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 34부 감상해 보세요 | 야설넷

초록마을 - 34부
최고관리자 0 53,398 2022.10.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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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부.




열흘이란 시간이 흘렀다.


정신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현우는 마을의 일에 모든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고 덕분인지 마을에 들어선 상인들과 거래에서 꽤 좋은 수익을 올릴수가 있었다.


아직도 가을철 수확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첫 거래이다 보니 어느때보다 더 신중하고 좋은 수확물로 상인들에게 양도를 마치고 대금을 계산하고는 다음번 기일을 정하면서 그들을 배웅한다.


“허허허…이렇게 좋은 물건만 있다면야 우리는 매일이라도 오고 싶소만……”


“예…원하시는 물품들을 되도록 빨리 수확을 마치고 연락을 하지요…”


“예…그럼….조만간 …다시…뵙겠습니다….”


몆개의 수레가 줄을 이어 마을을 벗어나면서 마을의 꼬마들이 수레를 쫒으며 달려나가고


열은 넘을 것 같은 아낙들이 현우의 주위로 몰려들고는


“아유….총각….고생 많았네…… 호호호…”


“고생하셨어요……”


성수엄마가 기쁜 듯한 얼굴로 현우에게 먼저 말을 건네오고


풍채가 제법 튼실한 풍천댁이 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기쁨을 표시한다.


마을 아낙들은 올해 수확으로 다른해 보다는 제법 여유있는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과 자신들이 부양해야 할 자식들이 배곪는 일은 없을 것 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푸근해지면서 그나마 현우가 있어서 이 정도로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한마디씩 고마움을 표시하며 현우의 주위를 서성거렸다.


아낙들 틈으로 혜숙이 보여지고


제법 큰돈을 만지는 여유때문인지 아낙들과 기쁜듯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현우의 시선속으로 들어오며 다행인 듯 현우는 미소를 지어 올린다.


이제 큰거래는 우선 마친 셈이었고 가끔씩 마을을 들리는 상인들에게 그때그때 수확되는 곡물과 야채들을 넘겨주면 어려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현우는 어느정도 매듭지어진 일을 마무리 하고는 서서히 서울로 가는길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였고 겨울에 접어들면 배추만 수확하면 한동안은 별다른 일이 없을거란 생각에 어느정도 여유가 느껴졌다.


좀전에 들렸던 상인에게 넌지시 물었던 서울소식에 상인은 고개를 저었지만 그래도 제일 큰도시이고 한나라의 수도인데 어느정도는 견딜만 할거라는 생각이 현우의 뇌리속을 맴돌며 상인의 얘기를 흘러버리고 결심을 굳히기 시작했다.


할머니인 영주댁에게도 말을 했지만 이번 상인들의 거래를 마치면 빠른 시간안에 서울을 다녀 올거라고 말을 해 두었으므로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고


겨울이 오기전에 다녀오는게 어쩌면 더 나을것이란 생각을 가지며 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리고는 현우는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붙잡는 아낙들을 뒤로 한 채 집으로 향하던 현우가 윤초시댁 문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열려있는 대문앞으로 하얀 소복을 걸친 채 핼쓱해진 표정의 윤지가 서 있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속에 알수없는 슬픔의 보여지고 있었고 눈물이 당장에라도 흘러 내릴 듯


물기어린 눈으로 현우에게 시선을 모은 채 현우를 바라본다.


그녀를 본지도 꽤 시간이 흘러서인지 현우의 시선속으로 보여지는 윤지의 모습은 병색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지며 마음 한구석이 쓰린 듯 아파오고


윤지의 떨리는 눈동자 사이로 기어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현우의 발길을 굳은 듯 멈추게 하고 무슨말 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듯 기다림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처럼 생각되면서 현우는 대문앞으로 다가선다.


“……….그동안 많이 여위셨네요….??….”


“…….아뇨……그냥…….”


