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에 첫글을 올리고 이제서야 다시 찾아뵙네요.
이번 글은 저의 첫경험담을 추억하며 써봤는데 필력도 딸리고 시간도 여유롭지 않아
허접한 상태로 올려봅니다. 읽으시는 분들께선 그 점 이해하시고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해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성관계에 대한 묘사보다 그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길게 썻는데,,
딴엔 앞뒤 없는 내용보다는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점이 흥미에 반감을 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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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경 험--
나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은 인간이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온갖 감정들을
한꺼번에 느꼈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또한,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도 없고 항상 나쁜 일만 생겨나는 것도 아니며
당시엔 나쁜 일이라 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한 해 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봄방학이 끝날 즈음 건축업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직접 우리가 살고 있던
단층 주택을 허무시고 3층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것이 3학년 학기 초에 완공이 되어 이사를 했다.
1층과 2층 각각 두 세대씩, 총 4가구는 세를 주고 우리는 3층을 단독으로 사용했는데
마당까지 먹고 세줘진 집이어서 평수가 꽤나 넓어져 있었다.
게다가 새집에 들어온다고 가전제품부터 거의 모든 살림살이를 새로 장만하고 보니 참으로 근사했다.
내 방만 하더라도 전보다 1.5배는 커진 데다가 전에 없던 침대며 책상, 옷장이 들여져 그보다 더 좋은 순 없었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돼서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운동 중에 무릎 관절의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의사 말로는 1년 동안은 운동 꿈도 꾸지 말라고 했으니
고등학교 2학년 초부터 체대 진학을 목표로 운동 하던 나에게는 지난 1년간의 노력은 허사가 된 것은 물론이고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제 남은 길은 다른 친구들처럼 대입시험을 통해 일반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이었는데 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지낸 터라 참으로 막막했다.
좀처럼 마음도 잡히지 않았다.
깁스를 풀고 나서도 담임선생님께 운동 못하게 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예전처럼 오전 수업만 받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어차피 수업시간에 앉아있어 봐야 알아듣는 것도 없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할 뿐이니
그렇게라도 숨통을 열어놓고 싶었다.
5월로 접어들고 나니 여기저기 따사로운 봄 햇살이 가득했고 집 뒤 야산에선 만개한
아카시아 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내려왔다.
그 때부터 사방이 막힌 내 방보다 옥상 마루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집이 언덕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옥상 위의 전망이 몇 안 되는 위안거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3층 우리집 거실이 아니면 옥상에 접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방해 받거나 눈치 볼 일도 전혀 없었다.
옥상 밖으로 연결된 문 옆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말 그대로 옥탑 집이 아니라 옥탑 방이었다.
아버지께서 창고로 쓸 겸 만들어 놓은 공간이었는데
결국 나는 아버지께 그곳을 내 방으로 쓸 수 있도록 부탁을 드리게 되었다.
여름이 되면 많이 더울 거라고 걱정을 하시면서도 도배도 해 주시고 이것저것 신경 써서 꾸며 주셨다.
아무래도 내가 낙심하고 있던 터라 원하는 데로 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5월 2째 주 일요일, 봄 날씨 치곤 좀 더운 날이었다.
나는 옥상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고 있었다.
세네 모금째 빨아 들일 무렵인가? “엄마야!”하고 놀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건너편 옥탑 방 창문에서 수건으로 몸을 가린 여자가 서둘러 창을 닫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곤 얼마 안 있어 발톱을 세운 고양이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야,, 너 거기서 뭐해?”
“담배 피는데요.”
“왜 남에 집을 엿보냐구?”
“소리지르시길래 본 건데요.”
“진짜야?”
“네.”
처음 보는 여자였다. 그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아무튼 나보다 2~3살 정도 더 들어보이는 그녀는 무덤덤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반응에
한풀 꺾였는지 금새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표정이었다.
“근데 너 몇 살이야?”
“고 3인데요.”
“고등학생이 담배 펴도 돼?”
“죄송합니다.”
“뭐, 나한테 죄송할 것 없고,, 담배 끊어!”
