떨리고 있었습니다. 눈과 눈썹이...과장이 아니라 무섭도록 팽배한 긴장감을 느끼며 그녀의 눈과 눈썹이 막 떨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벌리게 하고선...제 혀가 그녀의 입술사이로 파고 들어갔죠. 입술과 그 다음으로 닿은 치아를 파고들며 좀 더 안으로 들어간 제 혀가 그녀의 혀를 찾아냈습니다. 그녀의 혀가 상당히 서툴게 제 혀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살짝 부딪치고선 피해가고, 피해가더니 다시 살짝 부딪히고선... 그러다가 결국 제 혀에 그녀의 혀가 끌려나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그렇게 입맞춤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디카로 그녀의 유니폼 입은 예쁜 모습을 담고 싶다고 얘기할 때부터 짜놓고 있었던, 그런 예정된 각본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겁니다. 그녀를 친동생처럼 아끼면서도... 마음 속 어느 곳에서 간직하고 있던 그녀에 대한 어떤 감정이 저를 그렇게 정신없이 몰아가고 있던거였죠... 그런데 그녀도 결코 저를 피하지 않았고요... 소중하고도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정말 머리 속을 날카롭게 만들던 느낌의 떨리던 키스였죠...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는데...그 때의 느낌 하나하나가... 정말 일초일초의 느낌 하나하나가 마치 파도가 무섭게 달려들듯이 또렷이 또렷이 되살아 납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을 보시고 이 상황이 낯익으신 분도 계시죠? ...이것이 바로 그 때의 실제상황입니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군요. 그렇게 저와 그녀 사이에는 입맞춤이 꽤 길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잠시 주저하는 마음에 입술을 떼어냈지만....저도 모르게 곧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게 되더군요. 다시 한번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이 닿는 순간 눈을 감고 있는 그녀도 조금 전보다 아주 조금 더 살포시...용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제 팔이 그녀의 어깨를...더듬었고...다시 살포시 제 품 안으로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그녀가 제 품안으로 몸을 내맡기며 그대로 스르르 안겨왔고, 제 입술과 두 팔이 조금 전보다...그리 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조금 전보다 확실히 좀 더 힘이 들어가며, 탐욕스러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느끼면서 제 품 속의 그녀의 몸을 제 몸으로 천천히 밀고 있었습니다. 아주 나직한 음성으로 그녀가 “아아...!”하고 순간 놀라는 듯 내뱉는 신음소리가 분명히 귓가에 들려왔습니다. 저는 그녀를 감싸 안은 채 그녀의 몸을 이끌고 있었죠. 그녀의 입에 살포시 입을 맞춰가면서...그리고 어느 덧 침대까지 다가갔습니다. 그녀를 소중하게 감싼 채로 침대 쪽으로 살며시 밀었습니다. 그녀의 살며시 살며시 저로 인해 주춤거리며 뒤로 뒷걸음질 쳐가던 두 다리가 침대에 부딪혔고, 그녀가 그 압력으로 침대에 털썩 주저앉게 되었죠. 그녀의 몸이 순간 놀라는 듯 했습니다. 어깨가 또 다시 빳빳하게 경직되는게 확실히 느껴졌고, 상체가 조금 전보다 훨씬 바들바들 떨리고 있더군요. 제가 반사적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올려주며 다시 입맞춤을 했습니다.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였죠. 그녀의 긴장하던 상체가 조금씩 조금씩 다시금 힘이 풀려가더니... 잠시 후 제 힘의 압력에 의해 상체가 뒤로 서서히 허물어져 내립니다. 그렇게 유니폼을 입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선... 제 한 손은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올리면서...그러다 또 볼을 소중하게 쓰다듬었습니다. 볼은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져 오고 있었고...얼굴에 열이 올라오고 있더군요. 감은 눈과 눈썹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어찌 그리 예쁘고 사랑스럽던지요. 그녀의 귓볼을 살며시 매만지던 손이 다시 좀 더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고운 뺨을 쓰다듬어 주다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왜 이렇게 예쁘니...?” 감긴 두 눈이 순간 파르르 얕은 떨림을 보입니다. 그녀는 두 눈을 감은채 얕은 떨림 속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마음 속에 일말의 주저함과 두려움이 남아있던 저였지만, 계속되는 육체와 감각의 본능적인 꿈틀거림이 커지면서 흥분 속으로 무섭게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 순간 만큼은 “이래도 되는걸까...?” 하던 생각 따위는 온데간데 없었죠. 정말 참기 힘든 그 순간의 유혹이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제 손이 아래로 내려가 유니폼 아래로 그 아이의 매끈한 다리를 감싸 쥐었죠. 놀라는 듯한 순간적인 꿈틀거림의 반응이 느껴졌습니다. 몹시 긴장하는 그녀...