윤지는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에 표현 못하는 안타까움과 눈물만을 흘려내고 긴 시간을


그리움만 안은 채 시간을 허비했던 게 허망하게 생각이 되었다.


그 사내를 만나면 꼭 하리라던 말도 어느새 머리속에서 지워져 버렸고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눈물만 흘려내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너무도 그리워했던 사내였지만 너무도 어렵게 생각되었다.


너무도 가녀린 그녀의 손이 입을 막은 채 자신의 눈앞에 서있다는게 현우는 미안하다는 생각보다 보듬어 안아주고픈 보호본능이 더 느껴졌다.


자신을 기다리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현우는 아무런 위로를 해 줄수가 없었다.


다시금 긴 시간을 홀로 내버려 둘수 밖에 없는 만큼 더 아픔을 주고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저….많이 원망하셨죠….??….”


“…….아니예요……원망은요….”


“저 한동안 서울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길지는 않겠지만…조금만 더 ……”


윤지의 눈이 커지며 현우의 다음말을 기다리고 현우는 다소 주저하는 목소리로


“살다 온 곳이 서울입니다….그래서…한번쯤은 다녀와야 하고……다시 돌아올 수 있을겁니다..”


그가 떠난다는 말에 윤지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한 채 현우의 눈을 응시하며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대문에 몸을 기대어가고


하얗게 변해가는 윤지의 모습을 보면서 현우는 자신의 마음속에 커다랗게 각인되어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상처를 받는것에 커다란 아픔이 몰려듬을 느꼈다.


대문곁으로 다가서며 그녀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인적이 많은 곳이다보니 그 행동마저도 자유롭지가 않았고 파리해진 윤지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되었다.


누군가가 공터를 지나는 것 같았지만 현우는 뒤 돌아볼 수가 없었다.


윤지가 비틀거리 듯 대문안으로 들어설려고 몸을 돌려가자 현우는 굳은 목소리로


“조금만 기다려요….반드시……반드시…데리러 올겁니다….”


등을 보이던 윤지의 어깨로 큰 떨림이 시작되고 문고리를 잡은 손이 단단히 쥐어지며 대문안으로 사라져갔다.


아마도 윤지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을거라는 확신이 현우의 눈속으로 보여지고


한동안을 멍한 채 서있다 몸을 돌리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이른새벽.


마루에 선 채 안절부절 못하는 듯 마루를 서성이는 영주댁이 보였다.


구부정한 허리와 불안해 보이는 걸음걸이가 힘겹게 느껴지고


현우의 방문앞을 바라보는 눈속엔 애가 타는듯 안타까운 감정이 흘러내린다.


마당으로 나서는 혜숙이 소리죽인 발걸음으로 마루에 다가서자 영주댁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애미야…..일 마무리 되믄 ….어여 내려놔야 된다…..알겄지…??…”


“예….어머님……”


“무슨일이 있으면…..어제 적어 준…..거기…..그려….거기로 꼭 연락 하그라…꼭….”


“예……”


안심이 안되는지 몇번이고 확인을 하는 영주댁의 마음을 혜숙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마 몸만 성했으면 현우와 동행하는 건 시어머니인 영주댁이 될 것은 뻔한 일이었고 그 역할을 대신할 자신에게 계속되어지는 주문사항을 혜숙은 순순히 받아 들였다.


방문이 열리며 현우가 방을 나왔다.


예전보다는 말쑥해진 모습으로 검정색 양장바지와 상의가 제법 어울려 보인다.


다소 키가 큰 덕분인지 영주댁과 혜숙의 눈속으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현우가 느껴지고


구석진 촌마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 딴사람처럼 보여졌다.


마루로 내려서는 현우가 광이 나는 구두를 신으며 영주댁의 앞으로 다가선다.