그녀는 저의 고분고분한 태도에 맥이 빠져버렸는지 담배 끊으란 말을 내뱉고는 몸을 돌려 이내 사라져 버렸다.
내가 다시 그녀를 만난 건 며칠 뒤 버스정류장 앞 슈퍼에서였다.
막대사탕을 고르고 있는데 한 여인이 말을 걸었다.
“너 나 몰라?”
“아, 안녕하세요.”
“애도 아니고 웬 사탕을?”
“담배 끊으라고 하셔서……”
“뭐? 그럼 내 말 때문이란 말이야?”
“뭐.. 그런 셈이긴 한데.. 아무튼 안 좋은 거잖아요.”
“하하, 착하네. 그럼 기념으로 그 사탕 내가 살게.”
“저 돈 있는데……”
“괜찮아! 내 말 때문에 담배 끊으려고 한다니 기분 좋아서 그래.”
“감사합니다.”
“근데, 의외로 순진하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번째 만남을 통해 첫만남에서의 개운치 않은 여운을 씻을 수 있었다.
여름의 옥탑 방은 그야말로 찜통 그 자체다.
그 열기는 밤이 되어도 쉬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옥탑 방안에 있는 시간보다
옥상 마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정도다.
그건 옥탑 방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일 테고 그녀 역시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그 탓에 3~40cm 거리 밖에 안 되는 옥상난간을 사이에 두고 하루저녁에도 몇 번씩 얼굴이 마주 칠 때도 있었다. 방학이 되자 그런 일들은 더욱 빈번해 졌고 인사 한마디씩 주고 받기 시작하던 것이
제법 긴 대화로 이어지는 일도 있었다.
방학이 중반에 다다를 즈음 처음으로 누나의 옥탑으로 건너 갈 일이 생겼다.
누나 집에 새로 들여온 조립식 침대 때문이었다.
모서리를 맞추고 나사만 조이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었지만 더운 날씨 때문인지
등이 축축할 정도로 땀이 배어났다.
일이 단순하고 말고를 떠나 그 흥건한 땀만으로 누나는 엄청 큰일을 시켰다고 생각했던 지
미안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선풍기를 틀었는데도 땀을 많이 흘리네.. 미안해서 어쩌니?”
“괜찮아요.”
“안되겠다. 수건 갖다 줄 테니까 일단 세수부터 해라.”
“네.”
욕실 문을 열어준 누나가 수건을 가지고 온 잠시동안 비누칠도 않고 땀만 대충 씻어냈다.
“야, 비누칠도 안하고 그게 씻는 거니?”
“그게 아니라……”
“안되겠다. 윗옷 벗고 엎드려.”
“네?”
“등목 해줄 테니까 엎드리라구.”
집에 가서 샤워하려 한다는 말을 하려고 한 호흡을 쉬었던 게 누나에겐 얼버무리는 것처럼 비춰졌던가 보다.
아무튼 나는 얼떨결에 누나가 시키는 대로 윗옷을 벗고 엎드리게 되었다.
찬물이 처음 등에 뿌려질 때만해도 아무 생각 없었지만 등 전체에 비누칠을 하면서
그리고 씻어내면서 느껴진 누나의 손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너 운동하니?”
“네?”
“아니 옷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몸이 좋네.”
“아~, 체대 가려고 준비했었거든요. 근데 인대 다쳐서 1년 동안은 운동하면 안된데요.”
“어머, 어쩌니…… 그럼 이번 년에는 대입 못 보는 거야?”
“아뇨, 체대 지원만 못하게 된 거고 수능은 보죠.”
“다행이네.”
“그래 봐야 공부하고 담쌓은 지가 오래 되서.. 게다가 시간도 얼마 안 남았구요.”
“진작에 알았으면 누나가 좀 도와줬을 텐데. 일단 하는데 까진 해봐.”
“네. 근데 누나,, 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되요?”
“참,, 내 정신 좀 봐.”
누나는 머리까지 감겨주고 나서야 가져왔던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머리를 말리고 나오자 식탁에 앉아 자신의 티셔츠 한 장을 입으라며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