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바로 수혁을 만나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참고 삼일뒤 다시 녀석에게 연락을 했다.
전과 같은 호프집에서 500cc두잔씩 비운후 난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꺼내 놓는다.
"그날 돌아가서 미애에게 너하고 사귈당시 얘기 들었다..."
"상호형 또 그얘기요??...참나..."
그는 질렸다는듯 피식 웃더니 아무래도 대화의 주제가 당황스러운지 잠시 나의 시선을 피한다.
"니 얘기 하면서 그날 했는데...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흥분 되더라고..."
난 맥주를 마시며 수혁의 표정을 살핀다.
그의 표정에서 그렇게 거부감 같은걸 찾아 볼수는 없다.
"오랜만에 아내에게서 페라치오도 해 받았지...너한테도 해 준적 있다면서..."
난 마치 아내가 그렇게 말한것 처럼 수혁을 떠본다.
이미 아내를 떠봐 확인한 것이지만 다시 그의 입을 통해 명확히 하고 싶었다.
허나 그도 아내처럼 무언으로 답한다.
그의 대답은 듣질 않았지만 이걸로 명확해진 것이다.
"너도 아내에게 똑같이 해주곤 했다던데...."
난 넌저시 그를 떠보며 그의 표정을 살핀다.
"아이참...형 그만해요...쪽팔리게...자꾸 그런 얘기를..."
녀석이 부정을 하지 않는다.
아내가 내게 거짓말을 한것이다.
하긴 내가 아내라도 자신의 음부를 옛애인이 입으로 애무해준적이 있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해주는건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때는 안그랬나 보지??"
"참나...자꾸 왜그래..형...그만하자.."
그도 아내처럼 내게 미안함을 느끼나보다.
어쩜 진짜 미안해야할 사람은 나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중간에서 그둘을 이간질만 안했어도 둘이 부부가 되었을지도 모를일 아닌가??
그 사실 만큼은 무덤까지 비밀로 들고 가야 할것이다.
그래서 녀석이면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아내에게 네 껄 애무한다고 생각하고 해달랬어...나를 너라고 생각하라고..."
취기 탓인지 녀석의 볼과 눈이 충열되어있다.
"지금도 혹시 미애를 맘에 두고 있다면 한번쯤 같이 자는것도 허락할 맘이 있다."
"형...괜한 소리 하지마...그런맘 없어..."
"그냥 떠보는 소리가 아냐...진심이다...사실 너에게 안기는걸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녀석이 나를 쳐다본다.
분명 눈빛이 흔들리는것 같다.
하긴 녀석이 미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옆에서 지켜봐온 내가 잘알지 않는가??
"미애도 아마 아직 널 마음에 두고 있을거야...둘이 만나면 생기는 어색함을 보면 알수 있지..."
"형...오늘 얘기는 못 들은걸로 할께요..."
내심 녀석이 내제안을 받아주길 바랬지만 역시 그건 힘든 일인가보다.
설사 녀석이 받아들였다 해도 아내를 녀석의 품에 들어갈수있는 상황을 만든다는것이
더 힘들긴 하다.
수혁의 품에 미애를 안기기에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다.
누군가의 동조자가 필요하다....
순간 내 머리속에는 수연의 모습이 떠 오른다.
난 직원 몇명 데리고 조그만한 무역업을 직접하고 있기에 나름대로 바쁘긴 하지만 어느정도의
시간을 자유롭게 만들수가 있다.
난 수혁에게 말도 하지 않고 낮에 그의 아내인 수연이 혼자 있는 집을 방문했다.
"어...선배 왠일 이에요??"
"응...잠깐 네게 할 말이 있어서..."
그녀를 보고 있으면 가끔 예전에 술김에 나눴던 저녁 학교안에서 나눴던 패팅이 떠오르곤 한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둘이 마주 하고 있으니 그 기억을 떠오르고 그녀 또한 그런지 둘 사이에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녀의 활발한 성격덕에 그것도 잠시뿐 금방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며 30분 정도 그녀가 준비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근데...정말 무슨 일이에요...무슨 할말이 있어 온것 같은데..."
"혹시 수혁에게 뭔가 들은말 없어??"
"............."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다.
"너도 잘 알다시피 수혁과 미애가 연인사이 였잖아..."
내말에 연신 생글 거리며 웃음을 지어 보이던 수연의 얼굴이 굳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죠??"
"내 아내는 아직도 수혁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는것 같아...수혁이도 그런것 같고..."
"그걸 어떻게 알죠??"
수연의 표정은 점점더 굳어 졌고 내 답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난 그녀에게 요 몇일간 아내와 나와의 관계와 수혁과 술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적당히
섞어서 얘기 해주었다.
물론 거기에는 아내와 수혁의 입에서 나온 말들보다 나의 추측들이 더 많이 포함 되어 있었다.
"아내는 아마 수혁이 허락한다면 잠자리도 갔이 할거야..."
