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준이 독서실을 나온 것은 열시가 넘어서였다. 독서실에서 자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병준은
그래 본 적은 없었다. 할머니도 밤에라도 그가 꼭 집에 들어오길 기다리셨고, 우선 거기서
자면서 공부한다는 애들 치고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애를 그날 바
로 독서실 문 앞에서 만났다. 어두운 불빛 아래서도 그녀의 얼굴은 창백한 빛을 띠고 있었
다. 지나칠 정도로 마른 몸이 그녀를 더 크게 보이게 했다. 그녀는 우연히 병준을 만났듯이
행동했으나 병준은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두운 밤길이라 미애
혼자서 보낼 수는 없었다. 말 없이 한 발 뒤를 따라 오던 미애가 동네 놀이터를 지날 때 옆
에 와 병준 옆에서 걸었다. 병준은 무언가 그녀가 자신에게 애기하고 싶어한다는 눈치를 챘
으나 그것을 무시하고 말 없이 걸었다. 그녀의 당돌함은 지난번 혜숙과 같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을 때 눈치챘다. 혜숙이의 고모는 신문사 문화부에 근무하여 극장 초대권이 잘 생
기는 모양이었다. 그날도 그렇게 생긴 초대권을 갖고 단성사에 가는 길에 파고다 공원 앞에
서 미애를 만났다. 병준은 그녀와 얼굴만 아는 사이였으나 혜숙은 그녀와 가까웠던 것 같았
다. 미애는 뜻밖에도 둘을 따라 같이 그 극장에 갔다. 다른 아이같았으면 그럴 것 같지 않
았다. 무언가 조금 다른 아이라는 생각을 하며 병준이 가운데 좌석에 앉고 혜숙이와 미애가
양쪽에 앉았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앉아있었으나 병준의 잠바를 무릎 위에 언고 앉은
혜숙의 손을 병준이 남 몰래 잡았다. 병준의 손은 혜숙의 두 다리 사이에 얹혀 있고 그 위
를 잠바가 덮고 있으니 참으로 따뜻했다. 그리고 그 따스함은 은밀한 장난으로 바뀌어 갔
다. 그는 손으로 혜숙의 몸을 더듬었다. 처음에는 옷 위로만 더듬다가는 점차 치마 속으로
파고 들게 되었다. 혜숙도 병준의 그런 장난이 싫지 않았는지 아니면 뿌리치기 너무 부끄러
운 상태였는지, 그의 손은 옆으로 터진 치마 쟈크를 열고 그녀의 몸 중심부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병준은 옆애 앉은 미애가 그것을 눈치챘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
가 끝날 때까지 그녀는 자세도 변하지 않고 화면에만 열중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혜숙의 뒤를 따라 나서는 병준의 손을 미애가 갑자기 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자
신의 코 끝에 가져 갔다. 병준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녀는 병준의 손 끝에 묻은 혜
숙의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그녀가 혜숙과 경쟁하여 자신을 유혹하려할 지 모른다는 예감
을 병준은 그날 이후 갖게 되었다. 그 당시는 그것이 예감이라기 보다는 추측이라고 할 수
도 있다. 평상시 그녀가 주는 냉정함과 신비하다고까지 말 할 수 있는 차가운 표정은 병준
에게 이유없는 열등감을 주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묘한 불량함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더 그녀에 대한 음란한 공상을 병준이 할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 나랑 얘기 좀 할 수 있어? ”
미애가 병준을 빤히 바라 보며 물었다. 병준은 발길을 멈추고 섰다.
그리고 전혀 뜻밖이란 표정으로 말했다.
