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절망 현실은 늘 각오나 다짐을 까마득하게 앞서는 법이다. 진아가 미처 억누르지 못한 신음은 그런 애환을 담고 있었다. 이날 새벽부터 내린 잔잔한 비는 제법 운치 있는 소리를 자아냈지만 진아의 아픔을 가려주지는 못했다. 그녀는 교실 모양으로 꾸며진 방에서 교복을 입은 채로 의자에 앉아 고통에 찬 신음만 간헐적으로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상의는 활 짝 열려 있었고 하얗게 드러난 가슴에는 바늘이 십여개가 꽂혀있었다. 팔이 뒤로 묶여있는 탓에 그녀는 자신에 몸에 꽂힌 바늘을 빼긴커녕 상처를 감쌀 수도 없었다. 진아가 몸을 떨 때마다 긴 바늘의 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자, 다음 문제, 241 곱하기 73은?” 상기된 표정의 선생이 문제를 냈다. 그의 손에는 긴 바늘이 하나 들려있었고 이를 본 진아는 다급한 눈빛으로 암산을 했다. “16아니 17...1729..?” 선생이 손목이 짧게 움직이며 절도 있게 가슴에 바늘을 꼽았고 진아가 짧게 ‘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이런 것도 틀리나? 그럼 다음 문제는…” 진아는 바늘이 살을 파고드는 격통 속에서 떨리는 눈으로 선생의 입을 바라봤다. 사실 선생과 보내는 시간은 진아가 이곳에 와서 의복을 입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순간 중 하나였다. 물론 그 종류는 선생의 취향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금까지 선생이 제공한 옷 종류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이라면 모두 교복이었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그 사실 자체로 좋았다. 벌거벗고 짐승처럼 생활하는 자신이 사뭇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진아의 이런 생각은 다분히 단편적인 면에 불과했다. 그 옷은 대체로 찢어지거나 결국 벗어야하는 일시적인 위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선생의 방은 1층 중간쯤에 위치해있었는데, 이 곳 역시 독특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교실 형태로 꾸며진 이 방에는 커다란 칠판은 물론 어디서 가져왔는지 학교에서 쓰는 1인용 책걸상도 다수 있었다. 아마도 그는 학교 선생으로서의 역할에 모종의 환상을 품고있는 듯 했다. 실제 그는 늘 정장을 입은채로 수업을 진행하고 시험을 보기도 했다. 단지 진짜 교사와 달랐던 점은 그가 가르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진아가 선생의 수업을 처음 받았을 때 그가 가르친 내용은 고교 교과 과정에는 포함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선형대수학이나 수리통계학 등 기초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대학수학 과정에 집중됐다. 진아 입장에서는 강의 때야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강의하며 핥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필기를 도와주는 척 하며 등과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가슴에 손이 슬쩍 닿는 정도는 이곳에서는 큰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시험이었다. 강의 전반을 이해하지 못한 진아 입장에서는 문제 풀이 자체를 모두 찍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대부분 체벌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회초리로 엉덩이를 맞았지만 며칠 뒤 선생이 찾아왔을 때는 굵직한 몽둥이로 허벅지 앞면을 때렸다. 행여나 진아가 맞은 매의 수를 잘못세거나 자세가 무너지면 여지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손바닥을 맞을 때도 있었고 손들고 서있기, 엎드려 뻗쳐를 하기 등 매번 벌의 양상은 달랐지만 이날은 그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선생이 긴 침용 바늘을 갖고온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지나칠 만큼 순조로웠다. “변기가 기초가 너무 없고 진도를 못 따라오는 것 같아서 기초부터 배우고 가야겠어. 덧셈 뺄셈은 할 줄 알어?” 그가 칠판 앞에서 진지하게 물었을 때, 진아는 그의 질문을 비웃거나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실한 태도로 정자세를 한 채로 노트를 피며 선생과 열심히 눈을 마주쳤다. 비록 책상 위에 목에서 연결된 쇠뭉치가 올라가 있는 탓에 공간은 제한적이었지만. “예 할 줄 압니다. 선생님” “늘 대답만 잘하지. 좋아 그럼, 곱셈부터 배워보자.” “예. 선생님” “2곱하기 2는 몇이지?” “4입니다. 선생님” 사뭇 훈훈한 분위기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제법 쌀쌀했지만 오랜만에 입은 교복 탓에 포근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알지 못하는 학교에 처음보는 디자인의 교복이었지만 제 나이 때의 옷을 입은 진아는 제법 잘 어울렸다. “오, 꽤 잘 푸는데...” 9단까지 설명한 선생이 칭찬하자 진아는 살짝 미소를 보이며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비굴하지 않은 미소를 보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다음 한마디에서 진아의 짧은 안도는 끝났다. “그럼 시험을 볼까. 문제가 많아질 거 같으니 시험지 없이 바로 해보자.” “예.