하지만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유니폼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그 아이의 다리를 서서히 아래에서 위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하지만 정성껏 애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은 채, 혀로는 그녀의 혀를 맛보면서요...그렇게 탐닉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팔로 키가 큰 그 아이의 몸을 받치고선 좀 더 침대 윗쪽으로 옮겨가려 했습니다. 몹시 놀라는 듯 하더군요. 제 실수로 그녀의 몸이 순간 옆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그녀의 몸과 얼굴이 한 순간 제 반대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그 쪽을 향하게 되었고, 전 그녀의 뒷모습만 마주하게 됐죠. 아주 잠시의 어색한 순간을 바로잡기 위해서 다시 손을 내뻗어 그녀의 몸에 닿는순간 그녀가 어색하다는 듯이 가볍게 손을 뻗어 제 행동을 제지하더군요. 순간 저도 약간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아주 잠시 어리벙벙 했죠...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정신을 차려 다시 손을 뻗는 순간... 그 아이가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움찔움찔 하면서 제 손을 피합니다. 그리고 “킥킥!!”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녀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선 마치 심술궂은 장난에 난감하고 재밌다는 듯이... 또 한편으로는 장난에 무척 어색하고 간지러운 듯한 반응의 액션을 취하면서... “아이...오빠...! 킥킥...! 간지러워요...하지 마...!!” 그러면서 제 손을 살며시 살며시 계속 소리내어 웃으면서 뿌리치더군요. 그 순간 얼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직 준비가 되질 않았다는 사실을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둘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결코 이럴 생각도 아니었고, 이런 상황이 우리 두 사람에게 이리도 급작스럽게, 이런 일시의 충동으로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찾아온 것은 매우 어색한 것이었습니다. 전혀 아무런 준비 없이 벌어진...상당히 위험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일시의 흥분과 충동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고, 그녀 역시 당황스러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제게 몸을 내맡기고 있었던 것이죠. 물론 그 저변에는 그녀에 대한 제 감정과, 저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었던 덕분이긴 하지만요. 어떤 분은 원래 그런 상황에서 역사는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의 우리 두 사람이 처해있었던 관계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상황은 확실히 지나치게 충동적이기도 하고 급작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몹시 당황하고 놀라고는 있었지만, 자기 자신도 흥분하곤 있었지만... 그 잠시의 어색한 틈이 벌어진 상황에서 침착하게 임기응변을 했던 것이죠. 될 수 있는 한 자연스럽게...어색하지 않도록...될 수 있는 한 냉정하게... 제가 무안해 하지 않도록...그저 순간의 짖궂은 장난으로 치부되는 설정으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상황을 무마시킨 것이었습니다. 어떤 한편으로는 괘씸하면서도 (?), 재치있는 애라는 생각이 안 드시나요? 그 애가 현명했던 거죠. 지금 생각해 봐도 그녀의 그 때 액션은 참 지혜로운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녀가 어색하다는 듯이 킬킬거리면서 몸을 돌렸고, 저도 이에 호응해서 장난치듯 킥킥거리며 어흥~! 하고 덮치는 것처럼 하며 슬쩍 한번 가볍게 안아주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잠시 킬킬 거리며 웃고 있으니... 어느 덧 몸속의 흥분이 점차 빠른 속도로 식어가더군요. 잠시 후에 자연스럽게 둘이서 몸을 일으켰고, 전 그 애가 옷을 갈아입도록 하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거실로 나와 잠시 음료수 한 캔 마시면서 앉아있으니 흥분은 이미 사라졌더군요. 조금 전의 상황을 곰곰히 돌이켜 보니...그냥 그 상태에서 그대로 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찔하기도 하고...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에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고... 그녀도 저도 될 수 있는 한 어색함이 없도록 이런저런 농담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았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모든 것을 다시 제로로 돌려나갔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집으로 돌아와서도...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오늘 그 아이를 건드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아이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걸까... 