“ 응? 무슨 얘기? ”
둘은 놀이터 옆의 골목길에 서 있었다. 나무 그늘이 져서 놀이터에서도 또 길에서도 잘 보
이지 않는 위치였다. 병준은 주위를 돌아 보았다.. 낮에 비가 와서인지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량배가 많은 곳이라 다소 불안도 헀지만 우선 집 근처라 그들도 대부분이 병준을
알고 있고 또 이런 곳에 나와있는 애들은 주로 병준의 동생 학준의 친구 뻘되는 애들이어서
병준에게 함부로 시비를 걸지는 못할 것 같았다. 막상 얘기를 꺼내고도 미애는 쉽게 얘기를
잇지 못했다.
“ 그날 늦었다고 집에서 야단 맞았니? ”
그 날이란 같이 극장에 갔던 날을 뜻했다. 셋은 그날 극장에서 나와 명동까지 걸어가서 분
식집에서 우동까지 먹고 집에 들어 갔으므로 11시가 넘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미애가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병준도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그렇게 물었다. 미애는
병준의 말엔 대답하지 않았다. 병준으로서는 난처한 침묵이었다.
“ 무슨 얘긴데? ”
병준이 다시 물었다. 망설이던 미애가 어렵게 말했다.
“ 꼭 얘기가 있어야만 하니? ”
“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
“ 부담돼니? 나랑 이렇게 있는 것이? ”
미애는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병준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더듬거리며 변명했다.
“ 어제 우리 집 금붕어가 죽었다. ”
병준은 의아해 했다.
“ 내가 죽였어. ”
병준은 의미를 깨닷지 못했다.
“ 어제가 내 생일이었다. ”
미애의 이야기는 비약이 심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 그것도 몰랐네. 늦었지만 축하해. ”
병준으로서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미애는 병준을 보고 말했다.
“ 우리 집에 갈래? ”
“ 지금? ”
병준은 놀라 미애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그녀는 별 표정없이 놀이터 앞의 가로등만 바라보
고 있었다. 그리고는 담담히 대답했다.
“ 응. ”
“ 왜? ”
“ 혜숙에게 한 것처럼 나한테도 해 줘. ”
병준은 자신이 추측했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내가 혜숙이 한테 어떻게 했는데? ”
“ 그건 나도 몰라. ”
“ 그런데 뭘? ”
“ 나, 너랑 자 보고 싶어. ”
미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병준은 침을 삼켰다. 무언가 이미 잘못돼었거나 아니
면 앞으로 크게 잘못될 일이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 난 혜숙이와 그런 사이가 아냐. ”
병준이 말을 더듬었다.
“ 상관 없어. ”
미애는 병준을 향해 마주 섰다.
“ 아무도 모르게 내 방에 갈 수 있어. 그리고 내 방엔 아무도 않와. ”
병준은 그녀에게 상처주지 않을 적당한 구실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병준보다 빠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 정 싫으면 할 수 없지. 다른 남자도 많으니까. ”
“ 싫다는 것이 아니라... ”
병준은 망설였다. 미애는 병준에게 마지막이란 듯이 설명했다.
“ 너는 혜숙이를 좋아하지? ”
병준이 끄덕였다.
“ 나를 혜숙이 처럼 좋아하진 않지? ”
병준이 망설였다.
“ 나를 싫어하니? ”
병준은 머리를 저었다. 그것보란 듯이 그녀가 말했다.
"나도 너를 좋아하지 않아. 그렇다고 또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니까 너를 선택했어. 넌
꼭 사랑해야만 남녀가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미애는 이미 준비했던 것처럼 단숨에 말을 이어갔다. 병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
으나 혜숙의 친구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미애가 돌아서 앞
서 갔다. 병준에게는 뒤를 따르는 것 이외의 선택은 없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기세로 보아
병준이 가 버린다면 틀림없이 다른 남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기회를 버리기에는 그녀
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컸다. 그러나 만약 이런 사실을 혜숙이가 알게 된다면....미애는 병
준의 마음을 읽는 듯 했다.