“할머니……다녀 올께요…..아무 걱정 마세요…..빨리 올 거예요…”


지난밤 자신의 옆에서 물었던 말을 다시 묻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 듯 같은 말을 반복하는 영주댁에게 현우는 몇차례의 다짐을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듯 보여지는 영주댁의 시선에 다시한번 언약 같은 다짐을 해본다.


“그려….그려….내새끼…꼭…돌아 와야 헌다…꼬옥……”


영주댁의 눈사위로 아롱거리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고 손을 놓기 싫은 듯 현우의 손을 어루만지다 힘없이 늘어뜨리고는 논바닥 같은 볼위로 한방울의 눈물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다 보며 할머니의 걱정이 오래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현우가 대문을 열고 나서기 시작하고 말없이 혜숙이 따라나섰다.


한참을 걸어가던 현우가 등을 돌리고 열려진 대문을 응시하고 대문안으로 굽은 허리를 자신의 무릎에 의지한 채 자신들을 바라보는 영주댁의 모습이 보여진다.


슬픈 듯 하면서도 자신을 염려하는 영주댁의 눈길이 현우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이상하리만치 각인되는 할머니의 영상에 현우는 마음 한구석에 드리워지는 어두운 그림자를 느껴가며 가슴속이 답답해졌다.


자신의 행동이 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어지고 왠지 영주댁을 다시는 못볼것 같은 불안한 생각도 머리속을 떠돌기 시작한다.


잠시의 시간동안 수많은 생각이 현우의 머리속을 헤매다 혜숙의 부름으로 깨어지고


앞서가 있는 혜숙에게 다가가며 두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이 느껴졌지만 먹구름을 드리운 하늘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보따리를 안은 채 현우를 따르는 혜숙은 오랜만에 나서는 먼길에 긴장이 되는 듯


현우의 곁에서 한발이상을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몇 개의 도시를 지나 수천세대가 모여있는 커다란 도시안으로 들어서면서 조금은 두려운 듯


두리번 거리는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눈길에서 현우를 떼어놓는 일은 없었다.


삼층은 되어 보일 듯한 커다란 건물이 기둥만 남은 채 보여지고 무너져내린 돌덩이 사이로 타다남은 잔재들이 시커멓게 덩어리를 이룬 채 심한 악취가 풍겨나왔다.


현우는 어지러운 듯 정리되지 않은 길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온전하게 남아있는 건물이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 눈쌀이 찌푸려짐을 느꼈다.


왜 이래야만 했는지 어떻게 이런 고통과 시련을 저기 보여지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내려졌는지 안타까움과 절망어린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고 무너져내린 건물주위로 가마니를 깔고 앉아있는 노인들과 나이어린 얘들을 바라보며 그 마음은 더해가기 시작하고 모여있는 사람들틈을 지나면서 풍겨 나오는 악취와 사람들의 행색에 두려움마저 느껴야했다.


인파의 틈을 벗어나온 혜숙이 속이 좋지않은 듯 입을 틀어막은 채 현우의 곁에 다가섰다.


하얗게 질려있는 혜숙의 모습에 현우는 그녀의 팔을 잡은 채 빠른 걸음으로 길을 재촉하기 시작하고 한동안을 걸어서 변두리로 나설수 있었다.


화려했던 도시의 모습은 간데없고 피폐하고 혼란스러운 도시의 풍경에 현우와 혜숙은 넋이 나간 듯 한동안을 지나온 도시를 바라다 보았다.




점심을 먹을때가 된 듯 현우의 배속에서 쪼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 여행을 하는 탓인지 허기가 일찍 찾아왔고 산길을 내려가던 현우와 혜숙은 누가 먼저 랄것도 없이 길가의 나무밑으로 다가가 앉는다.


“힘 드시죠…..??….”


“…………………”


“괜히 저 때문에….고생만 시키네요…..”


“너 때문만은 아냐………”


나직히 말을 뱉어낸 혜숙이 보자기를 풀르고는 하얀천에 쌓여있는 주먹밥을 현우에게 건낸다.


