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경험』 - 여관방 셋, 방 바꾸기! ③ -야, 이건 또 왠 거냐? 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우리도 돈 있는데... -응, 걱정 마. 아까 건 내 서비스로 끊은 거구... 이것만 진짜 내가 사는 거다. 그랬어. 원래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한달에 얼마간, 자기 몫으로 재량에 따라 공짜 술이나 안주가 나오는 모양이더라구. 그리고 그런 것은 특별한 손님에게 별도로 접대할 수 있는 거고... 용수형은 자리에 앉더니 짐짓 넥타이까지 풀어던지고 있었지. -어휴... 열 받어. -왜, 뭔 일 있었냐? -아냐, 아까 저쪽에서 시비가 나서 그래. 재수없는 새끼들, 손님만 아니면 콱 밟는 건데... 싸울 게 없어서 부킹한 여자랑 싸우냐? 야, 맥주 한잔 줘 - 라는 말에 우리는 그에게 그득 부은 술잔을 권했어. 아마도 어느 구석에서 발생한 사소한 사고를 처리하고 돌아온 그인 모양 이었으니까. -캬... 시원하군. 그래, 니들은 요새 공부 잘하냐? -어... 예. -열심히들 해라. 너무 놀지 말고...! 그는 영만이와 나를 향해 어울리지 않는 훈계까지 건네더군. 기껏 재수 생, 학원생일 뿐인 우린데 말야, 그 형이 보기에는 우리가 뭐 대단한 공 부를 하는 것으로 보이나봐. 그런데 그렇게 그가 맥주 한두잔을 막 들이키는데, 그때 난데없이 웨이터 하나가 다가오더니 그의 귀를 빌리고는 뭐라 귀엣말을 건네는 것이었어. 꽤 심각한 표정으로. -그래? 아까 그 기집애들이? 그리고 순간적으로 용수형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그 웨이 터를 쫓아 어디론가 가버리더라구. 뭐지? 궁금한 우리였지만,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고, 대충 보아하니 또 어디선가 사고가 생긴 모양이야. 그래서 그냥 지섭이와 나는 디스코 타임 이 되어 둘이서 흔들기 위해 스테이지로 나갔지. 그렇게 한 일이십분? 다시 블루스 타임이 되어 할일 없는 우리가 테이블 로 돌아왔는데, 그 때 나가지 않고 혼자 앉아있던 종욱형과 용수형이 뭔 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였어. -그럼 부탁한다. 용수형은 종욱형의 어깨를 툭툭 치며 뭔가를 당부하더니 도로 사라지데. -얘들아, 이리 와봐. 그가 우리를 손짓해 부르더군. 그래서 허리를 기울이며 그 형의 얘기에 귀를 모았는데... 아주 재미난 상황을 얘기하는 거야. 종욱형이. -말이지, 지금 용수가 그러는데 말야... 저쪽 테이블에 기집애들 셋이 있 다거든... 햐하, 부킹이라도 시켜주는 건가?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전혀 엉뚱한 얘기더라구. -근데 말이야. 걔들이 아까부터 계속 맛이 가도록 술을 펐다는데? 그래 서, 지금 용수가 부탁하는 말이...우리가 좀 데리고 나가서 처리해줄 수 없냐는 걸? 그의 말인즉슨 이런 얘기였어. 아까 용수형이 처리했다는 싸움, 그것은 다름아니라 웨이터가 부킹한 여자애들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코 가 삐뚤어지게 술이 취한 기집애들이라나? 그래서 아까 부킹 건 남자애들 하고도 막 시비가 걸린 참이었었구. 걔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그랬나봐. 그러니 기도들 입장에서 걔들을 쫓아 내고 싶은데, 여자애들인데다가, 아주 널브러진 상태인 모양... 게다가 토요일 피크타임 시간대라, 무턱대고 함부로 끌고나갈 수도 없는, 그런 입장이었나봐. 해서 우리에게 부탁이 들어온 것이었어. 그녀들의 처리를 말이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 아무리 그래도 누구 알지도 못하는 남자 손님들 에게 맡길 수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때마침 우리를 떠올린 용수형이 종욱형에게 얘기를 한 모양이야. 조용히 데리고 나가서 어떻게 좀 하라구. -어쩔래? 걔들 데리고 나갈까? 우리 의사를 묻는 종욱형인데, 영만이와 내가 어쩌겠냐. 지금껏 공짜 술 까지 잔뜩 얻어먹었는데. 그냥 잠자코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지. 