“ 혜숙이 한테는 비밀로 한다고 약속해. ”
병준이 뛰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앞서 가던 미애는 뒤 돌아 확인하지도 않았다. 미애
의 집은 구조가 특이했다. 본채와 달리 별채가 있는 큰 집으로 미애는 별채에 자기 방이 따
로 있었다. 본채를 거치지 않고 미애의 방에 들어 갈 수 있어 병준으로서는 큰 다행이었다.
미애만이 본채에 잠깐 들어 갔다 왔다. 미애의 방은 병준이 보기에는 온갖 집안 살림살이가
따로 다 있는 것 같았다. 보기 어려운 작은 냉장고와 TV 그리고 전축도 있었다. 침대와 책
상도 잘 정리 되어있었다. 학생 방으로는 지나치게 크다싶은 책장엔 책이 많아 책장 위에까
지 눞혀져 있었다. 마치 작은 도서관처럼 책의 종류도 다양했다. 본채와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병준의 가슴이 떨리는 것은 여전하였다. 병준은 의자를 끌어 당겨 앉았다. 책상
위의 조그만 어항에는 정말 금붕어가 없었다. 푸른 수초만이 흔들림도 없이 정지해 있었다.
미애가 방에 들어 와 문 앞에 섰다. 그녀도 냉정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는 것 같았으나 흥분
되어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숨이 고르지 못한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극
장안에서 보인 혜숙의 거친 숨과는 종류가 달랐다. 그녀는 선채로 방문 옆의 스위치를 내렸
다. 방안이 어두워지자 고요함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 이제 네 마음대로 해. ”
미애의 목소리가 갈라져 들렸다. 병준도 의자에서 일어났으나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미애가 병준에게 다가섰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그녀의 흰 얼굴이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 옷을 벗어야 돼니? ”
그녀가 병준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병준의 얼굴 어느 곳에 고정되
어 있었으나 눈은 아니었다.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입술을 물고 있었다.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병준은 여기까지 따라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병준이 마
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자신에게서도 갈라진 소리가 나올 것이 두려워 조심스레 말했다.
“ 왜 그래? ”
미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스스로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녀는 알
몸이 되어 갔다. 속옷도 팬티도 망설임 없이 벗어 버렸다. 그녀의 알몸을 쳐다보려하는 자
신의 호기심이 천박스럽게 생각될 정도로 그녀의 용기는 병준에게 충격을 주었다. 벗은 자
신의 몸을 부끄러움 없이 내보이며 그녀는 병준에게 요구했다.
“ 너도 벗어. ”
사무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말투였다.. 병준은 기분이 상했다. 이런 꼴을 당하려고 여
가까지 온 것은 아니라고 자신을 부축였다. 돌아서 나오려 했다. 그러나 그가 실제 행동한
것은 그녀를 안아 들고 침대에 눕힌 것이었다. 그녀가 이불을 들쳤다. 이불 밑에는 병원에
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구김이라고는 전혀 없는 흰 시트가 깔려 있었다. 그녀가 그 위에
누워 다시 말했다.
“ 너도 벗어. ”
병준은 돌아서 티셔츠를 벗었다. 바지도.... 그러나 팬티만은 벗을 수 없어 그대로 미애의
곂에 누웠다. 그녀도 그 이상은 강요하기 어려운지 그것을 묵인하였다. 미애의 찬 손이 병
준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어깨선을 따라 병준의 몸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느낌이
피부로부터 가슴을 향해 찔러왔다. 병준은 몸을 떨렀다. 그것은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전
에 경험애 보지 못한 찔리는 듯한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병준이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가
슴이 자신의 가슴에 닿았다. 그 느낌은 차갑지만은 않았다. 더 이상 어찌할 줄 몰라 병준은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무척 마른 몸이었다. 그녀가 한숨 비슷하게 큰 숨을 내 쉬었다.
