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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4부
최고관리자 0 59,286 2022.10.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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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부




나의 대학생활은 이렇듯 순조로웠다. 물론 겉으로는 말이다. 미숙이와 만남 빼고는 만족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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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쳐 마셨냐?”


“······”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니 없는거니? 어?”


어머니는 소주에 쩔은 듯 비틀거리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지며 다그치고 있었다.


난 할말이 없었다.


‘내가 독립하는날이 있을 거예요...그 동기가 어떻게 되든....’


속으로 곱씹었다.


‘자랑스럽게 나가든지....아님 성인 가출이라도’


나는 역시 고개를 땅에 묻고 방에 들어와버렸다.


‘딸깍’


문 잠기는 소리가 왜그리 크게 들리던지 문고리를 잡고서 한참을 서있었다.


‘쒸....이....잉’


역시 귓가에서 다시 소리가 맴돌았다.


‘대학생 가출하다’


잠시전 그말을 생각했던 나는 그말이 다시 떠오르자 ‘픽’웃음이 나왔다.


‘그래 난 이거밖에 안되...역시 난 안되...’


‘죽고싶어...차라리 죽고싶어.......’


심약한 소리가 심장한쪽을 뚫고 나왔다. 백합을 백만송이 사서 내 온방에 걸어놓고 그 화려한 모습에 심취하며 점점 죽음에 문턱에 이르는 상상을 해보았다.


‘백만송이.....백만송이를 어떻게 구하지’


‘픽...’ 또 웃음이 나왔다.


아님 백군데의 약국을 돌아다니며 한 약국에서 3알씩 수면제를 모아 한번에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그순간 미숙이가 생각났다.


‘보고싶다....미숙아’


‘오늘밤은 너와 함께 자고싶어.....예전 따뜻했던 엄마품처럼.....니 품에 안겨 자고 싶다’


침대에 털썩 떨어지면서 문득 미숙이가 미친 듯 보고 싶었다.


침대속에서 나는 본능에 가깝게 휴대폰 버튼을 눌렀다.


‘뚜.....우.....뚜.....우......뚜.....우....’


‘제발 ...제발 받아라.....제발....’


하지만 끝내 전화는 받지 않았다. 원망스러웠다. 지금 난 니가 필요한데....필요할 것 같은데...먼가 진지한 위로를 받아야만 하는데.......하는 생각을 하며....


‘머라도 해야지’


‘그래 머라도 하자.....’


결심한 듯 현대사회문제수강책을 들었다. 글씨들이 빙빙 돌았다....그때 휴대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난 본능적으로 미숙이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받았다.


“지훈 미안....씻고있었어....무슨일이야?”


“·············”


“지훈아...여보세요...? 지훈아.....듣고있니?”


“....음.....”


“깜짝놀랬네.......잘 들어갔어?.....어머니한테 안혼났어?”


“혼나긴.....한두살 먹은 애기도 아니고....훗...”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더라....”


“미숙아....!!!”


“음.....”


“보고싶다....”


“치....이....머야.....? 왜그래....”


난 침울하게 미숙이는 한껏 애교넘치게 사랑스럽게 통화가 이어졌다.


“나...지금 너 보러 간다.....”


“ㅎㅎ ”


“진짜 보러간다구.....”


“지훈아...니네 집 철칙이 잠은 집에서 자는거라며.....!!”


“·················”


“으이구......그렇게 보고시펐쪄!!!!!!......ㅎㅎ.....내새끼.....”


장난스래 너스레를 떨며 미숙이가 대답한다.


미숙이에 말처럼 우리집에선 외박은 없다. 공식적인 것 빼고는 외박은 허용되지 않는다. 술먹고....공부못하고....그런건 용서되어도.....왠지 외박하고들어오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을것같은 분위기다. 또 어머니가 사춘기때 항상 강조하던 말이기도 했다. 실제로 사춘기때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았다. 마지막 보루같은 무언에 암시였기에 그것만큼은 어머니께 지켜드리고 싶은 그 무엇이었다.


“미숙아---”


“음....”


“우리 처음 만났을때 기억나니?”