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 선생이 진아의 책상 옆에 비스듬히 앉아서 말했다. “5곱하기 7은?” “35입니다 선생님.” “11곱하기 7은?” “77입니다” 선생이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잘하고 있어. 29 곱하기 14는?” “아.... ” 순간 진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런 것도 못 풀면 가르친 보람이 없지. 지금까지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서 쉽게 한 것인데 말야”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럼 229곱하기 78은?” 진아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선생이 바늘을 꺼낸 것은 이후 진아가 몇 번 더 틀린 뒤였다. 더불어 선생으로부터 ‘합격’을 받아 기술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겠다는 진아의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도무지 벌을 받지 않고서는 공부할 생각이 안드나 보군”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열심히 할게요” 진아는 바늘을 본 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려 눈가가 촉촉해졌다. “812 곱하기 7은?” “아, 저 그게…” 냉정하게 풀었다면 알 수 있었을 문제지만 당황한 진아는 말만 더듬거릴 뿐 답을 말하지 못했다. 순간 선생은 거칠게 양손으로 진아의 멱살을 잡고 양쪽으로 찢어버렸다. 블라우스의 단추가 뜯어지며 브레지어를 하지 않은 진아의 새하얀 가슴이 드러났다. “꺅” 예상치 못한 선생의 거친 손길에 진아는 작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이 선생의 화를 돋군 것 같았다. “조끼 벗어” “…예, 선생님” 조끼를 벗자 진아의 블라우스 사이로 진아의 봉긋한 가슴이 드러났다. 진아의 가슴은 크다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름 탄력이 있는 예쁜 모양이었다. 핑크빛 유두는 너무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앳됐다. 교복 사이로 보이는 하얀 가슴에는 채 아물지 않은 상처도 희미하게 남아있었지만 선생이 배려해야할 대상은 아니었다. 그는 거친 손으로 진아의 왼쪽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읏...” 선생이 유두를 살짝 꼬집자 진아는 반사적으로 신음을 뱉었다. 하지만 선생의 그 행동은 목표를 진아의 성감을 자극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다음 순간 쥐어진 가슴에는 긴 바늘이 꽂혔다. “아아악!” “틀릴 때 마다 하나씩 늘어날거다” 선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진아는 공포에 질려 패닉상태가 됐다. 가슴 위로 파르르 흔들리는 바늘은 지금까지 받았던 그 어떤 고통과도 달랐다. 태초에 바늘이라는 물체가 갖는 공포는 실체 그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아파요, 선생님 살려주세요!” 진아의 큰 눙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그 애원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누가 이렇게 시험시간에 떠드나?” 톡, 소리와 함께 진아는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두 개째 바늘이 가슴에 박힌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진아는 저도 모르게 비명과 함께 가슴을 손으로 가렸지만 차마 바늘을 뽑지는 못했다. 흐느낌이 저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선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넥타이를 풀렀다. 그 모습에 진아는 흠칫 겁을 먹었지만 넥타이는 진아의 팔을 뒤로 묶기 위한 용도였다. 팔이 단단히 묶인 것을 확인하자 선생은 다시 시험을 재개했다. “18곱하기 58은?” “으흑..저.. 문제를 한번만 더... ” ‘톡’ 다시 하나 바늘이 꽂혔다. 진아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신음이 새어나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선생의 문제가 이어졌고 진아 가슴에 꽂힌 바늘의 수는 순식간에 늘어갔다. 일부 바늘에서는 핏방울이 맺혀 봉긋한 가슴을 타고 흘렀다. 사실 암산으로 두자릿수 곱셈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균적인 사람이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숫자는 7자리 정도가 한계다. 보통 연산 과정에서 7개 이상의 숫자가 나오면 앞서 나온 숫자를 차례로 까먹는다. 하지만 진아가 느끼는 자괴감도 적지 않았다. 선생은 이따금 “1621곱하기 5는?”같은 한자리 곱셈이나 쉬운 문제를 냈고 긴장과 아픔, 두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진아는 또 다시 벌을 받아야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는 바늘에 대한 공포로 인한 것이었지만 진아는 스스로의 멍청함을 자책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비명이나 애원 없이 틀린 문제에 따른 벌을 참아내게 되는 이유였다. 결국 40여분 만에 진아의 가슴은 고슴도치처럼 바늘이 꽂혔다. “자, 이제 딱 세문제 남았어.” “예 선생님.” 흐느낌으로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진아에게 가장 반가운 이야기였다. “123456 곱하기 4는?” “......” 진아는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번 바늘의 고통은 지금까지와 달랐다. 선생이 바늘을 유두 옆에 길게 밀어 넣으면서 아예 관통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우윽... 