병준은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그녀가 눈을 감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가늘고 긴 눈썹이었다. 그녀의 입술에 병준의 입술이 닿았다. 입술
도 말라 있었다. 항상 촉촉한 느낌을 주던 혜숙과는 달랐다. 병준은 그 입술을 빨았다. 그
녀가 눈을 뜨며 입술을 피했다. 그러나 병준의 어깨에 있던 손으로는 병준을 더욱 힘주어
안았다. 그녀가 키스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병준은 한 손을 그녀의 가슴에 가져
갔다. 자그마한 젖 동산이 만져졌다. 한 손에 다 들어가는 작은 가슴이었다. 손바닥으로 젖
꼭지를 찾았으나 처음엔 느낄 수 없었다. 계속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자 손바닥 가은데 작은
봉오리가 느껴졌다.
“ 나도 만져도 돼니? ”
미애의 손도 병준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 손은 병준의 배꼽 근처까지 내려갔다. 팬티 고
무줄에 그녀의 손이 닿았다. 그러나 스스로 그것을 밀어내거나 안으로 파고 들지는 못했다.
“ 이것도 벗어. ”
아까 보다 훨씬 작은 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병준은 둘이 공평해지기로 했다. 누운채 자신
의 팬티를 벗어 침대 밑으로 얌전히 내려 놓았다. 아직도 커지지 않은 자신의 남성이 신기
했다. 다시 그녀를 안았다. 이번엔 손을 미애의 엉덩이까지 내려 더욱 꼭 안았다. 그녀의
몸에 병준의 몸 끝이 닿았다. 그녀도 그것을 의식한 것 같았다. 처음엔 몸을 뒤로 빼는 것
같았다.
“ 만져도 돼지? ”
그녀는 병준의 몸을 손에 쥐었다. 왜 그녀의 손이 그렇게 차게 느껴지는 지 알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에 잡힌 병준의 몸은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커져가는 병준의
물건을 손에 잡고만 있었다, 병준은 자신이 능동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젖꼭지
를 찾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까실한 음모가 만져졌다. 손으로 더듬어 그것의 모양을 머리
속에 그려 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음모의 양은 많은 것 같지 않았다. 다리를 오므리고 있어
도 그녀의 마른 허벅다리 사이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어 병준의 손이 파고 들어 갈 수 있었
다. 드디어 부드러운 살이 만져졌다. 습기도 느껴졌다. 양쪽에 위치한 꽃잎도 느낄 수 있었
다. 병준은 꽃잎을 밀고 손가락을 안으로 밀었다. 입술을 무는 미애의 모습이 보였다. 이래
도 되는 건가 병준은 다시 망설였다. 그 순간 미애가 병준의 몸끝을 더욱 세게 쥐어왔다.
병준도 손가락을 안으로 밀었다. 손가락 끝에 끈끈한 액이 뭍는 것이 느껴졌다. 미애의 몸
이 굳어졌다. 병준은 미애의 눈치를 살폈다.
“ 그만 둘까? ”
병준이 조심스레 물었다. 미애는 단호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또 작은 소리로 애원했다.
“ 거칠지 않게....해 줘. ”
병준은 약속한다는 듯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빠르게 갖다대었다가 떼었다. 그것까지
그녀가 뿌리치지는 않았다. 병준은 몸을 일으켜 그녀 위에 올라갔다. 그녀가 다리를 오므리
고 있어 병준이 양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몸 위에 엎드렸다. 병준의 남성이 그녀의 배 위에
서 흔들거렸다. 병준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작은 젖꼭지를 혀의 감촉으로 찾아냈
다. 젖꼭지는 작은 유방에 완전히 묻혀져 있어 입으로 물 수 없었다. 혀로 그것을 부비듯 ?
자 약간 커지며 단단해져 왔다. 다른 쪽 가슴도 마찬가지였다. 병준은 자신의 몸이 지나치
게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날씨가 더워서는 아니었다. 땀이 난 등이 서늘했다.