제 자신에게 솔직하게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그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하고, 그러다가 약간이라도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이 섞여들어간다 느껴지면, 또 다시 진심을 끌어내며...혼자서 자문자답을 해봤습니다. 왜 그랬을까...그래도 되는 것이었을까...그럼 앞으로는...? 이런저런 생각과 심정과 계산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중에도 한가지 마음에 계속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계속 어떤 다른 사람의 얼굴이... 그 표정이...그 몸짓이...그 목소리가 떠오르고 이름이 되뇌어 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 사람의 모습이... 해외에 나가있던...해외의 외항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다른 어떤 여자의 모습이었죠. (편의상 A라고 부르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를 몹시 설레게 하고 그리움에 젖게 만들던 A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난 해외에 있는 A에 대한 마음을 단념한 걸까... 결론은 아직 아니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A와도 어떤 형태로든...어느 정도까지로든...확실히 진도가 나가고 있었습니다. A와 주고받던 메일이, 국제전화가, 그리고 국내에 왔을 때 가졌던 만남이... 그 미소가 자꾸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맴돌고 있었죠. 그리고 그 날 따라 맑고 잔잔하던 좋은 날씨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불어오던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이 같이 손을 잡고 한동안 걸었던 그 추억... A와의 그 추억을 잊을 수 없었고, 또 항상 그럴 수 있기를 절박하게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겠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쨌든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 해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런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어쩌면 난...해외에 나가있는 A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친동생처럼 여기던 그 아이를 A의 대체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외에서 돌아왔던 A를 봤을 때 참 잘 어울린다고 여겼던 유니폼을 입은 예쁜 모습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친동생처럼 여기던 그 아이를 통해 A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오늘 그녀, 그 아이에 대한 행동도 단순히 그런 욕구에서 터져나온 잘못된 충동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솔직하게 대답해 보자...솔직하게 대답해 보자...하고 몇번이나 되뇌었지만... 결론은 그렇진 않다 였습니다!!! 저는 친동생처럼 여기던 그 아이에게 결코 단순한 충동에 의해서만 그렇게 한 것은 결코 아니었던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 아이를 아끼고 있었고, 애틋하게 각별히 여기고 있었습니다. 우리 둘에게는 어떤 정이 분명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남매 같은, 친구 같은, 어떤 면에서는 연인 같은... 그런 여러가지의 친정, 우정, 애정이라는 이름의 정이 복합되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한 정이 어떤 애틋한 감정으로 승화되며 어느 새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던 겁니다. 그 아이의 모습이 저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점점 해외에 나가 있는 제가 그리워 하는 A의 자리로 점차 스며들어오고 있었던 거죠. 기존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아가고 있던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또 하나의 존재로 인해 곁가지를 쳐 나가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그 때 확실히 서로 다른 사랑스런 두 아가씨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던 겁니다. 갈등이 많이 되더군요. “내가 정말 해외의 A와 잘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그리워 하고 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만일 오늘 이 아이를 건드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럼 지금까지의 우리의 절친한 오누이 사이는 끝나고 새로운 어떤 사이로 발전할 수 밖에 없겠지... 그게 싫어? 그렇진 않지...그것도 괜찮지...이 아이도 좋으니까...무척 좋으니까... 그럼 해외의 A와 내가 정말 맺어질 때까지만 이 아이와 사귄다면? 그 때까지만 내가 이 아이를 내 것으로 가진다면? 그건 안될 말이지...