이른 아침 준비를 했는지 하얀 쌀밥과 보리사이로 간간히 참깨를 얹은 모습이 보여지고 현우는 참았던 허기를 달래 듯 손에 잡혀지는 덩어리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자신을 응시하는 혜숙을 보고는


“숙모도 좀 드세요…..??…..”


“난……생각없어….너나 많이 먹어 둬……”


아직도 파리한 기색이 엿보이는 게 도시에서의 풍경이 혜숙에게는 꽤 충격으로 다가온 듯 싶었다.


도시쪽을 바라보며 가끔씩 한숨을 뱉어내는 게 그녀에게는 소름끼치 듯 무서운 광경이었다.


혜숙은 아까 도시에서 보았던 충격에 아직도 심장이 딸려오고 속이 미슥거림을 느낀다.


무너져 내린 건물옆으로 자신의 아들만한 어린소년이 죽은 채 널부러진 모습을 보고는 얼마나 가슴이 떨리던지 마치 진우가 누워있는 것처럼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가는 혜숙을 바라보던 현우는 앞으로의 행보가 걱정되는 듯


“아마도…우리가 거쳐가야 할 도시나 마을은 …..온전한 데가 없을 겁니다…”


“………………..”


혜숙의 어깨위로 작은 경련이 일었다.


두려운 듯 커지는 눈이 현우에게 시선을 모은 채 다음말을 기다리고


“아마…파괴되지 않은 마을이나 도시가 없을걸로 생각하셔야 될 겁니다…아까보다 더 한곳도 있을지도 모르고요….”


혜숙은 전쟁의 실상을 모른다.


다행히 깊은 곳에 위치해서인지 마을은 전쟁의 참화를 피할수 있었지만 왠만한 도시와 마을은 적군의 손아귀에 철저히 유린되고 파괴되어 사람이 제대로 살수나 있을지 의문시 될 정도였다.


그런 혜숙이 바라본 도시는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제대로 먹기나 하는지 잠을 잘수나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현우의 입을 통하여 말이 흘러나오며 혜숙은 점점 소름끼치는 충격에 사로 잡혀갔다.


“죽어있는 사람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더 무서울 겁니다….숙모님이 정이 많아서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잘 대해주면 아마도 큰 화를 입으실지도 몰라요….”


현우는 초록동에 오기전 아귀 같은 사람들 틈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죽이던 모습들을 여러 번 보아왔다.


감자 한알에 피가 번뜩일수 있었고 잠자리 하나에도 항상 신경을 써야만 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그만큼 전쟁으로 인한 참화는 후유증을 만들고 있었고 아직도 그 여파는 이어지는 것 같아서 혜숙에게 주의스런 얘기를 했다.


커다란 가방을 자신의 앞으로 내려놓은 현우는 가방을 열고는 허름하게 보여지는 옷을 꺼내고 무슨일이냐 듯 혜숙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요….너무 사람들 눈에 띄면 곤란할 것 같네요..옷을 갈아입고 다녀야 겠어요…”


무슨뜻인지 알겠다는 듯 혜숙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숲속으로 들어갔던 현우가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혜숙에게로 다가온다.


아직도 갈길은 멀기만한데 현우와 혜숙의 앞길엔 험난한 여정만이 남아있었고 또 어떤 불길한 일이 생길지 아무도 예측을 못하면서 그들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간다.




어두워져 가는 길을 서두르는 듯 현우와 혜숙은 걸음을 옮겨갔지만 마을은 멀기만 한것처럼 느껴지며 다리가 아파오는 것에 혜숙의 걸음은 점점 뎌디어만 갔다.


어느새 옷을 갈아 입었는지 혜숙의 옷차림도 현우처럼 허름하게 보여지고 자꾸만 뒤 쳐지는 혜숙을 바라보던 현우가


“조금만 더 가만 마을이 있을거예요….노숙을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헉….헉…..알았어….”


