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엄마 최 씨 할아버지네 일하러 간다.
냉장고에 백숙 꺼내서 데워 먹어...
백숙을 먹고 마루에 걸터앉아 담배하나를 피고 안방으로 들어갔다.역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달력에 오늘 날짜에는 "아들 집에 오는 날" 이라고 적혀 있었고 벽에는 누나들 가족사진과 나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안방에서 나와서 집 주변을 돌아봤다.집 뒤쪽 밭에는 마지막 정기 휴가 때 나와서 만들어놨던 비닐하우스가 그대로였다. 그 안에는 홍초들이 빨갛게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집 앞 다리까지 내려와 다리 아래로 맑게 흐르는 개울을 보고 있자니 날이 어두워져 쌀쌀함을 느껴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여름밤이 굉장히 추운 시골이었다.안방에서 티 비를 보다 저녁을 차리려 백숙을 데우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물을 데웠다.광호니? 어머니였다. 난, 마당으로 나가 어머니를 보았다. 머리에 농업용이란 글씨가 적힌 넓다 란 모자에.. 목에 수건을 두르시고... 땀을 닦으시는 모습이었다.네.. 어머니 매일 이 시간에 오는 거야?
아니..오늘은 좀 늦었네.. 근데 밥은 먹었어? 아니요.. 어머니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지요.광호.. 너 말투가 그게 뭐니.. 그냥 예전처럼 해 녀석아.. 군대 가서 철들었단 소리 들으려고 그러는 거야? 호호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가장노릇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없던 내가 이제부터라도 어른스럽게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먼저 엄마를 어머니라 부르고 존댓말을 써야겠다고 했지만...
어색하고 어려웠다. 그런 게 아니라...먼저 밥 먹고 있어.. 엄마 좀 씻을게... 뜨거운 물 받아놨어 엄마..그래, 그 말투가 훨씬 내 아들 같네... 에구.. 고마워 아들..이제 아들 있으니 걱정이 없네..먼저 먹으라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난, 엄마가 완전히 씻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먼저 먹으래도.. 참..빨리 와 엄마.. 백숙 맛있더라.
아까 먹다가 남겨 두었던 닭다리 한쪽을 엄마가 나에게 올려주셨다.왜 다 안 먹었어?.. 어 여 먹어... 엄마 먹으라고.. 남겨둔 거지 참..
엄마 드세요. 난 많이 먹었어.. 전역했는데 이것밖에 못해줘서 미안해..엄마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아.. 또 뭔 그런 소리를 해.. 참나 원.. 남들 다하는 전역인데 뭘..
엄마 드세요. 난 닭다리를 엄마한테 올려주며 말했다.마르지 않은 엄마의 머릿결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고 엄마의 얼굴은 햇볕에 검게 타 있었다.
피부도 예전보다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서 물었다.엄마 썬 크림 안 발라 요즘? 얼굴이 왜 이렇게 탔어? 엄마가 밥을 먹다 말고 양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며 물었다.그렇게 탔니? 썬 크림 사러 갈 시간이 있어야지.. 요즘 한 참 바쁠 때인데..
난, 얼굴을 매만지던 엄마의 손을 잡았다.아니.. 손은 또 왜 이렇게 거칠어? 엄마 화장품 좀 듬뿍 발라..
아끼지 말고.. 얘는 새삼스럽게 뭘 그래?..
시골 사는 여편네들 다 똑같지 뭐.. 밥이나 어 여 먹어 녀석아..난,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엄마도 젊었을 땐 정말 예뻤는데... 이런 시골로 시집 와서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만하고... 이제부터라도 정말 잘해드려야지..엄마와 난, 안방에서 이불을 각자 따로 펴고 같이 자기로 했다.풀벌레 우는 소리와 달빛이 문틈으로 새며 들어왔다.광호야.. 너 언제 서울 올라 갈 거야?
여기 있어야지 엄마 혼자 남겨두고 어딜 가?그럼 여기서 엄마랑 같이 살 거여? 평생? 돈 언제 벌어서 장가갈 거여?누가 이런 시골로 시집온다고...참나..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호호.. 아직 이 엄마 눈에는 어린애로 보이는데 뭘...엄마.. 이제부터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 줄 테니깐...말이라도 고맙네.... 피곤 할 텐데 어 여 자.. 내일도 엄마 새벽 일찍 일 나가니깐...
밥 알아서 챙겨먹고 동네 좀 돌아보고 어르신들한테 인사도 드리고 해..알았어. 잠시 뒤 쎄 근 쎄 근 엄마의 숨소리가 들렸다.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남에 일 다니시느라 피곤한 모양이었다.골아 떨어 진 엄마의 거 칠은 손을 잡고 엄마한테 정말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마당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광호 엄마?난,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최 씨 할아버지 댁 아줌마였다.어머.. 광호니? 몰라보겠다. 어제 온 거야?
아, 안녕하세요.. 네 어제 전역 했어요.엄마가 너 온다고 일찍 가야된다고 했는데 어제는 좀 늦었지? 호호..근데 무슨 일로? 아참.. 내 정신 좀 봐.. 일 가야지..
엄마 아직 안 일어났니? 이 여편네가 진짜.. 네.. 아직.. 잠시 만요..난 엄마를 흔들어 깨웠고 엄마는 정신을 차리며 허겁지겁 옷을 갈아 입었다. 얇은 치마를 입고 주무셨던 엄마가 내가 있는지도 모르고...
작업복인 몸 빼 바지로 갈아입으려고 치마를 벗었다.그 순간 검게 탄 엄마의 얼굴과 거칠었던 손과는 달리 숨어있던 하얗고 하얀 부드러운 허벅지가 드러났다.난, 눈을 떼지 못하고 엄마의 허벅지에 시선이 고정되었고 더불어 하늘색 팬티로 덮여있던 엄마의 둔덕도 눈에 들어왔다.엄마는 아침밥 챙겨먹으라며 서둘러 나가셨다.아이고.. 이 여편네가 정신 못 차리고.. 늦었어. 어 여 가.. 사람들 기다려..아 죄송해요.. 호호.. 아들 아침밥 꼭 챙겨먹어..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저 엄마의 하얀 허벅지와 불룩한 엄마의 둔덕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후~ 아침을 먹고 마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내뿜은 담배연기가 아침안개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안개 낀 걸보니 오늘 무진장 덥겠구먼...난, 담배를 피다말고 아까 새벽에 보았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의 하얀 허벅지와... 불룩 튀어나온 둔덕.. 난 또다시 숨이 턱 막히고 마른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아..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난 고개를 흔들며 엄마의 모습을 떨쳐냈다.동네를 둘러보기로 한 나는 다리를 건너 마을에 하나뿐인 가게로 향했다.
가게로 가는 길에는 내가 다니던 국민 학교가 그대로 있었고.. 조그마한 운동장에는 풀들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