심약해지긴 했나 부다...어린양까지 부리더니...이젠 여자쪽에서 물어보는 첫만남을 묻고 있었다. 심약해서가 아니라 미숙이랑 좀더 오랜 통화를 하기 위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ㅎㅎㅎ...그럼 기억나지...기억나고 말고....ㅎㅎㅎ”


우리의 첫만남은 버스에서 였다. 얼음이 녹고 봄이 오는 문턱 어느날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코피가 자주 났다. 코 혈관이 너무 약해서였다. 물론 지금은 인두로 코혈관을 모두 태워버려 코피가 나지는 않는다.


그날 따라 집에오는 버스는 유난히 밀렸다. 보통 안쪽으로 들어가 맨뒤쯤에 자리를 잡고 서있을텐데....그날은 버스 중간에도 못미쳐 어정쩡 서있었다. 버스 앞쪽에서는 대학교 신입생 여자들이 너무 많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자리들을 피했었는데 그날은 어쩔수없었다. 버스 뒤쪽에는 남자 신입생들이 많이 탔고 거기에는 어정쩡한 침묵만이 흘렀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벌써 친해진건지 여자들에 쉼없는 수다가 이어졌다.


‘까르르르르르르.....’


‘까르르르르ㅡㅡㅡ정말?’


어디서 어떻게 이어지는 대화인지도 모르고 이곳 조금...저곳 조금 듣다보니...혼란스러웠지만 폼을 잃지 않을려고 팔과...다리에 힘을 잔뜩주고 있었다.


그순간 버스는 급정거를 해버렸다. 내 옆쪽에 있던 여학생들이 잔뜩 밀려왔다. 나는 팔에 온힘을 다해 버티었다. 팔이 빠지는 줄 알았지만 여기서 넘어지면 난 끝장일것이다. 그 쪽팔림을 안고 살아가느니 내팔이 빠지는 것이 훨 나을것이라 생각했다. 참으로 짧은 순간이었지만 얼굴에 피가 뭉쳐 벌겋게 달아올랐다. 몇미터를 밀린 버스는 제자리에 멈춰 다시한번 휘청했다. 그순간...내코...이 저주 받은코에서 무엇인가 찝찝한 것이 흘렀다. 처음엔 콧물인줄 알고 훌쩍 삼켰다. 그런데 조금있다가 다시한번 무언인가 흘렀다. 옆쪽 눈치를 보며 손으로 스~윽 닦았다. 그리고 손을 보니...벌건 피가 묻어있었다. 잠시후 둑...둑...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난감 그 자체였다. 나는 얼른 코를 잡고 천정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한쪽 코를 막고서...아무렇지않은 듯 그냥 서있었지만....빨리 이버스에서 내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다음 정거장까지는 3-4분여 가야했다.. 코피가 막혀있는 코에서 역류해 목구멍으로 계속 넘어갔다. 그 순간...


“저기요.....”


하며 소리가 났다....난 내가 아니려니 하며 애써 외면하고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저기요......”


하며 다시한번 부르더니 내 팔을 툭툭 쳤다.


나는 옆을 봤다. 옆에 서있던 여자 이었다. 키는 작으마한 것이 당돌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


나는 아무말하지 않았다...아니 할 수가 없었다. 입안에 핏물이 있어 함부로 말했다간 개망신을 당하기 때문이다. 눈길을 그녀의 다른손에 갔다....그것은 손수건이었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내 코피를 닦으라는 표시였다.


난 침을 꿀꺽 삼키고 간신히 말했다...


“괜찮아요.....”


“얼른 받으세요.....”


하며 그녀는 내 코가까이 손을 내밀더니 직접 닦아주려고 했다.


‘허걱...’


나는 가슴이 요동쳤다. 내 신성한 몸에 여자의 손길이 닿을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중..남고....초등학교 빼고는 여자를 접할기회가 없었던 이 신성한 몸에...수없이 딸딸이만 쳐왔던 이 신성한 몸에...


“어~~ 제가 할께요...”


얼른 손수건을 받아든 나는 입주위와 내팔에 묻은 코피를 닦았다...


“고....고맙습니다.”


좀더 다정하게 ‘고마워요’라고 할걸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어쩔수 없었다.


그후 잠시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그녀에 얼굴도 볼수 가 없었다. 잠시후 버스는 정차했고 무조건 벨을 누르고 내렸다....