아아악!” 결국 진아는 비명을 터뜨렸다. 선생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14곱하기 14는?” 어느 순간부터 진아는 문제 풀이를 포기했고 유두의 아픔이 가라앉기도 전에 다른 한쪽 유두가 같은 방법으로 꿰뚫렸다. “대망의 마지막 문제다. 7더하기 3곱하기 2는?” “아흐흑... 20입니다” “정답은 13이야” 마지막 바늘은 유두 정면에서 깊숙하게 들어왔다. “꺄아아악!” 진아의 등이 의자 위에서 활처럼 펴졌다.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런 아픔 속에서 쾌감을 느끼라니. 진아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만 같았다. 기술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까마득하게 먼 길처럼 느껴졌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으흐흑 선생님, 너무 아파요” “그러니까 가르쳐 줄 때,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지” 선생은 손에 묻은 피를 진아의 옷에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꺼냈다. “2차 시험을 봐볼까” 진아는 온몸의 털이 쭈뻣 일어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서, 선생님! 저 공부 열심히 할께요! 말 잘듣는 학생이 될께요. 제가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너무 못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뭐든 시키는 대로 할께요” 그녀는 어느새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릅을 꿇고 애원하고 있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은 동정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의 이야기였다. “시험 시간에 이렇게 소란스럽게 할 거야?” “죄송해요 죄송해요!” 진아는 개처럼 기어 선생의 구두를 핥기 시작했다. 시키지도 않았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그 바늘이 다시 자신의 몸을 꿰뚫을 것이라는 공포감이 더 컸다. 바닥에 납작 엎드리면서 가슴의 바늘 일부가 바닥에 닿았지만 진아는 그 아픔보다 다가올 아픔에 대한 더 크다고 생각했다. 선생은 살짝 미소를 띈 채로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말을 참 안 듣는구만, 일어서서 의자 잡고 손들어” “예 선생님” 진아는 재빠르게 일어나 의자를 거꾸로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단추가 뜯어진 블라우스가 가슴에 쓸리면서 바늘을 건드렸지만 아픔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절박했던 것이다. “학생이 시험을 보는 것이 당연한 건데 왜그러지?” “죄송합니다 선생님” 선생은 교탁에서 얇은 회초리를 가지고 와 그대로 지나의 앞에 놓인 책상에 앉았다. “시험 문제는 죄다 틀려놓고 뭘 잘했다고?” “.....죄송합니다” 선생이 회초리로 가슴의 바늘들을 살짝 쓸자 진아의 가슴에서는 격통이 밀려왔다. “흐윽....” “마땅치 않아? 팔을 내리면 다른 벌을 줄거야” 선생이 책상위에 내려놓은 바늘뭉치를 쳐다봤다. 명백한 경고였다. “여,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 “그럼 그래야지” 선생은 회초리로 진아의 치마를 들어올렸다. 진아가 입은 하늘색 무늬가 들어간 팬티가 고스란히 보였다. 이 속옷은 오덕이 디자인했지만 선생이 직접 골라준 것이다. 그의 기대처럼 날씬한 허벅지 사이에 위치한 하늘색 무늬 팬티는 진아에게 잘 어울렸다. 그는 스커트 끝을 진아의 허리춤에 말아 넣어 더 이상 치마가 내려오지 않게끔 했다. 한결 보기가 낫다고 생각했다. 허벅지가 드러나자 가로로 새겨진 회초리의 흔적이 보였다. 아마도 그 자신이 새긴 그 상흔은 선생에게 최고의 데코레이션이었다. 회초리는 천천히 허벅지를 타고 미끄러져 진아의 가장 은밀한 부위에 닿았다. 반사적으로 진아의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가 회초리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대신 회초리 끝은 천천히 그리고 사냥감을 핥는 뱀처럼 집요하게 보지를 농락했다. “하윽....” 진아가 자기도 모르게 숨소리를 내뱉으며 허리를 뒤로 뺐다. 높이 쳐든 위자 때문에 팔이 휘청거렸다. “벌을 받으며 움직여?” 선생이 회초리로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죄...송합니다” 선생은 대답도 없이 계속해서 회초리를 놀렸다. 진아의 속옷 위로 찌르기도 하고 문지르기도 하고 회초리가 휠 정도로 누르기도 했다. 빗소리가 타닥타닥 들려오는 적막한 교실에서 단 둘이 남은 여학생과 교사의 행동으로는 굉장히 부적절해 보였다. 심지어 여학생은 가슴을 활짝 열고 치마를 허리춤에 말아넣은 채 가슴에 다수의 바늘을 꼽고 있었다. 이런 광경은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모습은 또 다른 비현실을 가져왔다. 진아는 가슴에서 따끔따끔 올라오는 통증과 의자를 드는 통에 팔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이와 별도로 이질적 느낌을 받고 있었다. 명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진아가 가장 기다리고 바랐던 느낌이었다. 손들고 벌서는 상황에서, 가슴을 바늘에 잔뜩 찔리고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이 느낌을 더욱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 고통 속에서 진아는 분명히 쾌감의 단서를 찾아가고 있었다. 이 노력의 한켠에는 선생에게 합격을 받고 싶다는, 기술자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