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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회원투고] 언제까지나 - 8
최고관리자 0 110,333 2022.10.2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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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지게 하나를 울러 매고 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한다.겨울방학을 한 지도 이제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그 동안은 가을에 잡아서 집 앞 텃밭에 물을 넣어 가두어 두었던 것이다.


저장된 미꾸라지를 읍내에 있는 추어탕 식당에 도매 값으로 넘겨주고 이제야 조금 시간이 났다.종 현이 아버지의 일을 도와 드리겠다고 하자 괜찮다며 집에서 쉬어라는 것을 억지로 같이 가자고 졸랐다.




덕분에, 오늘은 소나무의 잔가지치기에 아버지를 따라가게 되었다.종 현의 키가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어린애치곤 상당히 커 이젠 아버지와 비슷하다.


비록 아버지에 비해 덩치가 조금 왜소해 보이긴 하지만 거의 165센 치에 가깝다.


할머니는 그런 종 현을 할아버지하고 영판이라며 좋아하셨다.


나중엔 육척 장신이 될 것 같다며 부산을 떨었다.




옷이란 옷은 모두가 큰 것을 사 오시는 바람에 종 현을 좀 난처하게 했다.거의 대부분의 집에서 한창 자라는 아이의 옷을 품과 길이가 좀 큰 것을 사오는 것이 이 시대의...


소비 패턴이었지만 할머닌 좀 과하게 큰 옷들을 사온 탓이다. 결국 엄마가 단을 넣어서 대충 길이는 조절했다.


하지만 여전히 품은 큰, 어른 옷을 입은 꼬맹이 같은 옷차림이 종 현을 쑥스럽게 만들곤 한다.


그나마 겨울이라서 안에 두꺼운 내복을 입은 탓에 종종걸음으로 아버지 뒤를 따르는 종 현의 모습은 크게 어색해보이진 않는다.


이쪽에서 저~쪽 보이 제?


저기까지 내가 돌봐주고 있는 산의 경계인기라.. 그러니 니 는 여기서부터 조금 아래에 붙은 잔가지들...


아까 대나무에 묶은 낫으로 잘라내마 댄 데 이..에이~ 아 부지는.. 지가 어데 한두 번 산에 나무하러 다 닙 니 꺼.




걱정 마이소.. 대충 요령은 다 알고 있 스 끼 네 어지간 하마 높은 곳 나무들은 아부 지가 올라가서 하지마시고 저한테 이야기 하이소.. 그래 알겠다. 어 여 해 뿌 고 차 뿌 자..종 현은 아버지와 구역을 나누어 대나무에 매어놓은 낫으로 능숙하게 잔가지를 정리한다.


요령이 있는데다 힘까지 좋은 종 현이기에 아버지보다 더 빠르게 나무의 잔가지를 솎아낸다.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은 부자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참 평화로운 산속의 한 때였다.아부 지 예.. 너무 많이 올리지 마이소.. 다리도 불편하시면서 그렇게 많이 올 리마 잘못하면 다 칩 니더~괘 안타~ 이 정도야 매일 짊어지고 가는 건데 머~그래도.. 제가 내일 한 번 더 올라 와가 가 져 가마 된 다 아임 미 꺼..마 괘 안타 카이~ 니 나 신경 쓰 거라. 너무 마이 올리지 말고..


예 알 겠 심 더.. 그라 마 조심 하이소. 종 현이 참여한 덕분에 아버지가 혼자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잔가지를 솎아낸 탓에 소나무 가지가 수북하다.


산지기의 몫인 나무들이다.아버지는 평소보다 더 많은 나무를 지게에 짊어지려하자 종 현이 말렸지만 기어이 짊어지고 일어난다. 6.25 때 다친 다리가 날이 흐른 날은 쑤신 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라서 종 현은 걱정이 되었다.




내일 자신이 한 번 더 산에 올라와서 나무를 내리겠다는 것을 고집을 부리며 지게를 들어 올리는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자신은 더 많은 나무를 올려 매었더라도 젊으니깐 한 숨만 자고 일어나면 말끔하게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갔다간 또 아이구야 라며 아픈 다리를 앓을까봐 걱정 되어서다.아버지의 뒤를 따라 하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아 이 쿠 야.. 앞서가던 아버지가 내리막길에서 균형을 잃고 비탈을 구른다.