그럼 이 아이는 뭐가 되는데? 이 아이가 너한테 그것 밖에 안되는 존재야? 이 아이와 그동안 가까워 진 건 단순히 이 아이를 탐냈기 때문에? 오늘 같은 순간을 위해서? 그건 아냐... 이 아이와 오래오래 가고 싶다...좋은 사이로...좋은 사이로 오랫동안 가고싶어... 그럼 이 아이와의 발전을 위해서 해외의 그녀를 포기할 수 있어? 내 마음이 그러질 못하고 있어...” 두 여자를 모두 데리고 중동으로 가버릴까? 거긴 일부다처제가 되니까...하는 생각까지 했죠. 어이 없으시죠?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습니다 ㅡㅡ;;; 그 날 이후로... 그 날 이후 다행인지 불행인지.... 얼마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아이에게서 어떤 특별한 동정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저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통화도 갖고 문자도 나누고, 그 애도 점점 일이 바빠지고 있고, 그 일에 적응해 가고 있었고, 저도 저의 시간을 알차게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죠. 시간 있느냐고? 오빠한테 데이트 신청 해도 되느냐고 장난스레 묻습니다. 이 애가 장난칠 때...참 귀엽습니다. 누구나 귀엽다고 느낄 겁니다. 신청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요즘 많이 바빴냐고 묻더군요. 그렇진 않았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했더니, 킬킬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이그~~특별한 일도 없다면서 괜히 바쁜척 했던 거에요? 특별한 일도 없으면 평소에 좀 데리고 다녀 보세요, 좀 데리고 다녀 보세요~~!!!^^” 그러고 보니 데리고 다니는 일이 그 동안에 거의 없었네요... 제가 웬지 모르게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심정으로 은근히 갈등하며 피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함께 데이트하던 날... 깔끔한 복장으로 나갔습니다. 그 애도 예쁘고 세련된 복장으로 나왔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 애도 제 모습을 보고 활짝 예쁘게 웃습니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커플석에 앉았죠. 재미있는 영화였죠. 영화관 안의 분위기도 즐겁고...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옆 자리의 그 아이가 슬며시 고개를 제 어깨에 기댑니다. 한번 기대더니 다시는 떼지 않습니다....그렇게 영화를 봤죠. 이 아이는 보지 못했던 그 동안...저에 대한 마음을 정한 것일까요...저를 받아들이기로...? 그 후 또 몇 차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즐겁고 친근한 분위기.... 그 아이의 저를 보는 눈빛이 예전의 그런 눈빛이 아닙니다. 확실히 느낄 수 있었죠. 부끄러움과 설레임과 정이 듬뿍 담겨있는 눈... 어느 날 그런 예쁜 눈으로 저를 보면서...저에게 그럽니다. “예쁘다...오빠 눈이...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이 느낌 계속 가져갈 수 없을까...” 그건 고백이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할 말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잔잔한 웃음으로 넘겼습니다만... 우리 둘의 모습은 확실히 연인같은 분위기로 점점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마음 속 갈등이 점점 고조되어 갔습니다... 어떻게 할까....간사한 사람의 마음이여... 제가 그토록 갈등하고 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이유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이 아이의 부모님의 갈등이 컸다고 했었죠? 두 분은 이혼했고, 이 아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죠. 이혼사유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우스운 것이 엄마의 친구와 바람이 난 겁니다. 딸이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헤어지셨죠. 그 전부터 갈등은 심각했고, 그 아이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보기 싫은 행각이 많았죠. 아버지가 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셨던가 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꼴불견이었던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신 듯....대학교수라는 분이요.... 이 아이의 어머니는 상처를 많이 입었고, 그 아픔은 그걸 보며 자란 딸에게 고스란히 전이된거였죠. 그 아이는 그래서인지 제가 그 아이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매우 경계하고...싫어했고....민감했습니다. 학교 다닐때 바람둥이 녀석 하나가 이 아이가 탐나서 접근했다가 곧바로 아작나 버렸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에 자라났던 상처 때문이었던 거죠. 그런 상처를 갖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았죠. 착하고 다정하고 상냥하고....장난도 곧잘 치고.... 다행히도 제가 그런 그 아이의 고민이나 상처를 적지않게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매우 가까워지게 됐던 거죠. 