"미애는 그럴지 몰라도 수혁오빠가 그럴리는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격앙되어 있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수혁도 아마 네가 허락한다면 미애랑 같이 잘걸..."
"수혁오빠는 안 그럴거에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심경에는 심한 변화가 있는것 같다.
그녀또한 나만큼이나 둘이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였는지 지켜봐 오지 않았던가...??
"그렇게 자신있니??"
"자신있어요...오빠는 절대 안그럴거에요..설사 내가 허락한데도..안그럴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3일후부터 일주일간 일때문에 홍콩에 갈일이 있는데 그때 미애를 너희 집에
묵게 하고 싶은데...둘을 시험해 보고 말고는 너에게 맡길께....대신 내가 갔다오면
모든것을 솔직하게 내게 말해줬으면 좋겠다...어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불안하지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음이 분명하다.
난 수혁에게 일주일간 미애를 부탁했고 그는 별 생각없이 받아들였다.
미애도 일주일전 우리 옆집에 도둑이 들지만 않았어도 분명 수혁의 집에 가는걸
거절 했을 것이나 평소 겁이 많은 아내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아파트를 분양 받아 놓고 잠깐 동안 사는 이곳 빌라는 도둑이 자주 든다.
두달전에도 이웃동에 도둑이 들었으니 아내도 내가 없는 집에 혼자 있다는건 겁났나 보다.
내가 홍콩으로 떠나는 날은 전업주부인 수연과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는 미애가
하루 월차를 내고 미애가 공항까지 따라왔다.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미애는 집에만 붙어있는걸 싫어해 한사코 회사를 다니겠다고 해서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
"상호씨...잘다녀 오세요..."
"상호선배...미애 걱정은 말고 잘갔다 와요.."
난 내게 손을 흔들어주는 두 여자를 뒤로하고 출국수속을 하러 들어가고
비행기에 오르기전 수연에게 전화를 건다.
"옆에 아내가 있지??? 듣기만 해라...늘 시한폭탄처럼 안고 불안해 하는것보다
터트려 버리고 맘 편히 지내는게 좋지 않을까?? 모든건 너한테 맡길께...돌와 와서
네게 모든 이야기를 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떨린다...미애 잘 부탁한다."
"알았어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어떠한 결심을 읽을수 있었다.
그녀또한 며칠간 고민을 하고 모종의 결정을 스스로 내린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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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일은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고 제대로 처리도 안된 상태에서 귀국을 하고 말았다.
집에돌아와 아내의 변화를 살피지만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수혁이 집에서는 잘 지냈어?? 별일 없었고??"
"응??..으응...잘 지냈어요...근데 왜 전화도 없었어요..??"
"일이 좀 바쁘게 돌아가서..."
"전화도 꺼져 있던데요..."
"으응...휴대폰을 회사에 놔두고 갔지 뭐야..."
첫날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고는 내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하기위해
단 한번도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조그만 변화라도 포착하려고 여러번 수혁의 이름을 들먹이고 그녀가 내시선을 피한다는 느낌을
약하게 나마 느낄수 있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고픈 내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빨리 수연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다음날 난 모든 업무를 뒤로하고 수혁이 출근할 시간이 조금지나 그의 집으로 향한다.
초인종을 두번 누르지 않아 수연이 문을 열어준다.
"잘다녀 왔어요??...올 줄 알았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 힘이 없어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어??"
"일단 들어 오세요..."
정체를 알수없는 묘한 긴장감이 나의 전신을 휩싸기 시작하고 난 가늘게 떨기까지 하고 있다.
내마음은 당시 두 갈래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었고 난 어느쪽이 더 우세한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또 다른 한구석에서는 내심 미애가 아무일 없이
자신을 잘 지켜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수연이 어떻게 했냐에 따라 좌우되지 않았을까 싶다.
난 거실 양탄자 위에 앉아 수연이 내미는 주스를 마시며 그녀의 입에 주목한다.
그녀의 입이 떨어지기 전까지 십초도 안되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수가 없었다.
"뭐 부터 얘기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날 이후로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해줘..."
"휴....내가 선배 말 듣고 괜한 일을 벌인듯 하네요..."
그렇게 말하는 수연의 눈가에는 투명한 물기가 어리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른다.
"후회하니??"
"아뇨...어차피 나도 알고 싶었어요...늘 미애라는 존재는 앙금처럼 남아 있었거든요..."
수연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녀는 더이상 울지 않는다.
"선배가 홍콩으로 떠난 첫날 이었어요..."
그녀는 회상을 하는 듯 시선을 한 곳에 두고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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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아서 읽고 계실 성인군자님들을 위해 한편더 쉬어 갑니다.
다음편 부터는 정말 눈 버릴수 있으니 군자님들은 지금이라도 다른 건전한 글들을 보시 옵소서....
개봉이 늦어서 다른 독자님들이 모두 떨어져 나간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예고편은 여기서 마치고 본 상영 들어 갑니다.....그럼 즐감 하십시요...^^