종 현은 자신의 지게를 집어던져버리곤 얼른 굴러내려 한쪽에 처박힌 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종 현인 정말 할아버지의 피를 진하게 이은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산비탈의 모퉁이에 처박힌 아버지를 짖 누르던 무거운 지게를 두 팔로 가뿐히 들어 올려 버린다.어데 다친 데는 없 심니 꺼? 여기는 괘 안 심니 꺼?아버지가 짊어지고 있던 지게를 얼른 한쪽으로 던져버린 종 현은 아버지의 몸 이 곳 저곳을 만지며 아버지의 상태를 살핀다.




그런 아들이 대견한지 괜찮다고 말하던 아버지는 일어나려다 다시 주저앉고 만다.윽.. 와 예? 못 일어 나 시 겠 습 니 꺼?걱정하는 아들을 달래보려고 억지로 괜찮은 표정을 짓던 아버지였지만 끝내 혼자서 걸음을 옮기진 못한다.


종 현은 얼른 아버지를 업고 집으로 내달음을 친다. 힘이 장사긴 장사다.읍내 의원을 찾았지만 대도시 큰 병원에서 진단을 하는 게 낫겠다며 의사는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가 보라고 한다. 부랴부랴 대구로 아버지를 모시고 대구까지 달려온 종 현 모자였다.


예전에 파편으로 다친 신경이 좀 많이 다친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하늘이 노래진다. 결국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켜두고 엄마가 수발하도록 놔두고 종 현은 먼저 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혼자 내려 가려니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종 현 이었지만 걱정하고 계신 할머니에게도 말씀을 드려야한다.




병원비도 마련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내려가기로 결정했다.내려와서 할머니에게 아버지 상태를 말씀드리고 다음날 농협에 그 동안 예금을 해두었던 오십 만원을 찾았다.


할머니에게 돈을 내어드리며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다녀오시라고 대구로 올려 보냈다.거의 일 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두었던 미꾸라지 판돈이 고스란히 사라졌다.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일주일간 일반 병실에 계시던 아버지를 평소 안면이 있던 원호 청 직원의 도움으로 병원을 옮겼다.


아버지는 원호대상자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보름 만에 집으로 돌아오셨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종 현은 국민 학교와 이웃한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종 현은 원호대상자였다.


다른 학생들처럼 등록금을 내진 않는다하더라도 입학금이나 교복 책값 등은 또 한 번 집안에 부담이 되었다.


그 동안 종 현이 돌봐서 많이 숫자가 불은 염소들이 가장 먼저 팔려나갔다.


자식 같은 염소를 팔려고 하니깐 눈물이 다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렇게 어 째 어째 종 현은 중학교를 다녔다.


봄이 되자 종 현은 다시 미꾸라지를 잡으러 마을 아이들을 동원해서 온 도랑을 다 훑고 다녔다.


종 현에게는 다른 아이들처럼 놀러 다니는 것은 사치였다.어서 온 나~ 요즘 아버지가 다치셨다면서? 니 가 고생이 많았다.


종 현이 미꾸라지를 들고 지서 안으로 들어서자 지서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음료수를 내어주었다.


잠시 앉으라고 하며 지서장이 찾는다고 하기에 조금 기다리자 면내 지서장으로 근무를 하는 경사 분이 들어서면서 종 현을 반긴다.예. 지서장님이 마이 도와주셔가 덕분에 학교 잘 다니고 있 심 더..그렇잖아도 내, 니 한 테 좀 물어볼 끼 있어가 보자 꼬 캤다.예? 제가 뭘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데 예..하하하.. 쫄지 말고.. 순사가 어디 사람 잡아 묵는 사람이가?


종 현이 지서장이 뭘 물어본다고 하자 바짝 쫄 자 지서장이 너털웃음을 짓는다.


일반인에게 지서장은 염라대왕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양반이라서 종 현을 안심시킨다.비록 종 현이 지서 안까지 미꾸라지를 팔러 다니는 간 큰 아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물건 팔 때야 순사도 봉이고 교사도 봉이다.


하지만, 뭘 물어본다는 것은 잘못하면 빨갱이로 엮일까봐 겁이 나긴 하다.


이번에 역전에다가 마누라가 식당을 하나 냈다 아이가 그래서 카는 데...


니, 미꾸라지하고 메기 같은 것 좀 대 줄 수 있나?


추어탕 팔라고 예... 원래 식당에서는 양식 미꾸라지 쓰는 걸로 아는 데 예?


