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도 이빨은 좀 잘터는 스타일이고 나이도 뭐 두살 더 많고 하니 윤지랑 오빠, 오빠 하면서 친하게 지냈어.
근데 얘는 얼굴은 참 밝고 이쁜데 어딘가에 좀 그늘진 구석이 있는것 같았어.
어느 날인가 얘가 자기 비번인데도 편의점에 일찍 와서 냉장고고 뭐고 다 닦고 난리를 치는거야.
조리때 까지 세제로 닦고 뭐 난리가 났어.
그래서 내가 “ 이윤지, 사장이 시켰냐? 너 왜 충성하는거야? ” 그랬더니
“ 그냥 깨끗한 환경이 좋잖아요? ” 라고 황당한 대답을 하는거야.
아니, 그럼 지 근무시간에 닦지.속으로 생각했더니
아니다다를까 독심술이 있는지 자기 근무시간에는 바코드 찍기 바쁘대. 사실 그건 맞지.
그래도 저녁에 손님 졸라 많거든
오후 4시쯤 내가 퇴근할때 되니까 한쪽에서 핸드폰 깔짝 거리면서 뭐 하더라고. 하스스톤 모바일인가 그거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더니 나보고 자기가 오늘 청소 다해줬으니 저녁은 말고 그냥
커피를 사달라는거야. 왜 저녁 안먹으냐고 하니까 다이어트 한다나 뭐라나.
속으로 ‘ 그럼 난 굶냐... ’ 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으로는 “ 좋치 ” 라고 말하더라.
솔직히 난 가정형편상 여친은 없었지만 키도 크고 그리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다만
수도권 소재 지잡대라서 약간 잘나가고 얼굴 이쁜 음대생에게 주눅도 들었다 이기야.
걱정되서 살펴보니 다행히 주머니에 비상금 만원짜리가 몇개있었어.
멀리 갈 것도 없고 그날 동네 커피숍에서 수다 떨었는데....이애를 가까이서 살펴 보니 더 예쁜거야.
화장만 찐하게 하는 줄 알았는데 화장빨을 넘어서서 눈썹도 실제 가지런하고 코도 오뚝하고 입술도 도톰하고...
난 편의점에서 바빠서 얘 얼굴 자세히 볼 겨를이 없었거든.
윤지가 화장실 간다고 잠깐 일어서서 뒤에서 위 아래로 살짝 스캔했더니 허리와 히프 골반 허벅지 라인이 꽤 괜찮더라구..
내가 마른 체형이나 근육질 싫어하는데 얘는 적당히 날렵한 몸에 탄탄해 보였어.
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얘가 아빠가가 본처가 따로 있는 아빠더라구. 뭐 본처네 구박이니 뭐니 그런건 없었는데
안그래도 얼굴에 흐린 빛을 이해할 것 같았어.
그리고 내가 짐작하건데 세컨드?
즉 얘가 첩의 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기야.
조선시대는 아니지만 지 마누라 있는 남자가 바깥에서 또 애낳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그리 구박받을 일이지.
뭐 통빡을 굴려보니 남편은 돈 좀 있고 힘깨나 쓰는 양반이겠고 마누라는 펑퍼짐 하고 윤지네 엄마는 윤지 처럼
이쁘고 젊겠지.
우린 이런 저런 수다로 얘기가 길어지고 어둠이 짙어질때 까지 수다를 떨었다.
근데 얘가 알게 모르게 좀 개방적인건지 심지어 자기네 음대 선배 언니랑 같이 미대 대학원생 오빠 화실에 놀러갔는데
그날 자기는 먼저 가라고 하더니 선배언니가 그 미대 오빠 화실에서 떡친 얘기까지 했어.
속으로 이른바 예술한다는 이애들은 이렇게 난잡하구만. 혹시 너도?...이런 생각이 들었어.
핱튼 나는 배는 슬슬 고프고 혹시나 해서 “ 우리 저녁 먹으면서 술한잔 할까? ” 던져 봤지..
“ 전 내일 저녁타임인데 오빤 괜찮아요. ” 라고 묻더라. 오오미, 자상한 여자..
“ 엉, 간단히만 먹고 일찍 들어가면 되지, 뭐 ” 난 구라를 쳤지.
그때까지 뭐 별 흑심은 없었고..얘가 예쁘고 재미있고 나도 젊고 외롭고 그런 거였어.
아무리 그래도 윤지랑 동네는 눈도 있고 해서 조금 떨어진 호프집으로 갔다.
분위기는 나름 좋은 호프집이었어.
그런데 내가 생맥 시키려고 하니가 윤지 얘가 갑자기 “ 오빠, 나 소주 좋아하는데, ” 이러는거야.
소주? 뭐, 좋다고 했지. 나도 소주가 좋아. 돈도 없는데..
근데 얘 보기보다 참 다르더군. 술들어가니 낮에는 클래식하던 애가 점점 그로테스트 해지더만.
황설수설에 하다가 갑자기 울고...자기 주량이 소주 6병인 된다고 개구라를 털고...아이고. 가관이 아니더라.
잘못걸렸다. 아, 진짜 사람은 겪고 봐야돼.
둘이서 소주 3병 마셨는데 이 기집애 꽐라되더라구. 탁자위에 그대로 머리 숙이고 엎드리더라.
“ 이거 어쩌야 하나...아 잘못걸렸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