땀이 난 병준의 등과 허리를 쓰다듬는 미애의 손이 주는 차가운 감촉에 병준의 몸이 저려
왔다. 병준은 자신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신의 다리
를 끼워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그녀는 쉽게 몸을 벌려 주었다. 병준의 몸 끝이 끄녀의 비
밀스러운 곳에 닿자 그녀는 새삼스레 놀라 몸을 피했다. 병준이 다가서자 이번엔 몸을 피하
지는 않았으나 긴장하는 기색이 확연하였다. 병준의 몸이 그녀의 꽃잎을 제쳤다.
“ 괜찮아? ”
병준은 그녀에게 계속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눈썹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준은 자신이 왜 여기서 그녀와 이런 짓을 하는 지 모르고 있었다. 이것은 병준
의 의사가 아니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병준이 따라 주는 것 뿐이었다. 병준은 자신이 그
녀의 사랑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도리어 사랑이 없기 때문에 선
택되었다는 것 까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의 필요에 의해 병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다. 병준의 감정은 여기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병준이 아니면 그것은 얼마든지 다른 사
람으로 대치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병준은 자신이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
었다. 그래도 병준은 미애를 미워 할 수 없었다. 병준은 서서히 몸끝에 힘을 주었다. 그녀
가 얼굴을 찡그렸다. 고통을 참는 듯 했다. 병준은 멈춰 섰다. 그녀가 병준의 어깨를 잡았
다.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 같았다. 병준은 그 지시에 따랐다. 병준의 몸끝은 좁고
긴 통로를 한 발씩 파고 들었다. 통로는 많지 않으나 몹시 미끄러운 액에 둘러 싸여 있었
다. 동굴은 침입자에 대해 몸을 떨며 수축하고 또 깊어지며 저항을 시도했다. 병준의 모든
몸끝이 미애의 몸 속에까지 파고 들었을 때도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역시 긴 눈썹만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병준의 감정과는 달리 병준의 몸은 자신에 전해지는 모든 감각을 견디
지 못했다. 병준 역시 험든 탐험에 몸을 상해 이제 목적지 도달했다고 안도감에 젖기도 전
에 스스로 폭발을 시작했다. 병준의 억제력을 넘어 뜨거운 전류가 몸끝으로 쏠리기 시작했
다. 병준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빼어냈다. 동굴이 무서운 힘으로 병준을 놓치지 않으려 수축
했다. 병준은 미애의 배 위에 뜨거운 체액을 쏟았다. 병준은 미애 위에 쓰러지 듯 끌어 안
았다. 그녀도 몸이 많은 땀에 젖어 있었다. 둘의 사이에 끼인 병준의 몸끝은 아지도 간헐적
으로 꿈뜰거리며 체액을 내 뱉고 있었다. 병준은 자신이 미애를 더럽힌것 같은 자책감이 생
겼다. 일어나 그녀의 몸에 묻힌 자신의 체액을 닦아 내려하였으나 미애가 그를 말렸다. 그
냥 그 상태로 누워 있기를 그녀가 원했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누워 있었다. 얼마후 그녀
의 몸에서 내려오며 병준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애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 아니 내가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병준은 시체처럼 누워 있는 그녀의 입술에 다시 입을 댔다. 그녀는 눈도 뜨지 않았다. 병준
은 옷을 주워 입고 그 집을 나서며 그녀의 방을 다시 돌아 보았다. 자신도 이것이 첫 경험
이었다는 것을 미애가 알고 있을까? 그녀의 방은 여전히 불이 꺼져 있었다. 그녀와의 섹스
는 사랑이 아니라 은밀한 의식과도 같았다. 그 의식의 희생물로 병준이 선택된 것이었다.
그러나 병준은 자신이 희생물로 선택되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의 섹스가
한번으로 끝나는 우연과도 같은 사건이라해도 그것은 병준의 머리에서 결코 떠나지 않을 흔
적을 남기게 될 것이란 것을 병준은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