단가가 제가 잡아오는 미꾸라지 쓰면 잘 맞지를 않을 낀 데?그래.. 그거는 잘 안다.


그란 데, 니 도 알다시피 읍내에 추어탕 쓰는 식당이 몇 개 된다 아이가..




그 식당하고 경쟁할라 카마 추어탕이 시원하면서도 얼큰해야 된다는 것도 알제? 예. 그거야 그렇지만..


양식하고 큰 차이 있 겠 심니 꺼?


니 는 물 좋은 곳에서만 살아 놓 이 끼 네 양식하고 좋은 물에서 자란 미꾸라지하고 추어탕 끓 이 노마 어떤지 잘 모릴 끼다 만...


양식은 텁텁하거든? 그래서 입맛 좀 까다로운 사람은 싫어한다 아이가..그래 예? 제가 잡아놓은 물고기를 텃밭에 가눠놓고 양식 비슷하게 키워서 끓 이도 잘 모르겠던데?




아~ 흙하고 물 하고 가 틀리네.. 그 순간 번쩍하는 깨 닳음이 있었다.


자신도 작년에 텃밭에 물을 가두어 좀 키웠다가 가져다 판 경험이 있던 종 현은 소장과 말을 하면서 뭐가 문제인지 깨달았다.뭔데? 아.. 아무 거도 아 입 니더...


그라 마 일 년 사시사철 추어탕만 파는 깁니 꺼? 겨울에는 추어탕도 팔지만 소피국도 같이 팔라 꼬 와?


뭐 문제 될 끼 있나? 아 입 니더.




그란 데 가격은 그렇게 많이는 못 깍 아 줍니 더~하하하.. 누가 돈 벌레꼬맹이 아니라 까봐 벌써부터 흥정이가.. 하하하..마실 아들 관리하면서 미꾸라지 잡고 품질관리 하는 것도 얼 메나 어려운 건 데 예.. 히히히..지서장과는 이야기가 잘 끝났고, 고정적인 거래처가 생기게 되었다.


결국 종 현은 자전거를 하나 사서 읍내까지 미꾸라지와 메기, 붕어를 적당 비율로 가져다 대어 주기 시작했다. 더불어 집이나 이웃에서 키우는 산초나 토란줄기, 파, 애호박과 싱싱한 겉절이 용 채소까지 도맡아 대어주면서 종 현의 손에 떨어지는 돈이 솔솔 했다.종 현은 지서장의 아내가 하는 식당에 잡은 물고기를 대어주면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그러기에 미처 아버지의 심정을 잘 살필 겨를이 없었다.한동안 물리치료도하고 혼자서도 재활 연습을 꾸준히 하던 아버지는 너무나 느리게 나아가는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신다.


한쪽에 목발을 집고 면내에 나와서 술로 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가족들도 갑갑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다가 어느 땐 가부턴 자포자기에서 오는 방탕함으로 빠져든 것을 알았다.


그럴 땐, 이미 아버진 술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된 뒤였다.그러는 사이에 73년은 12월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크게 관여를 않던 종 현은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다고 후회도 해보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술버릇은 점점 도가 지나쳤다.




집에서 물건을 부수는 것도 종종 일어났다.9월 달부터 밤에 횟 대를 꽂았다. 텃밭에다 조그마한 저수지를 만든 종 현은 그곳에다 마을 아이들이 잡아온 미꾸라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겨우내 미꾸라지를 잡을 수 없을 때 지서장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인 삼거리 식당에 대 주기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도 만들어 보리대신 채소를 심어 겨울에도 식당에 겉절이 용 채소를 대어줄 수 있도록 만전을 기울였다.




이웃에 사시는 농촌지도소에 다니는 동네 분에게 조언을 들었다.


그 분이 적극적으로 도와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마와 할머니가 거의 도맡아서 그것들을 돌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종 현의 물고기와 싱싱한 채소를 공급받은 덕분에 삼거리식당은 기존의 식당들을 제치고 대박을 쳤다.


읍내에서 제일 맛있는 집으로 통하며 한마디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덩달아 지서장님이 종 현에게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또 다른 식당엔 종 현 이가 거래를 못하게 하려고 하였다.


지서장이 음으로 양으로 많이 챙겨준 덕분에 종 현도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다.그러나 종 현은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아버지의 주벽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리가 불편해서 큰 행패를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집안의 집기를 내던지거나,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내기도했다, 특히 이때부터 코골이가 엄청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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