물론 우리는 굉장히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된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그때야 두어시간 후에 벌어질 희대의 사건을 상상도 못했으니까. 어쨌든 용수형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위층 홀의 조그만 룸이었어. 알 지? 노래방 기계도 있고... 뭐 그런 곳 말야. 이야, 돈 많은 기집애들인가 보다 - 우리가 든 생각은 그때 그거였어. 룸 에다가, 얼핏 보니까 양주도 두어병이 비어있는 거야, 글쎄. -야, 쟤들 데리고 나가서 맘대로 해. 가서 따먹든 지갑을 털든. 우리가 룸에 들어가기 전에 슬쩍 건넨 용수형의 귀뜸이었지. -뭐야, 오빠. 우리 부킹 안한다니까...! -에이, 다들 너무 취했는데 뭘 그래? 괜찮아, 얘들은. 내 친구들이니까, 얘들이 데려다 줄 거야. 부킹 아니니까, 그냥 오빠가 믿고 소개시켜주는 거라구. 어쨌건 반 억지로 우리를 끌어다 앉히는 앉혔는데... 그 안의 세명 모두가 취한 것은 아닌 모양이야. 두사람은 이미 맛이 완전 히 갔는데, 수희 - 나중에 안 이름 - 라는 기집애는 비교적 알딸딸하게 얼굴만 붉은 정도였고,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있는 여자애가 하나, 그리고 맞은 편 자리에 완전히 뻗어 드러눕다시피한 년까지, 그렇게 둘은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지. 눈을 찡긋하며, 용수형은 우리를 내버려두고 나갔고, 엉거주춤, 우리는 그들 곁에 끼어앉았어. -술들이 과하신 모양이죠? -몰라요, 몇병 안마셨는데... 야, 진선아! 일어나! 능숙한 말솜씨의 종욱형이 건네는 말에,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는 그 기집 애는 맞은 편의 뻗어버린 자기 친구를 툭툭 걷어차고 있더라구. -일어나라니까, 기집애야! -흠... 이분이 진선씨고... 그쪽은 어떻게 돼요, 이름이? 얼떨떨한 우리를 젖혀놓고, 그 형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나가더군. -나요? 난 수희에요. 얜 지숙이고. 야, 지숙아! 너도 잠 깨! 지숙이... 수희라는 이 여자애의 어깨에 기댄 기집앤데... 얼핏 보기엔 제일 얼굴이 낫더군. 물론 셋 모두 이쁘장한 타입이었어. 어울리게 그럴싸한 화장도 짙었고 말 야. 그렇게 옷차림도 제각각이더라구. 수희란 애는 긴 머리에 청자켓을 걸친 롱스커트를 입었는데... 약간 귀여운 스타일이었지 아마. 지숙이는 셋 중에 제일 예쁘게 생겼는데, 얼핏 보기에 청바지를 입고 단 발머리였고... 진선인가 하는 여자애는 파마머리에,얼굴은 그닥 예쁜 편 이 아닌데, 몸매는 으와, 쪽 빠진 늘씬형인 거야. 어떻게 아냐구? 걔만 미니스커트였거든. -아후... 여, 여기 어디야? 지숙이란 여자애는 깨어나도 정신을 못차리데. 아예 자기가 있는 곳도 분 간이 안되는 모양이었어. 그리고 진선이란 애는 아예 다리까지 뻗고 자는 거야. 으화화... 그것도 미니스커트만 입고서 말이지! -다들 안되겠네. 일단 나갑시다. 우리가 부축해줄께요. 대답을 기다릴 새도 없이, 일어나며 지숙이란 기집애를 안아올리는 종욱 형이었어. -어쩌지... 저 분은 업혀야 될 것 같네. 야, 지섭아! -예, 제, 제가요? 종욱형은 고갯짓으로 녀석에게 진선이란 기집애를 업으라 신호하더라구. 영차, 투덜거리는 녀석의 등에 내가 진선이란 여자애의 겨드랑이를 끼워 올려주었지. 허 참, 그 지선이란 애... 보기보다 가슴이 빵빵 그 자체였 어. 안는 척 하면서, 은근히 쥐어보는데도, 전혀 눈치 못챌 정도로 널브 러졌더구만. 어쨌든 낑낑대며 그 여자는 영만이가 업었는데, 나는 뭘하나? -됐어요. 나는 안붙잡아도 돼요...! 마지막 남은 게 수희였지만, 그녀는 단번에 쌀쌀맞게 대꾸하는데... 아니 나 달라? 자기도 똑같이 일어서는데 비틀, 그러는 거야. 그래서 결국 내 탈뚝에 매달릴 도리 밖에 없었지. 그래서 우리 세쌍은 그렇게 나이트클럽을 나왔어. 지숙이는 종욱형이 얼 싸 안고, 진선이는 영만이가 업고, 수희는 나랑 팔짱을 낀 채 붙들려서 말이야. 그리고, 난 그 순간 쌍코피 나오는 줄 알았지. 왜냐고? 흐흐... 미니스커 트 입은 기집애를 업고가는 사람 바로 뒤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봐. 자 기 코 앞에 뭐가 보이는지, 올려다 보라구. 그럼 알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