그 아이가 저에게 처음 자신의 마음 속 진짜 모습을 고백했을 때 이 아이는 펑펑 울었습니다. 말을 하고 나서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남들에게 감춰 뒀던 말을, 그 상처를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사람이란 서러움과 두려움에 펑펑 울게 되는가 봅니다. 이 아이가 말했었죠. 자기는 유리의 벽을 쌓고 살아왔었다고요.... 유리의 벽 속에 자신을 가둬두고....다른 사람이 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절하며.... 하지만 그 유리의 벽 속에 갇혀있던 자신은 또 얼마나 상처가 더 깊어질까요? 그래서 전 이 아이에게 더 각별하게 정을 쏟았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정이 들어갔던거죠, 서서히...적지 않은 시간동안... 그런데 그 아이가 제게 갖고있던 우정이...오누이의 친근한 정이... 이젠 점차 사랑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 아이를 아낄 뿐만 아니라...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에 먼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거죠. 그 당시의 저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정이라는 그물에 한번 걸려버리게 되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듯 합니다. 발버둥치면 칠수록 그 정이라는 그물은 사람의 몸을 더욱 쎄게 휘감아 조여옵니다. 제 마음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이 아이를 제 것으로 만든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또 다시 상처 받게 되지 않을까요.... 단순히 섹스를 좋아하고, 원나잇 스탠드를 원하는 상대라면 얘기는 또 다르겠죠. 하지만 제가 잘 아는 이 아이는 그런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어떤 또 다른 상처가 있는 여자가 있었는데, 어떤 녀석이 따먹고 나서는 버렸습니다. 그 여자에게 관심있던 다른 녀석이 접근해서는 그 여자를 위로해 줬죠. 그리고 그 여자를 따먹고 나서는 또다시 입을 쓰윽 닦고선 버렸죠. 그 녀석들을 경멸했습니다. 그런 녀석들을 경멸했던 저로서는 마음 속에 다른 이를 품고서 또 다시 이 아이에게 실수를 저지를 용기가 쉽사리 나지 않더군요. 제 마음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이 아이를 제 것으로 만든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또 다시 상처 받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 아이는.... 이 착한 아이는 또 다른 상처를 새로 안고 남자에 대한 새로운 유리의 벽을 또 하나 쌓아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이제서야 어째서 그 아이가 그날 저에게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찍게 한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저와의 급작스러웠던 상황이 우리 둘에게 어떤 심각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게 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토록 공교로운 것인지요.... 저는 사람의 인연은 참 묘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제 자신이 그런 어떤 운명의 끈을 심심치 않게 잡아 봤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밤 채팅을 하게 됐습니다. 그 시기에 마음이 심란해서 가끔씩 밤에 모 사이트에 들러서 채팅을 즐기곤 했습니다. 그 시기의 채팅 때 무슨 번개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구여, 그냥 단순히 채팅을 통해서 상대와 이런저런 대화나 나누는 정도였죠. 어느 날 밤 어떤 여자와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냥 나이와 지역 정도만 소개하고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는데, 상대도 그런 정도의 의도만 갖고 있었기에 서로 별 부담이 없었죠.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꽤 착하고 조용조용한 젊은 여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자기는 키가 작아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답니다. 소개팅을 몇 번 했는데, 잘 되지 않더라며, 그리고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어떻게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잘됐으면 좋겠다고 그러더군요. 잘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뭐 그렇게 격려를 해줬죠. 대화글에서 느끼는 것일 뿐이었지만, 상당히 여성적인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게 됐죠. 그러다 출신학교가 나왔는데, 저와는 출신학교가 다르더군요. 어느 학교를 나왔다라고 대답하자, 상대방이 그럽니다. “아, 어릴 때부터 제일 친했던 친구가 다니는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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