버스가 멀어지고...한참을 무작정 걷던 내손에 그녀의 손수건이 놓여있었다....


집에 도착해 밤새도록 그 손수건을 바라보았다.


난 그 다음날부터 백화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것과 비슷한 손수건을 찾기위해서 말이다. 쉽지가 않았다. 정말 똑같은 것은 없었지만 가장 비슷하고 가장 고가에 손수건을 구입해 포장까지 한후 가방속에 넣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그 넓은 캠퍼스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일주일도 더 지날무렵...매점에서 그녀를 보았다. 분명 그녀였다. 딱 한번 그녀를 보았지만 잊을수 없는 얼굴이었기에 ....난 내가방을 매만졌다. 눈은 그녀를 계속하여 보고있었고...나는 내 선물이 잘있나를 재확인했다. 부드러운 포장지가 손에 묻어나자...얼른 그녀를 향해 뛰었다. 거칠것이 없었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난 정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저기요...”이번엔 내가 먼저 불렀다.


“예?”


하며 그녀가 나를 보았다. 작은 천사였다. 작은 천사....


“그땐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예....지난번 버스에서....ㅎㅎ”


해맑게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눈길을 참다못해 주섬주섬 내 가방속 그걸 꺼내었다....어색했다.....쩝.....


“이거......”


“엥....? 그게 머예요?”


“네 지난번 손수건입니다. 아 그건아니고요....좀 비슷한걸로 새로 샀습니다....”


그리고 얼른 손에 대어주고...


“그럼.....”하며 고개를 숙이고.....그 자리를 벗어나고 말았다....


‘쿵쾅...쿵쾅....’내 심장은 고장이라도 난 듯 쿵쾅거렸다. 그게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후 가끔씩 볼때마다 목례를 했고 발전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호호....ㅎㅎㅎㅎ호호호”


미숙이가 웃었다. 그때가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걸 잊겠어요...이 아저씨야....”


“얼른 자.....” 하며 미숙이가 나를 다독거렸다.


“후.......” 알콜끼를 뱉은 나는....


“그려.....자자......”


“그리고...조만간 너랑 갈때가 있어....”미숙이가 말을 이었다.


“음...어디......?”


“....좋은 세미나가 있어....거기 갈거야...신청해놨으니깐.....같이 가기만 하면되....알았찌?”


“정말?......그게 먼데?”


“다음에 말해줄께..그럼 끊는다.......잘자...쪼옥.....”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세미나...세미나.....를 되뇌였다. 무슨 세미나 일까..........


대학생활동안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는데....무슨세미나길래....하며...스르르 잠이 들었다.




세미나가 있던날 미숙이와 나는 한적한 4층 강의실에서 만났다.


“미숙아....무슨 세미나야....? 나 그런거 싫어하는거 알잖아...!!!”


“알지...그럼....알지....내가 그걸 모르겠어요....아저씨......”


그러면서 다소 진지한 얼굴로 고친 미숙이가 말을 이었다.


“음.....세미나긴 하지만....우리학교 선배중에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나와 우리들에게 꼭 할말이 있데...다른 세미나랑은 틀리고해서....한번들어보자....”


“취업했데? 어디??”


취업이란 말에 귀가 솔깃했다.........


“나도 잘몰라...있다가 가서 듣자....알았죠....? 지훈학쌩.....!!!!”


“네....에....!”


장난스럽게 나를 설득한 미숙이가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갔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무릅에 닿는 원피스를 입었다. 마치 졸업식날처럼 말끔한 정장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오리궁뎅이를 숨기기엔 벅차보였다. 순간 나는 땡겼다...


나는 일어서 그녀를 뒤따랐다. 4층 복도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한적하다못해 거의 왕래가 없는 강의실이었다.


‘이놈의 학교는 학교가 아닌 것 같혀.....씨밸....’


속의로 생각하며 미숙이가 들어간 화장실을 곧바로 따라 들어갔다. 잠시후 일을 본 미숙이가 화장실을 나오더니


“어맛!!!”


정말 놀란눈을 하고 나를 보았다.....


“여긴 왜왔어.....!!! 심장 떨어지는줄 알았~~~~읍....”


미숙이에 말을 채 듣지 않고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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