힘이 부치는 듯 혜숙의 호흡이 가빠져 있었다.


현우의 눈속으로 연민의 그림자가 비춰지고 힘들게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혜숙을 바라보던 현우가 등을 보이며


“업히세요….조금이라면 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아냐…걸을 수 있어….그냥 가….”


혜숙이 무안한 듯 손을 내 저으면 거부의 표시를 해보지만 현우는


“너무 무리하시면 내일부터는 더 힘들어져요….너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업혀요….”


잠시동안 난처한 기색을 보이던 혜숙이 입술을 깨물며 현우의 등에 업혀가고 커다란 가방으로 혜숙의 엉덩이를 받쳐올린 현우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간다.


든든해 보이는 현우의 등이 혜숙에게는 포근한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현우의 이상했던 행동은 아무런 실마리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심증만 남긴 채 점점 잊혀져가고 혜숙은 아직도 현우를 생각하는 따뜻한 정감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감정에 현우의 목을 끌어 안고는 잠시의 휴식에 젖어가기 시작한다.


보일것만 같았던 마을은 산고비를 돌아서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깜깜해지는 소롯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현우는 자꾸만 조바심이 생겨났다.


이만큼 왔으면 분명히 마을이 있어야 되는데 보이는 것은 우거진 숲과 보여지는 어둠뿐이었다.


업혀진 혜숙도 이젠 제법 무거워 지는 느낌에 점점 당혹스러움을 느껴가던 현우의 귓가로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잡혀들고 소롯길을 빠른걸음으로 내려간 현우는 멀리서 음영을 보여가는 마을보고 얼굴이 환하게 펴져가기 시작한다.


“마을이예요….숙모…..이젠 다 왔어요…오늘은 여기서…….”


말을하던 현우의 눈으로 이상한 듯 의아한 시선이 생겨나며 마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점점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인적이 없었다.


으레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이면 희미한 불빛과 저녁인 만큼 연기냄새라도 있어야 했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혜숙은 말을 하던 현우가 점점 몸을 굳혀가며 긴장된 모습으로 서 있자 무슨일인지 궁금한 듯 현우의 귓가로


“왜 안가….??….무슨…..??…”


“쉿……조용하세요…….”


저음으로 혜숙에게 말을 건넨 현우가 나무뒤의 수풀로 몸을 숨기고 혜숙을 자리에 앉혀가고는


“잠시만 여기 이대로 계셔야 해요…꼼짝말고…..알았죠…??…”


아무런 내용도 모른 채 혜숙은 고개만을 끄떡이고


몸을 낮춘 현우가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마을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하는게 혜숙의 눈속으로 보여진다.


몸을 낮춘 현우는 어둠속에서 조심그럽게 마을을 향해 다가서고 울타리가 무너진 틈을 타고는 구석진 허름한 초가집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폐가처럼 군데군데 뜯겨진 창문과 찌푸라기가 널려져 있었고 오랜시간동안 거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게 느껴지며 조심스럽게 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발을 들여놓고는 어둠속의 방안을 훑어 보았다.


이불더미가 보여지고 어지럽혀진 방안으로 하얗게 보여지는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일까하고 다가서던 현우의 눈속에 놀란 듯 떨림이 일어나며 방밖으로 뛰쳐나가 듯 방을 빠져 나온다.


현우는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과 소름이 돋아나는 게 느껴졌다.


몇 채가 안되어 보이는 마을이었지만 다른집도 똑같이 폐가처럼 보였고 돌담을 따라서 들어선 마당 넓은 집엔 아까의 집보다는 더 많아보이는 물체에 현우는 입을 막고는 담벼락의 밑으로 꺽꺽 거리며 토악질을 해댔다.


섬뜻하게 느껴지는 공포감과 괴기스러운 감정이 현우의 전신을 싸고돌며 현우는 두려운 듯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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